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5·18 기념식 참석 여부에 이목 집중…퇴임 후 첫 5·18 참배 나선 文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5·18민주화운동 43주기를 앞두고 정치권이 호남으로 총결집할 모양새여서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중 어느 쪽이 호남 표심을 잡게 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김재원 징계하고 5·18 기념식 참석하는 與, ‘서진정책’ 재가동?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오는 18일 제43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앞서 지난해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소속 의원 109명 중 99명이 기념식에 참석했던 국민의힘에선 이번엔 김병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일부가 청년정치인단과 함께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에도 참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연속으로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들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거 참석한다는 점에서 과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 들였던 ‘서진정책’에 다시 무게를 싣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은데, 무엇보다 올해는 ‘5·18정신 헌법수록 반대’를 거론했던 김재원 최고위원 논란도 있었던 만큼 호남 민심 달래기에 공을 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윤 대통령 후보 발언은 선거 때 표 얻으려고 한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가 지난 1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없는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김 최고위원은 5·18 기념식 공식 행사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논란을 촉발시켰던 김 최고위원도 징계에 반발하지 않겠다는 듯 자신에 대한 가처분신청이나 재심 청구에 나서지 않겠다고 SNS로 밝혀 ‘5·18’ 관련 파장이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에서 ‘서진정책’을 이끌었던 바 있는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6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최고위원 징계와 관련 “정치인으로서 상식 이하의 발언을 했기 때문에 사실은 보다 엄한 징계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에 징계하는 과정 속에서 (김 최고위원의) 정치 생명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는데, 그래선지 앞서 지난 8~12일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유권자 2503명에게 조사한 윤 대통령 지지율(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은 광주·전라에서 9.9%P 상승했으며 국민의힘 지지율도 이 지역에서 9.1%P 급등한 23.7%로 나왔다.
반면 호남지역이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민주당은 여기서 동기 대비 10.6%P 급락해 희비가 엇갈렸는데,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대해선 “김 최고위원 등 관련한 당 윤리위 결정이 분석 포인트다. 징계 결정으로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계속된 최고위원 설화가 공식적으로 해법을 찾은 모양새”라며 민주당 지지율에 대해선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권에서 큰 폭의 하락을 보였는데 코인 논란은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단 리얼미터 뿐 아니라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3~15일 유권자 1002명에게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시 광주·전라·제주에서 직전 조사 때보다 긍정평가가 1.8%P 상승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런 변화를 의식했는지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윤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장 최고위원은 “일부 최고위원들 설화 때문에 잘못을 만회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호남에 대해 일관된 진정성을 보여드리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며 “5·18정신의 헌법 수록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말씀한 부분이고, 국민의힘이 정강정책에도 5·18을 기록해놓은 것처럼 윤 대통령 공약을 집권여당으로서 충실히 이행한다는 의지를 이번에 또 보여드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 대표 재임 시절 서진정책에 공을 들인 바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이미 이날 허은아 의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김용태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 등과 함께 먼저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전당대회 과정 중 일부 몰지각한 지역감정에 호소하려는, 또 역사적으로 논란을 일으켜 이득 보려는 몇 명의 당 구성원 때문에 흔들리게 된 것에 마음이 아프다”라며 “지난 몇 년 간 김종인·이준석 지도부는 전라도 지역에서 많은 분의 아픔이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접근해왔다. 김기현 지도부에서도 이를 명심하고 당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대표도 호남 지역을 중시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지 5·18기념식 당일에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예정인데, 여기에 태영호 의원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새 최고위원 자리에는 당내 유일한 호남 출신 재선의원인 이용호 의원을 추대하는 방안도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어 호남으로의 외연 확장도 노리는 ‘연·포·탕’ 정치가 실현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비상 걸린 민주당, ‘5·18 헌법수록’으로 텃밭 수성 나서나
한편 호남 민심에 이상 기류가 흐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더불어민주당에선 의원 전원에 5·18기념식과 전야제 참석을 독려하고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전야제부터 1박2일 간 광주에 머무르기로 하는 등 당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 당력을 쏟는 모양새다.
더구나 최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기 때문인지 이 대표는 17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선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자고 정부여당에 공식 제안하면서 이슈 전환에 나섰는데, 이 지역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상승을 견제하려는 듯 그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정부여당이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 관심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선 우선 5·18 폄훼 발언을 한 정부 여당 측 인사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민주당 공약이기도 했던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지킬 때가 됐다”고 정부여당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원포인트 개헌 시점을 내년 총선에 맞춰 할 수 있게 하자고 제시했으며 같은 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하겠다. 윤 대통령이 의지와 일정을 제시만 한다면 여야가 힘을 모으겠다. 윤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5·18 행사에 참석하는 것보다, 5·18 행사에 국민의힘 의원 모두가 참석해 보여줄 수 있는 힘보다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으며 송갑석 최고위원도 “지난해 윤 대통령의 5·18 기념사에서 눈을 씻고 봐도 없었던 헌법전문 수록,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이 올해 대통령 기념사에는 반드시 담겨야 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5·18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압박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가세…하루 먼저 찾아와 5·18 묘역 참배
심지어 5·18 기념식 하루 전인 17일에 퇴임 후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추모 뒤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이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렇게 누리는 것도 5·18 항쟁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며 “재임 중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되지 않아 국민투표까지 가지 못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자칫 현실정치 개입 논란이 일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까지 이날 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 주장에 힘을 실은 셈인데,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5·18 추모기간 중 민주묘지 참배에 나선 경우도 문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18 민주항쟁에 크게 빚졌다. 우리 국민이 다함께 5·18 민주항쟁의 의미를 새기며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부터 5·18 헌법 전문 수록 ‘원포인트 개헌’을 공식 제안 받은 국민의힘에선 신중한 자세를 취했는데,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이 입장을 정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원포인트 개헌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좀 여론이라든지 여러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며 “원포인트 개헌은 쉬운 게 아니다. 87년 체제 이후 개헌이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을 종합적으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우회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드러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광주에서 “5·18 헌법 전문 수록은 이미 당내 여러 구성원들이 대선 과정에서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희는 그 약속은 변함없이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5·18 뿐 아니라 그 외 다른 민주화운동의 역사 역시 모두 헌법 전문에 기록할 가치가 있고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도 ‘도도하게 흘러온 5·18 정신의 강물을 거스르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더 노력하고 정진하겠다’고 써 윤 원내대표와는 온도차를 보였는데, 윤 대통령은 5·18기념식에 참석할 경우 과연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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