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 연예인급 외모면 가격 상상초월

 

 
접대부를 고용해 영업하는 형태인 룸살롱은 유흥주점으로 신고해야 한다. 단란주점은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다. 하지만 단란주점으로 신고한 채 불법으로 접대부를 고용해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 룸살롱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 서울에서 룸살롱이 밀집해 있는 곳은 역삼동, 삼성동, 청담동 등 강남지역이다. 강남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고된 단란주점은 403개, 유흥주점은 301개 업소였다. 서울 전체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란주점은 3164개, 유흥주점은 2377개 업소에 이른다.

 

다양한 등급의 룸살롱, 술값도 천차만별

 룸살롱에도 등급이 있다. 룸살롱은 크게 ‘텐프로’ ‘쩜오’ ‘세미·클럽’ ‘하이퍼블릭, 퍼블릭’ ‘하드코어, 풀방’ 등 5개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높은 급인 ‘텐프로’와 다음 단계인 ‘쩜오’는 전체 룸살롱의 10% 안팎이다. 최근에는 업소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최고급 룸살롱인 텐프로는 특히 많이 줄어 서울시내에선 10여개만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업주 강 모(43)씨는 “텐프로에서 판매하는 술은 최하가 발렌타인 17년산이고 고급 와인도 있다. 텐프로에 가는 손님들은 발렌타인 17년산도 창피해서 못 시켜 150만~200만 원짜리 발렌타인 30년산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텐프로의 특징은 ‘TC’가 없다는 것이다. TC는 술값, 안주 값을 제외한 여성 접대부에게 주는 금액을 말한다. 룸살롱에서는 불법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텐프로는 내부 규정으로 여성 접대부가 성매매, 일명 ‘2차’를 못 나가도록 하고 있다. 강씨는 “손님이 2차를 원하면 매니저가 안된다고 하지만 돈만 주면 2차를 간다.”면서 “2차를 가려면 웬만한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을 줘야 하고, 연예인급 외모면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 접대부들은 일어·중국어·한국어 등 3개 국어도 한다.”고 말했다. 텐프로는 과거 역삼동 인근에 밀집해 있었는데 최근 대부분 청담동으로 옮겼다. 강씨는 “청담동이라고 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룸살롱 업주들이 선호한다.”고 했다.

바로 아래 급인 쩜오도 가격이 텐프로 못지않은 수준이다. 쩜오는 특히 혼자 찾는 손님이 많다. 강남지역의 쩜오급 룸살롱은 4~5년 전만 해도 100개 넘게 있었지만 최근 20개 정도로 줄었다고 강 씨는 설명했다.

쩜오 아래 단계에는 세미와 클럽이 있다. 클럽 등급까지는 노래방 기기가 아닌 밴드가 반주를 한다. 지난해 회자됐던 강남지역 최대 규모 룸살롱인 ‘YTT(어제오늘내일)’가 이 등급에 속한다. 강씨는 “일반적으로 클럽 등급의 룸살롱은 방이 100개가 넘고, 여성 접대부가 500명 정도”라며 “손님들이 여성 접대부를 고를 때 여러 번 교체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부터 오지 않아 그걸 맞추려면 500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클럽 아래에는 전체 룸살롱의 절반을 차지하는 하이퍼블릭과 퍼블릭 등급이 있다. 이 등급의 룸살롱부터는 노래방 기기를 두고 운영한다. 강씨는 “주로 방이 20개, 영업진 10~15명, 여성 접대부 35명 정도 규모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이퍼블릭, 퍼블릭 등급 정도의 룸살롱에서 2명이 2차를 포함해 술을 먹으려면 금액이 100만원을 웃돈다. 이 가운데 15~20%가 업주에게 돌아가는 금액이다. 강씨는 “술값과 TC, 2차비용, 웨이터 팁 등을 빼고 남는 금액이 업주에게 돌아가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6~7팀이 방문하면 업주의 수입은 하루 100만원, 한 달이면 2000만원인 셈이다.

