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주자들 반발에도 ‘이재명 위한 경선룰’ 확정···李에 득될까, 독될까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3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 ‘경선룰’을 이재명 전 대표에게만 유리하다고 평가되는 방식으로 변경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 친명 지도부, 이재명에게만 유리한 경선룰 강요···왜?
민주당은 지난 19대·20대 대선에서 100% 국민 선거인단 투표 방식의 ‘완전 국민경선’을 실시해 왔지만, 지난 12일 ‘권리당원 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비중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경선룰을 바꾸기로 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그간 민주당은 대선후보 선출 경선에서 개방성과 외연 확장성을 고려해 완전 국민경선 방식을 채택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는 ‘역선택’ 가능성을 감안해 별도의 선거인단을 모집하지 않고 권리당원과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경선룰 변경 절차에 돌입했다.
이 방식 아래선 당원 투표 비중이 높을수록 조직력이 강한 특정 계파가 유리해지다보니, ‘비명계’ 구도에 있는 후보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이는 지난 총선 과정 당시 비명계 인사들이 공천 파동을 당하면서 민주당 내 탈당 러시가 한차례 벌어진 바 있어서다. 이로 인해 현재 당내 권리당원 다수는 ‘친명’(친이재명)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경선 규칙을 변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역선택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모든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영향으로 해석했다. 또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지지세가 흔들리면 ‘이재명 대망론’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정치적 유불리 계산의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를 두고 경선룰을 변경하지 않아도 이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데, 지도부가 무리하게 경선룰을 바꿔 당내 갈등을 일으켰단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룰을 ‘당원투표 50%·여론조사 50%’ 방식으로 확정했다. 민홍철 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은 이날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중앙위원과 권리당원 합산 찬성이 96.56%로 과반을 넘었다”면서 가결을 선포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해당 안건에 대해 권리당원 38만9033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96.64%(37만5978명), 반대 3.36%(1만3055명)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중앙위원들의 투표도 590명 중 510명 투표 참여해 찬성 96.47%(492명), 반대 3.54%(18명)로 집계됐다.
◆ 김두관, ‘어대명 경선룰’ 확정에 결국 ‘민주당 경선 포기’ 선언까지
하지만 ‘비명계’(비이재명) 대선주자들의 반발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경선 불출마’ 포기 선언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6·3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은 ‘어대명 경선룰’ 확정에 반발하며 결국 ‘경선 보이콧’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완전국민경선에서 ‘국민참여경선’로 확정되자마자 김두관 전 의원은 예고했던 대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죄송하고 부끄럽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면목이 없다”며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리고 배제한 민주당 경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두관 전 의원은 “저는 민주당의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서 1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하는 ‘완전개방형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했지만, 당 선관위에서는 후보 측과 어떤 설명이나 논의도 없이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를 발표했다”며 “후보들과 협의 없는 경선룰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친명 지도부가 ‘역선택’ 우려를 표하며 국민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 “차라리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명단에 오른 사람은 참정권을 박탈하겠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선택일 것”이라면서 “신천지가 두렵고 전광훈이 무서운데 무슨 선거를 치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분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제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도 듣고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고 전하면서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전 의원 측은 이날 “대선 불출마는 아니다”며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상 무소속 출마, 진보 진영의 ‘반명 빅텐트’ 대선후보 선출 등 다양한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 ‘이재명 맞춤형’ 경선룰, ‘반명 빅텐트’ 출현 명분 이어질까?
현재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반이재명’ 전선 제3지대 빅텐트 출현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 진영에서는 이미 김부겸 전 총리도 민주당 경선 불참을 선언한 바 있고 앞서 민주당 탈당파인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명 연대 필두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추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연욱 새미래민주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어대명 경선룰 확정’에 대해 “70년 역사의 민주당이 오늘부로 소멸했다. 민주당은 사라지고 이제 ‘이재명당’만 남았다”며 “국민과 함께 걸어온 정통 야당,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한 축을 지켜온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민주당은 이재명의 사조직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규탄했다.
김 대변인은 “당내 비판은 반역으로 간주된 지 오래여서 어느 누구도 절대 총통에게 아부만 했지 제대로 숨소리조차 못 내더니 마침내 당의 경선룰마저 절대 권력자의 안심용으로 설계해 일극 절대 체제의 반민주 정당을 완성했다”며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막바지에 이낙연 전 총리에게 된통 혼난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낙연 트라우마’를 떨치기 위해 마지막까지 반칙과 변칙 멈추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어 “진짜 민주공화국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철저히 무너졌고 이제 가짜 민주당에는 이재명 일극 총통 체제의 그늘만 짙게 드리워졌다”며 “민주당에 남은 것은 이재명이라는 이름 하나에 종속된 ‘가짜 민주당’뿐이다. 민주의 껍데기를 쓴 ‘이재명 추대 정당’이자 ‘일극 총통형 당’에 불과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 李, 사법리스크도 ‘반명’ 결집 요소로 꼽혀…국힘도 “반명”
대선 후보의 도덕성 평가 잣대가 되는 사법리스크도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이재명 전 대표를 따라 다닐 꼬리표이다. 현재 8개 사건 12개 혐의의 5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 전 대표 앞에 놓인 각종 혐의의 재판들이 곳곳에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도 이재명 전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과 깊게 관련된 재판이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검찰은 이재명 전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 구형과 같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경쟁 상대 정당인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도 이미 ‘반이재명 전선’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실제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의사를 밝혔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제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며 “제 역할은 범죄자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기는 것을 막는 일과 계속해서 제도권 내외, 검은 카르텔세력에 맞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그 길이 외롭더라도, ‘반명연대’의 물꼬를 트는 고난한 길일지라도 묵묵히 견디며 나아가겠다”고 밝히며 반명연대 결성에 앞장설 것을 예고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사무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대선은 홍준표 정권이냐, 이재명 정권이냐의 양자택일 선거다. 전과 4범에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이재명 후보와 풍부한 경륜과 검증된 능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 홍준표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심판하고 사법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반명 선거 운동’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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