[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까지 정치권에서 거취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일 한 총리가 외신기자들과의 기자회견 때 영어로 ‘뉴욕양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있다면 굉장히 많은 경찰인력을 투입해야겠죠’라고 발언한 점을 꼬집어 “자신의 영어 구사력, 영어 표현력에 대한 우쭐함이 묻어있다. 총리라는 사람이 저런 자세와 태도를 보이는 게 온당한가”라며 “누구보다 국무총리가 먼저 사퇴해야 되고 대통령이 파면시켜야 된다”고 요구했다.

이에 진행자가 ‘(한 총리 퇴진이) 수습 후가 아니라 지금이란 말인가’라고 묻자 전 의원은 “그동안 국무총리 존재감이 없었다. 어제 흥국생명에서 유동성 위기가 나온 신용위기 상황, 북한은 미사일 계속 쏘고 또 어마어마한 슬픔에 맞닥뜨리고 있는데 그동안 총리가 어디 있었는가”라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한 행보와 그런 메시지 밖에 없었지 않나. 있으나 마나 했기에 대통령이 국무총리부터 파면시켜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다시 한 번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부 관계 부처의 모든 수장들이 세월호를 탈출했던 선원들처럼 어떻게든 법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면피성 발언들만 늘어놓고 있다. 재난안전 주무부처 장관의 파면은 사실 당연한 것이라 보고 그것보다 앞서 한 총리 경질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줘야 한다”며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농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참사를 두고 농담하는 한 총리에 대해 답변해야 하고 그 답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질이라는 것으로 답변 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용 의원은 “한 총리가 참사를 두고 한 농담은 윤 정부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기강해이를 아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총리부터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그 밑에 장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서울시장부터 시작해 모두가 면피성 발언과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참사의 수습은 (세월호 참사 때인) 8년 전과 달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여권 일각에서도 한 총리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용 의원과 같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외신 간담회 중 한 총리가 농담했던 점을 들어 “내 아들과 딸이 그 사고를 당했다는 생각을 가지면 과연 주무장관으로서,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발언이 적절했나. 공직자로서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보고 여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장관, 총리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여당에서 먼저 대통령께 건의하는 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까”라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통령에게 문책 인사 건의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재발 대비와 관련해 “이번 사고와 관련해 불법 증축 건축물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각 지자체에서는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위반건축물에 대한 조사와 점검을 즉시 시행하고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주기 바란다”며 “국토부는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