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씨, 경찰 조사 직후 곧바로 광주행 ‘5·18 사죄’ 행보
천하람 “전두환 손자로서 이런 사과 행보는 의미 있는 것”
국민의힘 겨냥 “5·18정신 존중한다고 도의 다하는 것 아냐”
전우원 “광주는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도피해 오던 곳”
5·18재단 “사죄하는 손자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고 안쓰러워”
“역사적 죗값 안치르면 후손은 더 무겁게 치를 수밖에 없어”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했던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30일 광주를 방문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사과 행보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이 “개인적인 사죄”라면서도 “그래도 용기 있는 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천 위원장은 이날 본지(시사포커스/시사포커스TV)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씨의 사과 행보에 대해 “전두환 손자로서 이런 사과 의지를 표명하는 행보는 의미 있는 행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현씨 같은 경우에도 꾸준히 이런 사죄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늦었지만 이런 사과 행보들은 역사의 바퀴를 조금이나마 앞으로 굴리려고 하는 노력이기에 (긍정)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천 위원장은 “이번 전씨의 방문을 통해 우리 여야가 광주와 전남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우리 보수정당 같은 경우에는 5·18 민주화 운동을 존중하기만 하면 광주·전남에 도의를 다 하는 것 아니냐는 태도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사실 5·18 민주화 운동을 존중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노력을 했다고 광주·전남의 유권자들이 노력상을 주시지는 않는다”면서 “민주화운동을 합의된 역사적인 사실로 존중하고, 광주·전남을 다른 지역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어떻게 하면 광주·전남이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를 여야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런 역사적인 어떤 과오에 대한 사과가 정치권에서 유의미하게 소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새벽 광주에 도착한 전우원씨는 서구 치평동 한 호텔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는) 태어나서 처음 와봤는데, (사실 광주는) 항상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도피해오던 곳”이라고 밝히면서 “(제가 광주에 온 것은) 의미있는 기회이고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피해자를 비롯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의 억울한 마음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다. 다시 한번 (사죄의) 기회를 얻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전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저는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고 폭로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이 돈세탁한 ‘검은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지난 24일에는 “저는 죄인이다”며 자신의 재산 전부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지난 2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다만 전씨는 입국 직후 그 자리에서 바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후 그 다음날(29일) 저녁에 석방 되고 곧바로 광주에 향했다.
아울러 이날 5·18재단에 따르면, 전씨는 오는 31일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회장단과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 등 5·18 관련 단체와 만나 사죄하고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해 헌화하는 일정으로 공식 사죄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진태 5·18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전씨의 광주 행보와 관련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죄를 사죄하는 손자의 모습이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가슴이 먹먹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이사는 “전두환은 사죄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지만 전두환의 죄과는 결코 사라지거나 덮어지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역사적 단죄를 받을 것이라고 믿어 왔다”며 “역사적 죗값을 치르지 않은 범죄자 후손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 지금 전씨가 바로 적나라하게 입증하고 있다. 그 후손이 또 그런 무거운 죗값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