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결집 나선 與, 핵무장 주장부터 文·李 성토도
정국 전환돼도 與 유리할진 미지수
김기현 “북한의 무력 도발에 타협은 없다는 분명한 힘을 보여줘야”
이대표 “북한의 반인륜적 도발 강력 규탄”하며 대북 경고
북핵대응 여론, 한미강화 37.8%,비핵화유지 32.2%, 독자핵무장 18.9%순

과거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 / ⓒ뉴시스-노동신문
과거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 / ⓒ뉴시스-노동신문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북한이 연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특히 이태원 참사로 대한민국이 국가애도기간 중인 상황임에도 개의치 않고 사상 첫 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바로 다음날인 3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까지 발사하는 등 도발수위를 계속 높여가 정치권에서도 여당을 중심으로 안보 정국으로 전환하는 모양새지만, 과연 참사정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 北 성토한 與, 한미일 결속 강조 이어 일각서 핵무장론도

국민의힘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강도 높게 성토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는데,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국가애도기간 중에도 멈출 줄 모르는 반인륜적, 패륜적 행위에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 규탄한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방어적 연합공중훈련을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주장을 늘어놨는데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7차 핵실험에 대한 명분 쌓기 위한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그릇된 상황 판단을 이어간다면 그 누구도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북한 도발을 단호히 응징할 것이며 그럴 능력도 갖추고 있고 준비도 완료돼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양 수석대변인은 “한미혈맹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며 북핵 억제를 위한 한일 협력에 대한 물꼬도 터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는데, 실제로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3차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개회식 및 한일의원연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누카가 후쿠시로우 일한의원연맹 회장도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장화 움직임은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대한 위협이자 중대한 도전”이라며 “일한 양국 정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일·한, 일·한·미 간 긴밀하게 연계하자는데 일치했으며 양국 의원연맹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3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대현안인 징용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북한 정세 등을 감안해 일한관계를 더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달 중순 예정된 국제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첫 정식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엄중한 안보상황으로 볼 때, 한일 간 안보협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더구나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실시한 ‘한미동맹을 넘어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반대’는 35.7%에 그친 반면 ‘찬성’은 과반인 59.8%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이 같은 행보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제 북한의 안보리 결의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우리의 일상이 됐다. 북한이 어제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 1년치 쌀 수입금액에 맞먹는다고 한다”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전까지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해서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한 대북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확보해야 하고 계속되는 북한의 의도된 도발엔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춘 우리 군의 단호한 대응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태영호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기현, 태영호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 발 더 나아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지금의 3축 체계를 갖고선 김정은을 위축시킬 수 없고 대북확성기 재개 등 북한에 대한 심리적·군사적 억지 능력을 보여주는 대응을 순서대로 하나씩 실행해 나가야 한다”며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공조 강화가 급선무겠지만 미군 핵전력 한반도 주변 상시 배치와 같은 확장억제력 제고 약속을 받아내고, 더 나아가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한국의 독자 핵개발 등과 같은 플랜B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궁극적으로 핵무장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만 북한 도발을 막아 이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며 핵무장 검토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는데, 이처럼 여당 내에서 핵무장론 등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에는 북한에 대한 압박 차원도 없지 않겠으나 정치적으론 대북 강경 대응에 우호적인 보수층을 흡수하는 한편 안보 정국으로 전환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 문재인·이재명 때린 與, ‘이태원→북한’ 이슈 전환 노리나

