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노만석 “준비없이 검찰청 폐지에만 몰두해 답답한 상황” 호소

“기대 부응 못해 죄송···검사 대한 징계 논의 멈춰 주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찰 빅3’ 자리 모두 공석 상태 돼

2025-11-14     이혜영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인해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대장동 1심 판결 항소 포기 사태로 인해 26년 검사 생활을 마무리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4일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공식 퇴임했다.

노 대행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통해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논의는 멈추어 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 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성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행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 논의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형사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인해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인력 부족·사건폭증 등으로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차분하고 묵묵하게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검찰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많은 후배 검사들의 선배로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순간이 다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저의 뒤를 이어 인품과 실력, 덕망을 두루 갖춘 분이 오셔서 검찰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다독이고 조직을 잘 추스르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행은 대장동 1심 판결 항소 포기 결정으로 인해 일선 검사들의 집단 반발하는 후폭풍이 일면서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노 대행 퇴임으로 사실상 이재명 정부 출범 5개월만에 ‘검찰 빅3’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되는 사태를 마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