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주당 뒤흔드는 ‘1인1표제’, 정청래 드라이브에 내홍 격화

정청래호, 대의원제 폐지 공식화···권리당원 주권시대 앞두고 잡음 확산

2025-11-24     이혜영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력히 추진하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이 당내 격렬한 진통을 낳고 있다. 대의원제의 실질적 무력화와 권리당원 중심 체제로의 전환 등 당원 주권 강화를 골자로 한 정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가 오히려 당내 갈등을 키우는 모습이다. 

◆ 권리당원 중심 ‘1인1표제’ 개편 속도전···‘정청래 개혁론’에 쏠린 시선

정 대표가 당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가치’를 기존 ‘20:1 이하’에서 ‘1:1’로 바꾸는 개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성 가중치를 없애 권리당원의 영향력과 권한을 대폭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최근까지 ‘1인1표제’에 대한 당내 개혁에 박차를 가하며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최근 1인1표제에 대한 당원 의견수렴 투표까지 추진해 “86.8%의 찬성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도 줄곧 ‘1인1표제’ 도입을 자신의 핵심 과제로 제시해왔다. 지금도 당원 의견수렴 투표 결과를 고리로 ‘1인1표제’ 추진에 대한 강행의 뜻을 연일 밝히고 있다.

정 대표는 23일 자신의 폐이스북을 통해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 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1인 1표제는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원 주권 정당의 길, 이번 당헌·당규안에 당무위원, 중앙위원, 당원동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당원주권은 정당 내에서 당원이 정책 결정, 지도부 선출 등 주요 의사결정의 주체가 돼 당의 주인으로서 직접 참여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원칙을 의미하며, 이재명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에 이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의 등가성을 20 대1로 바꿨고 최종 목표는 1 대 1로 만드는 것이었다”며 “이제 당원 주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80%가 넘는 높은 찬성율에 비해 16.8%라는 낮은 투표율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잡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강성 지지층 중심의 참여로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반발과 함께, 팬덤 정치의 부작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린 것이다.

정 대표의 개혁론을 두고선 정치적 판단을 둘러싼 의구심도 정치권 내에서 나오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며 “거기의 흐름이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딴지일보를 여론 기준 삼아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모두 비정상,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 드잡이하려는 선언인가”라며, 사실상 집권 여당이 특정 지지층에 지나치게 기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 당내 엇갈린 시선, 찬반 의견 분분···정청래 ‘정치적 의도’ 의심 제기까지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좌)과 정청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당내에서도 ‘1인1표제’ 도입을 두고 찬반 논리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상태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24일 정 대표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직접 반대 목소리를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에 대한 찬반보다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실제 논란의 핵심”이라며 이번 당헌·당규 개정 추진 과정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권리당원의 16.8%밖에 참여하지 않은 여론조사를 생각한다면 ‘무조건 정해졌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방식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지 않다”며 “중요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더구나 왜 이재명 대통령 순방 중에 이렇게 이의가 많은 안건을 밀어붙이느냐, 그래서 당원들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비판한 후 급기야 회의장까지 중도 퇴장했다.

강득구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주권 실현만큼 중요한 가치는 바로 전국정당의 완성”이라며 “대의원제에는 단순한 기득권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균형과 전국정당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당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전략적 보완장치가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1인 1표제를 도입한다는 이유로 보완장치 취지까지 모두 없앤다면 그건 우리 당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를 훼손하는 졸속 개혁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종군 의원도 “대의원과 권리당원 1인 1표제에 대해서는 지역위원장 영향력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하지만,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 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며 “영남지역 당 활동 활성화, 당원 자긍심 고취를 위한 최소한의 동인을 제공하는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정 대표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청래 (대표) 재선용 개정’이라는 등 음모론까지 등장한다”며 “당을 위한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적 결론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인 1표 공감하나 보완하자’는 주장에 적극 공감한다”며 “더 좋은 방안이 있는지 논의해 (보완 작업은) 차후 다시 개정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박 수석대변인은 “아무것도 없이 무조건 ‘1인 1표 졸속으로 처리한다’는 식의 말씀들이니 오해가 더 생기는 거 같다”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선 의원들을 질타했다. 

이날 열린 당무위에서도 1인 1표제 도입안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충분한 숙의없이 진행된다는 비판이 나오며, 회의장 밖에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과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이해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원 주권 강화는 당연지사로, 1인 1표제는 할 때가 됐다”며 “당세가 취약한 전략 지역에 대한 보완은 TF에서 다뤄야 한다”고 중재를 시도하고 나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반발 커지자 결국 연기 ‘속도 조절’···정청래 리더십 시험대 오를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정청래 지도부는 당초 이번 주에 처리하려던 개편안 결정을 결국 일주일가량 연기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를 열고 ‘1인 1표제’의 당헌·당규 개정안은 의결했지만, 보완책 마련을 위해 중앙위원회를 통한 최종 확정 시기는 기존(오는 28일)보다 일주일 연기한 내달 5일에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당무위원회를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주일 정도 미뤄서 의견을 조금 더 듣고 보완책을 구체화시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어서 수정하기로 판단했다”면서 “정청래 당대표가 수정안을 직접 발의했고, 그 수정안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의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당 안팎에서 분출되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로 인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에서 정청래 대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부담 요인으로 작동한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친명(이재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의견 수렴 방식, 절차적 정당성, 타이밍 면에서 ‘이렇게 해야만 하나’라는 당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들려 온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정 대표의 리더십과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출한 셈이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당원 참여 확대는 필요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리는 분위기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대의원제를 보완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기로 했고, 취약 지역에 대한 배려 조항을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에서 보완했다”며 “구체성 등을 담아 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수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편안 추진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는 게 당 내부의 중론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의원제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당대표 비서실장은 한민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1인 1표제는 정 대표만 추진한 게 아니다”며 “1인1표제는 민주당의 이어달리기였다. 지난 2022년 때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도 그랬고, 2023년 혁신위원회에서도 그랬다”고 반박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가 이번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고 제도 개편을 매듭짓느냐가 향후 정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과 리더십 재평가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내주 다시 ‘1인1표제’의 당원주권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최종안을 조율할 예정인 만큼, 정청래 대표가 이번 내홍을 넘어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