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오세훈 서울시장 향한 당정 공세에 ‘선거 개입’ 논란, 왜?
김민석 총리, 吳 추진 사업 일일이 저격…국민의힘 “노골적 관권선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 뿐 아니라 김민석 총리도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연일 지적과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김 총리, 현장행보까지 하며 세운재정비·한강버스·감사의정원 직격
김 총리는 지난 10일 종묘를 직접 방문하면서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이 문화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14일엔 서울 광진구 한강 뚝섬지구 수상레저업체를 직접 찾아가 “한강버스 운항 이후 수상스키 활동에 각종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는 현장 보고를 들었다”고 말하고, 뚝섬 한강버스 선착장을 방문했다. 15일 저녁 한강버스가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자, 16일 “한강버스 선박, 선착장, 운항노선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17일에는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오 시장이 추진한 ‘감사의 정원’ 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와 정부서울청사에서 면담한 뒤, 광화문 광장 내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행정안전부에 사업의 법적·절차적·내용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주민, 서영교 의원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강버스 관련해 오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의 사과와 한강버스 운항 중단을 요구했으며 17일 오후엔 ‘서울시정 정상화’TF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 국감에서 ‘(한강버스의) 안전에 별 문제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발언했다. 오 시장을 국회 국토교통위 차원에서 위증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TF의 위원장인 천준호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오 시장을 겨냥해 여당 소속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과 ‘속도 잃은 신통기획(신속통합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오 시장 재임 4년 3개월 동안 인허가·착공 실적은 전임 시장의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만4549호, 13만5500호나 감소했다”고 주택공급 정체 관련해서도 오 시장을 직격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박경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서도 ‘감사의 정원’ 사업을 꼬집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상징하는 민족적 자긍심과 주체적 역사관이 살아 숨쉬는 곳 한복판에 외국 군대의 의장대 사열 자세를 본떠 ‘받들어 총’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하겠다는 것은 광장의 정체성을 군사주의적이고 외세 의존적으로 퇴색시키는 행위”라며 “서울시는 감사의 정원 조성을 결정하면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공론화와 시민 참여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고 더 큰 문제는 73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다.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급성도, 공공의 합의도 부족한 조형물에 시민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 서울시, 당정 압박에 직접 반박 나서고 고소 등 법적 대응도 불사
이 같은 당정의 총공세에 서울시도 적극 맞대응에 나섰다. 오 시장은 18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 참석해 세운4구역 재개발로 종묘 경관이 훼손된다는 지적과 관련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그렇게 압도적으로 눈 가리고 숨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를 정도의 압도적 경관은 아니다”라며 세운4구역 재개발 시뮬레이션 결과 이미지를 공개했다.
지난 17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유네스코 측은 세운4구역의 고층 건물 개발로 인해 세계유산인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고 명시하며 영향평가를 반드시 권고했다”며 해당 문서를 서울시에 공문 발송했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 오 시장이 직접 시뮬레이션 자료까지 내세워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또 서울시는 ‘오세훈 시정실패 정상화TF’ 단장인 천 의원이 18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인터뷰’에 나와 “저희에게 은폐된 사고를 제보했던 한강버스 관계자가 처음 사고가 발생하니까 서울시 내부에서 외부에 유출하지 말라고 하는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같은 날 서울시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유포한 데 대해 즉각적인 고소 절차에 착수했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 시민들에게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혼란을 주는 행태가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시정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선 즉각적인 법적 조치 등을 통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오 시장도 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한강버스 멈춤 사고와 관련해 “본질적인 안전성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 이미 확인된 만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라는 성공적인 사업을 할 때도 현미경을 들이대고 반대하고 힘들게 했다. 세빛섬은 완성해서 넘겨줘도 문을 닫아버렸다”며 “사업이 한창 진행 중에 현미경 들이대서 따지면 여러 지적사항이 나올 수 있는데 민간기업도 그렇게 안 한다.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 6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총리가 법적·절차적·내용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라고 행안부에 지시한 ‘감사의 정원’ 사업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전날 “시는 기본 계획 수립 이후 지방재정법 및 공유재산법에 따른 투자심사와 공유재산관리계획 등 제반 행정 절차에 대해 법적, 절차적, 내용적 측면에서 적법하게 추진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 국민의힘 “김 총리 행보, 노골적 관권선거 개입…선관위, 조사해야”
오 시장의 소속정당인 국민의힘에서도 18일 권영세·나경원·배현진·조은희·조정훈·신동욱· 고동진·서명옥·박수민·박정훈·김재섭 의원 등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 총리는 서울시의 정책만 쫓아다니며 오 시장 흠집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체부 등 정부기관을 억지 동원해 여론을 선동하는 전형적인 관권선거 개입의 작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김 총리의 노골적 관권선거 개입을 규탄한다. 즉각적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한다”고 당정에 맞서 오 시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리를 꼬집어 “선거 개입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측면이 다분히 있어 보인다. 굳이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지방사무에 관해서만 시시콜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자세는 국정 전체를 총괄해야 하는 국무총리로서 적합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총리 발언 이후 장관들과 부처가 연달아 서울시 결정에 제동 거는 모습은 행정이 아니라 정치가 움직인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장에 나갈 생각이라면 총리 딱지부터 떼고 정정당당히 시민 앞에 나오라”고 김 총리에 일침을 가했다.
다만 김 총리도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종묘, 한강버스, 광화문 이슈를 제기한 것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 제 거취에 대한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분명하게 밝혔고, 해당 사안들은 모두 국가적 입장에서도 당연히 점검해야 할 일”이란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에선 18일 백승아 원내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당연한 민생 행보까지 ‘서울시장 예비캠프’라는 억지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시민안전보다 정쟁을 우선하는 위험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오 시장에 맹공을 편 민주당을 향해서도 같은 날 서울시당위원장인 배 의원이 국회 소통관 회견에서 “민주당이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TF’를 만들고 모든 현장에 나타나 오 시장의 시정을 비난하고 있다. 명백하게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선거 개입”이라고 직격했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고 민주당이 싹수가 없으니 조바심 나서 그러지 않나 싶다”고 말하는 등 서울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