가장 아래 등급으로 하드코어, 풀방, 하드풀방 등이 있다. 하드코어는 일명 ‘북창동 스타일’로 불리기도 한다. 하드코어에서는 불법 성매매가 아닌 유사 성행위가 이뤄진다. 물론 불법이다. 풀방은 불법 성매매를 하는 룸살롱을 말한다. 최근에는 하드코어와 풀방이 합쳐진 형태의 하드풀방. 하드풀방에 안마시술소를 합친 형태 등 룸살롱 형태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강씨는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보고 찾아간다. 문 열어놓는다고 오지 않는다. 전체 룸살롱의 10%를 차지하는 이 등급은 최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문자메시지, 온라인 등으로 광고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다른 룸살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사실 다른 곳은 다 죽으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과거 유행했던 ‘미러방’ ‘유리방’ 등은 사라졌다고 한다. 미러방과 유리방은 거울이나 유리 건너편에 있는 접대부를 손님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의 룸살롱이다. 강씨는 “업주 입장에서 굳이 접대부들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없다. 요즘은 손님들이 일찍 오지 않으면 접대부를 선택하기도 힘들다. 선택하려면 초저녁이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룸살롱에도 장사가 잘되는 곳은 잘되고, 망하는 곳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강씨는 “가격이 싼 곳이 호황이고 비싼 곳은 살아남기 힘들다. 가격이 싼 업소도 시설을 잘해놓기 때문에 손님들이 굳이 비싼 곳을 안 간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퍼블릭 등 중간 등급의 룸살롱들은 살아남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업한다. 이른바 ‘2부’ 영업이다. 룸살롱 업계에서는 저녁부터 새벽까지의 야간 영업을 1부, 점심부터 저녁까지의 영업을 2부라 부른다.

강씨는 “낮에 강남을 돌아다니다 보면 낮 12시쯤 술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손님이더라. 한 번은 오후 5시쯤 다른 가게에 놀러갔는데 손님 한 명이 완전히 취해 있었다. 종업원에게 언제 온 손님인지 물었더니 오후 1시에 왔다고 했다. 여성 접대부는 집에서 자다가 전화 받고 왔다고 했다. 강남에 룸이 20개 정도 있는 가게의 한 달 월세만 1600만~2000만 원 정도이다. 이렇게 하루 종일 풀로 돌려야 비싼 월세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룸살롱이라도 낮 시간에 영업하는 2부의 가격은 1부의 절반 정도다. 강씨는 “양주 한 병이 1부 때 20만 원 정도라면 2부는 13만~15만 원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여성 접대부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1부와 차이가 있다. 2부는 대부분 2차 없이 술만 판다. 2부를 이용하는 손님 층은 연예인, 운동선수가 많다. 유명한 연예인이 온다기보다 만나도 사인 받고 싶지 않은 급의 연예인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국내 유흥업계 종사자는 100만 명

경찰은 지난해 3월 ‘강남 풀살롱의 황제’ 이 모 (40)씨의 주변 수사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룸살롱을 발견,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곳 Y룸살롱은 2010년 7월 오픈과 동시에 재벌들과 고위급 인사가 자주 찾았는데 강남의 D룸살롱과 함께 ‘빅3’로 등극하였다.

Y룸살롱의 겉모습은 지상 18층, 지하 5층 규모의 평범한 관광호텔이지만, 실상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룸 규모만 180개가 넘는 초거대 룸살롱이다. 거기에다 웨이터들만 무려 700명, 여성 접대부는 500명이 넘는 등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18층 호텔의 객실은 모두 196개인데 워낙 장사가 잘 되어서 숙박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빈방이 없을 정도였고 ‘대실(貸室)’만 가능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Y룸살롱은 법인으로 위장하여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사업을 하는 등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였고, 접대부들도 가짜 인적사항과 급여를 기본으로 ‘4대 보험’까지 가입시켜 세금탈루 등을 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여성가족부가 2011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유흥업계 종사자 수는 100만 명, 그리고 연간 매출규모는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과거 집창촌으로 대표되던 불법 성매매 업소는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의 집중 단속으로 갈 곳을 잃은 성매매 여성들이 안마시술소와 노래방 도우미 등 각종 변종 성매매 업종으로 진출하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룸살롱 업주 “술값 75%는 회사 동료들끼리 먹은 것”

8조원의 불편한 진실은 접대비 대부분이 실제 접대에 쓰인 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룸살롱 업주는 “8조 원 중 6조 원 이상은 접대가 아닌 회사 동료들 끼리 와서 먹은 것이다. 하루 열 팀이 온다하면 일곱 팀은 지인들끼리 온다. 진짜 초호화 접대는 흔치 않다. 다른 업소들도 마찬가지다.” 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제도 회사 직원 6명이 왔다. 같은 회사 상무, 부장, 차장, 과장이었는데 술을 많이 먹어서 술값만 150만 원 정도 나왔다. 계산은 두 명이 카드로 각각 90만 원, 60만 원씩 나눠서 결제했다.”고 말했다.

 

해외로 가는 여성 접대부…유흥문화도 수출 강국?

여성 접대부중 해외로 가는 경우가 있다. 최근 두바이로 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건설 등 한국의 여러 기업이 두바이로 진출하면서 룸살롱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한국의 룸살롱 문화를 해외로 수출한 셈이다. 해외로 나가서 6개월 정도만 고생하면 5000~6000만 원은 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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