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란전담재판부·위헌정당 해산 다시 거론하는 민주당, 왜?

與, 李 순방 마무리 접어들자 초강경 기조 재개…표적, 검사에서 판사·국힘으로?

2025-11-25     김민규 기자
5일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1)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평검사 강등’ 요구, ‘검사 파면법’ 발의 등 검찰에 총공세를 퍼붓던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중앙지검장 등 일부 검찰 인사가 이뤄진 이후 검찰이 아닌 사법부로 공세의 초점을 옮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공식화한 민주당 “대통령 귀국하면 차질 없이 처리”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사법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대통령께서 순방을 마치고 (26일) 귀국하시면 차질 없이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내란 사범이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면돼서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도록 하겠다.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성제 전 법무부장관 등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고 있고 또 다른 영장들도 기각돼서 당원들의 분노가 많이 있어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해야 되지 않느냐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당원의 요구가 많은 것도 안다”며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빛바래지 않도록 당정대 간 조율하고 있고 원내대표하고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에,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정 대표가 밝혔듯 민주당이 갑자기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에 속도를 올리려는 배경에는 12·3 계엄 사태 1주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내란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수차례 기각되는 등 상황이 기대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조차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강성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진관 재판부가 관장하는 한덕수의 결심공판이 오는 26일 열린다. 늦게 시작했지만, 신속하고도 원칙적이며 절제 있는 재판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반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 지귀연 재판부의 1심 선고는 윤석열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1월 18일 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며, 한덕수 전 총리 재판부와 윤 전 대통령 재판부를 비교해가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경파의 일방 행보로 대통령 순방 성과가 덮인다며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에 대해 그간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김 원내대표까지 강경파들이 촉구해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선 이날 직접 ‘차질 없는 추진’을 거론한 만큼, 당내 온도차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에 대해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법무부가 검찰 조직 안정에 우선 방점을 두고 ‘평검사 강등’과 같은 인사 조치는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여당도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의 확전으로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기보다 ‘12·3계엄’을 고리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여론전에 힘을 실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특검, 사법부 수사하라” 촉구한 민주당, 제1야당엔 “위헌정당 해산심판”

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위가 24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현희 의원실

그간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위는 당장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물론 사법부 구성원들의 신뢰마저 잃은 조희대 사법부에게 더 이상 국민의 명령인 내란 종식을 맡길 수 없다. 사상 초유의 대선 개입, 내란수괴 윤석열의 불법적인 석방에 이어 거듭된 내란범의 구속영장 기각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내란세력의 방어막을 사실상 자처한 것”이라며 “내란전담재판부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특검이 있으면 특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윤 정권이 비상계엄 선포했던 바로 그 시각 대법원 수뇌부는 심야 긴급회의를 열었는데 회의록이 없다고 한다. 계엄사령부에 사법권 이양을 협력하는 회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헌정을 수호해야 할 사법부가 내란세력과 결탁했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의 자유를 볼모로 잡는 국가 전복행위”라며 내란특검을 향해 ‘즉시 사법부 수사에 착수할 것’과 ‘사법부 행동 시간표를 분석할 것’, ‘12·3 심야 회의의 모든 기록과 보고 문건, 메신저 대화를 즉시 압수수색할 것’, ‘대법원·법원행정처 전산망과 문서고를 전면 포렌식할 것’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유는 다르지만 이미 윤 전 대통령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민주당이 제기했던 ‘룸살롱 접대 의혹’ 관련해 최근 첫 압수수색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 판사의 택시 앱 사용 기록 등 휴대전화 사용 기록을 확보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선 같은 날 정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에 동조했던 국민의힘 누구 하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을 위헌정당 해산 심판 대상에 올려 헌법적 절차를 밟겠다”며 헌법재판소에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 역시 지난 23일 법원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1심 선고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려 국민의힘에 사법리스크 해소 가능성이 열리자 오는 27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을 앞두고 ‘위헌정당해산심판’을 거론하면서 헌재를 통해 제1야당 압박에 나서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추진할 뜻을 드러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2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생마저 볼모로 잡는 필리버스터는 내란 옹호와 마찬가지로 정당 해산의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라며 원내 소수인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원내 투쟁 수단인 필리버스터에도 ‘정당 해산’ 경고를 붙였다.

◆ 나경원 “내란몰이로 정치보복”…장동혁 “고개 숙이면 목 부러뜨리는 게 민주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 컨벤션홀에서 열린 전국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국민의힘에선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24일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올해 안에 소위 ‘7대 사법파괴법안’을 밀어붙이려는 데 이어 필리버스터까지 손보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이재명 정권은 힘으로 제도를 짓누른 전력이 부지기수로, 이 대통령 재판 재개를 막기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고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책임자인 항명 검사장들을 길들이며 오직 권력자를 보호하는 데 몰두해왔다”며 “권력에 눈이 멀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민생을 파탄내고, 사법정의를 붕괴시키려는 모든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을 겨냥 “검찰해체에 이어 공직사회를 해체해 친민주당 인사들로 채워 넣으려 하고 있고 거기에 더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으로 정치특검에 이어 정치특판까지 두려 한다. 1년 내내 계엄팔이·내란몰이에 혈안이 돼 온 나라를 정치보복 드잡이에 검찰해체, 법원 장악, 국가 해체까지 무자비하게 자행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1년 내내 계엄팔이, 내란몰이로 우려먹었으면 그만 우려먹어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대표가 ‘위헌정당해산심판’을 거론한 24일 ‘전국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이 전쟁을 끝내주겠나. 고개를 숙이면 목을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리고, 우리가 엎드리면 땅에 밟아서 짓이기는 게 민주당”이라며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민주당,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이재명인데 왜 우리가 움츠러들고 뒤로 물러서야 하느냐. 왜 우리는 움츠러들고 저들이 파놓은 프레임 속에서 허우적거려야만 하느냐”고 끝까지 맞서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런 기류 속에서 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까지 결행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거대여당이 사법부와 제1야당의 운명까지 사실상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예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다뤄지지 않을 경우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