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사건으로 文정부 인사에 영장 청구…이재명 재판도 시작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검찰(중), 문재인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검찰(중), 문재인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간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들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처음으로 문 정부 시절 고위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 대표에 대한 재판에도 돌입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 감사원 수사 의뢰에 서욱·김홍희 영장 청구한 檢, 文 겨눈 신호탄 되나

감사원으로부터 지난 13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당시 5개 기관 소속 관계자 20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았던 검찰이 닷새 만인 18일 주요 피의자 중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결과를 내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서 전 장관에 대해선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어긋나는 군사 기밀을 삭제토록 지시한 혐의로 김 전 청장에 대해선 이씨 실종 당시 수색과 실종 경위 조사 등을 지휘한 책임자이자 청와대 국가안보실 방침에 맞춰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앞서 지난 13~1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 받은 두 사람 모두 자신에 대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영장 청구는 앞서 지난 6월 이씨 유족의 고발로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첫 신병 확보 시도로, 이번 의혹의 윗선을 규명하고자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소환조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 정부 인사들을 구속하는 신호탄을 본격적으로 쏘아올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앞서 검찰이 문 정부 출신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월성원전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지만 두 차례 모두 기각되면서 윗선 규명에 제동이 걸린 바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역시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경우 추가로 다른 인사들에 대한 영장 청구나 윗선 규명에 나서기 쉽지 않을 수 있다.

◆ 민주당 “전 정권 모욕주기”…국민의힘 “文도 수사대상 될 수밖에 없다”

당장 국정감사 중 문 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접한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못했는데, 박성준 대변인은 18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현직에 있지도 않은 자연인 신분인 장관과 청장이 증거 인멸을 할 가능성이 있냐, 도주 우려가 있기는 하냐.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라며 “검찰의 영장 청구는 덮어놓고 구속해서 망신 주겠다는 심산이다. 전 정권 모욕주기도 이 정도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일”이라고 비판했다.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김의겸, 박성준 의원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김의겸, 박성준 의원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벌써 다섯 달째 먼지 털 듯 검경이 수사해 나온 게 무엇이냐. 대통령의 외교참사를 잊게 만들려는 기획작품이란 의심까지 든다”고 주장했으며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국가안보만큼은 정쟁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글로 “정치적 이유로 전 정부 국방부장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대통령과 여당은 2번의 선거를 이겼으면서 아직도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것이냐. 정치보복을 위해 안보를 거덜 내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은 지난 2020년 당시 한기호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가 ‘국방부에서 보고한 내용을 보면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다’고 발언한 점을 들어 “100번 양보해도 군사 기밀상의 여러 정황증거를 종합해 월북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 문제이지, 문 정부는 ‘월북을 조작’한 적이 없다. 당시 상황의 본질은 자진 월북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국민을 북한 군인이 쏘아 죽인 만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허위와 날조가 노리는 바는 분명하다. 민생현장에 드러나는 무능을 가리는 것이다. 정치탄압을 위해 북한조차 이용하는 이 정권의 파렴치에 진저리가 난다”고 윤석열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이번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는데, 김의겸 의원은 해경이 이씨 발견 당시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점을 발표 내용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꼬집어 “이거 하나 갖고 사건을 완전히 뒤집어 다시 월북몰이하는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문 전 대통령도 조사대상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송 지검장은 “가정적 상황에 답변 드리지 않는다”면서 말을 아꼈으나 김 의원은 “검찰이 오늘 영장 친 걸 보면 대체 어디까지 판을 키우려고 하는 건지 걱정돼 드리는 말이다. 감사원과 검찰이 아주 긴밀한 협조 관계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거듭 검찰을 비판했는데,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한 목소리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중복되는 것, 감사 방법들을 놓고 볼 때 특수부 수사를 방불케 했다. 감사원이 서둘러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은 여론몰이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송 지검장에 한껏 힘을 실어주면서 아예 문 전 대통령 조사 필요성까지 주장했는데,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 전주혜 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마무리 못한 수사를 현재 하고 있는 게 정치탄압이냐. 오늘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게 영장 청구됐는데 청구할 이유가 있어서 한 것 아니냐”라고 민주당과 상반된 목소리를 낸 것은 물론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서면 조사에 대해 무례한 짓이라고 반응했지만 수사대상으로 문 전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월북몰이한 것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피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 수사를 포함해 엄정히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하자 송 지검장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고 진행해온 것처럼 일체의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답했는데,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0일 목요일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송 지검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청구된 거물급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발부될 것인지, 또 더 나아가 과연 윗선의 실체까지 확실히 밝혀질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재명도 검찰과 공방 시동…SNS에 ‘조작 수사 대비해야’ 기사 공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비단 문 정부 시절 있었던 서해 공무원 사건 뿐 아니라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에도 검찰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및 백현동 개발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당장 18일 첫 재판을 받게 된 이 대표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이 1만쪽 가량 되는 점을 들어 기록 검토를 위해 한 달 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 대표 측 변호인도 재판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기록 검토가 끝나야 공소 사실에 어떻게 대응할지,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알단 말을 아꼈는데,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 촉구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의 ‘셧다운 압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요즘 보면 바로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또 그는 자신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이날 본인 트위터에 ‘수년간 수사했는데 없던 증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이재명 조작 수사 대비해야 하는 이유’란 제목의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 기사 원문을 실은 커뮤니티 글도 공유했는데, 이 글에선 국정감사 당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의 답변 등을 꼬집어 “남 본부장은 ‘기존 불송치 결정이 뒤집힌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두산이 집행한 광고비 50억원에) 대가성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청탁과 대가성에 대한 진술에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고강도의 압박 같은 게 있지 않은 이상 사람이 이렇게 진술을 바꾸는 건 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이 대표를 비호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는데,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과 관련 ‘이 대표가 결국 무죄가 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본다. 성남은 밑에 부하 직원이 4000~5000명 된다. 기억이 난다, 안 난다 이걸 재판부가 판단하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고, “결국엔 (이 대표가) 여러 가지 사법리스크를 본인이 지고가겠다(고 했다). 당은 여기에 대해 선명하게 맞서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선지 이날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임 경기지사인 이 대표 시절 자료 제출을 경기도 측에 요구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반발하며 맞섰고, 여당 의원들이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 연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거론하면 윤 대통령 배우자의 처가 연루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내세워 맞불을 놓는 등 격한 공방을 이어갔다.

급기야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는 친명계인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현재 친정권 검사가 있느냐”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질의하는 등 검찰을 향한 공세를 펴기도 했는데, 하지만 검찰도 앞으로 1개월 내로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가 받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 대표 측에 대한 압박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어 민주당이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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