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룸살롱 문화!

밤 문화의 꽃 룸살롱 밤의 문화는 낮의 문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낮의 세계가 '생활'과 '건전함'을 모토로 한다면, 화려한 밤의 세계는 이와는 정반대, 즉 '즐거움'과 '쾌락'을 먹고산다. 밤 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룸살롱. 건실한 한국 경제를 좀먹고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언제나 손가락질 받지만, 엄연히 굳건한 생명력을 질기게 유지하고 있는 지하경제의 메카이기도 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고, 내밀한 거래(접대)와 낮동안 숨겨왔던 은밀한 판타지(쾌락)를 즐기려는 이 땅의 남자들이 대오각성하지 않는 한, 룸살롱 문화는 번창할 수밖에 없다. 룸살롱의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썸씽스페셜, 딤플, 임페리얼로 상징되는 양주와, 화려하고 세련된 자태를 뽐내는 아가씨(일명 나가요 걸)들. 만약 이들이 없다면 룸살롱 문화 자체가 성립이 안될 만큼, 필수불가결한 핵심 요소다. 룸살롱에서 술 마시는 법 '룸살롱 코스'는 대개 다음과 같이 천편일률적인 단계를 밟는다. 대개 3~5인의 양복걸친 남자들로 이루어진 손님들은 천장에는 황금 빛 조명이, 바닥에는 빨간 카펫이 어른거리는 룸살롱 입구에서 담당 웨이터를 찾는다. 이 방면에 익숙한 남자들이라면 대개 단골 업소마다 '부장'이라는 직함의 고참 웨이터를 알게 마련이다. 호명한 웨이터가 현관으로 나오면 룸으로 안내되어 안으로 들어가는 수순을 밟는다. 이 날 술자리의 성패는 고참 웨이터와 손님들과의 친분 관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아는 부장이 없거나 출근하지 않은 날 업소를 방문했을 경우, 찬밥 신세로 '꼬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룸으로 들어가 앉아있으면, 새끼 웨이터가 들어와 테이블 세팅을 한다. '사업상' 중요한 얘기는 이때 하는 경우가 많다. 세팅이 끝나면 아가씨들을 관리하는 마담이 들어와(대개 '새끼 마담'이다) 손님들과 잠시 환담을 나누고, 곧이어 고참 웨이터의 안내로 아가씨(여기서는 '파트너'라는 명칭으로 불린다)들이 차례대로 들어와 손님 곁에 자리잡는다. 단골 손님이라면 안면을 익힌 아가씨를 '지명'하는 경우도 있고, 마음에 드는 파트너가 나타날 때까지 업소 아가씨 거의 전부를 룸에 불러들여 품평하는 까다로운 부류도 있다. 처음엔 담소, 조금 있다가 춤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파트너가 정해지고 술과 안주가 들어오면 본격적인 '향응'이 시작된다. 대개는 파트너 아가씨와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다가, 지는 사람이 벌칙으로 맥주에 양주를 섞은 폭탄주, 혹은 '회오리주'를 마시는 게임을 하다가, 분위기가 거나해지면 '밴드'를 부르게된다. 여기서 말하는 밴드란, 전기기타를 둘러맨 악사 한 명, 그리고 노래 선곡과 악보 및 가사가 화면에 뜨는 미디, 앰프, 스피커 등이 한데 합쳐진 '가라오케'로 구성되어 있다. 나란히 앉아 정겹게 나누던 대화의 장은, 순식간에 춤과 노래의 향연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손님은 블루스를, 아가씨는 최신곡 선호 남자 손님들은 '블루스'를 출 수 있는 느린 템포의 노래를, 아가씨들은 자기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빠른 박자의 최신곡을 즐겨 선택한다. 센스와 관록을 갖춘 손님이라면 아가씨(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최신 유행곡을 재빠르게 파악, 나가요걸들의 열렬한 환호를 얻기도 한다. 한때는 자신들의 사연을 그대로 담은 듯한 절묘한 가사의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가 아가씨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기도 했다. '노래 타임'은 대략 한시간 쯤 지속된다. 물론 룸에 있는 모든 이들이 빠짐없이 춤과 노래를 탐닉하지는 않고, 대개 한사람 씩 돌아가며 부른다. 2인 1조로 구성된 손님과 아가씨가 마이크를 잡게된다. 가라오케에는 보통 마이크가 두 개 장착되어 있어서, 두 사람이 함께 부르던가, 아니면 한사람이 마이크를 잡은 동안 나머지는 뒤에서 박수를 치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룸살롱,하면 흔히 선입견으로 떠오르게 마련인 '질펀한' 광경은 북창동이나 일부 변태 업소를 제외하고는 별로 발생하지 않는 편. 알코올로 거나해진 손님이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추태를 부리는 경우도 있으나, 이런 손님은 업계에서 '아웃' 대상이다. 정통적인 룸살롱이라면 어디까지나 '사교의 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마무리 및 계산, 그리고 '2차' 한시간 여의 노래 타임이 끝나면, 술자리는 실질적으로 파장의 국면을 맞이한다. 가라오케가 룸밖을 나갈 때 아가씨들은 일제히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는데, 상황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암묵적인 신호다. 밴드가 들어오기 전처럼 '담소'를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춤과 노래의 열기가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 이런 종류의 대화는 사실 맥이 풀리게 마련이다. 설사 대화를 진지하게 나눠보려 해도, 부장급 웨이터와 마담이 들어오는 바람에 방해를 받는다. 이른바 '계산'의 단계인 것이다. 신용카드, 그중에서도 '법인카드'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는 계산은, 극소수 마음씨 좋은 손님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번에 깨끗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룸살롱에서 술 마시는 값은 대개 기백만원 단위의 고액이므로, 값을 좀 깎아달라고 한바탕 실랑이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에 소위 말하는 '2차'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술자리가 '접대'의 성격이 강하다면 참석인원 거의 모두가 근처 여관으로 가게되는 것이고, 친구나 동료끼리 모여 노는 자리였다면 2차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확연하게 갈린다. 간혹, 2차를 가고싶었어도 아가씨가 여러 가지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하여 그냥 집에 가는 사람과 잠시 쉬었다 가는 사람들의 행보가 갈린다. 귀가하는 사람들은 새끼 웨이터들이 잡아준 택시를 타고 그냥 가면 된다. 본격적인 2차로 향하는 손님의 경우, 업소 앞에 대기한 차량(검정색 그랜저급 차량이 절대 다수다)에 아가씨와 함께 탑승하여 근처 여관으로 향하거나,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미로처럼 복잡한 통로와 계단을 따라 룸살롱 바로 위에 있는 '투숙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그럼 '2차'의 순간이나, 그 다음에 일어나는 양상은? 손님과 아가씨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의 사연이 나오므로,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 생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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