특히 이태원 압사사고에 대한 정부책임론을 역설하는 야권의 압박에 수세로 몰린 여당으로선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계기로 안보정당임을 강조해 보수층 등 지지세력 결집에 들어가는 한편 야당에 대한 역공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북한 도발 이후 국민의힘에서 북한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싸잡아 비판하는 상황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장 김기현 의원만 해도 전날 SNS에서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얹고 살면서도 북한 눈치를 보느라 온갖 도발과 비아냥에도 한 마디 항의조차 못했던 안보무능 문재인 정권과는 차원이 다른 대응을 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더 강도 높게 실시해 대북 억제력을 키우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 타협은 없다는 분명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문 정부 시절을 비판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이미 전날 SLAM-ER 정밀 공대지 미사일 3발을 NLL 이북으로 쏘며 맞대응에 나섰던 군은 3일 당초 내일까지였던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단 김 의원 뿐 아니라 또 다른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경쟁하듯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힘으로 게임체인저를 확보해야만 한다”며 독자적 핵무장론을 주장한 데 이어 주한미국대사에게 지난 1일 ‘전술핵 재배치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발언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이 대표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울릉도 서북쪽 바다가 아니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를 공격할 때 무슨 수로 막아낼 건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SNS를 통해 “핵무장에 대해 이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이 대표가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전술핵 배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했지만 난 그의 말이 무책임한 말이라고 본다”고 한 목소리로 이 대표를 직격했으며 당권경쟁자인 윤상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완벽한 실패다. 대북정책 실패와 이에 따른 안보위기 책임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문 전 대통령까지 비판했다.

(좌측부터) 유승민 전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유승민 전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당 대표 격인 정 위원장 역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권 5년 동안 신기루 같은 종전선언에 집착했고 김정은에게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줘 통탄할 노릇”이라고 문 전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을 뿐 아니라 같은 날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기자회견에선 “북한 핵공격 억제 관련 규탄 결의안을 우리가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아서 결의안조차 발의가 안 됐다”고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다만 정 위원장은 당권주자들이 앞 다투어 외치는 핵무장론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에 부담만 줄 수 있기에 수위 조절에 나서려는 듯 “저는 지금까지 핵 자체 개발이나 영토 내 전술핵 재배치 등 표현을 쓴 적은 없고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표현은 쓴 적 있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마련될지 한일 간 실효성을 담보한 구체적 대화가 진전돼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앞서 거론한 엠브레인퍼블릭이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북한이 미사일 쏘는 현 상황에 어떤 조치해야 하는가’)에서도 ‘독자 핵무장’ 의견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비교적 긍정적이었으나 전체적으론 ‘비핵화 유지’(32.2%)보다 낮은 18.9%였고, 한미동맹 강화가 37.8%로 우세했다.

◆ 북한에 엄중 경고해 안보 이슈에도 대응 나선 민주당

이렇듯 안보를 고리로 국민의힘이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서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온 국민이 대형 참사로 슬픔에 빠진 시기, 북한의 반인륜적 도발을 강력 규탄한다. 북한에 거듭 촉구하건대 군사적 도발을 당장 멈추라”며 “연이은 군사적 위협으로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 것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벼랑 끝 전술 펼치다 국제적 고립이란 벼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이 뿐 아니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같은 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울릉도 전역 공습경보를 꼬집어 “군민들은 어떤 상황인지 파악조차 못했고 20여분 뒤 문자 한 통 발송됐다”며 “윤 정부의 무능, 무책임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북한 위협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의 안보 대응과 위기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다신 이 같은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윤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또 공군에 따르면 전날 충남 대천사격장에서 개최된 ‘2022년 유도탄 사격대회’에서 국산 유도무기 천궁 1발이 비행 중 폭발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보다 하루 전엔 3축 체계 전력에 속하는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2발 중 1발에 발사 직전 오류가 떠서 발사 취소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앞서 지난달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 차원에서 현무-2C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오발이 났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대북 안보 이슈로 전환된다고 해도 꼭 정부여당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 확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보여주듯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1주차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책 추진을 잘할 것 같은 정당’을 물은 결과, ‘남북관계 및 안보정책’ 분야에서 민주당 40%, 국민의힘 35%로 나오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3일 긴급 NSC 상임위 회의를 소집하는 등 연일 NSC에 직접 참석하며 안보 중시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이에 힘을 실어주는 여론이 늘어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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