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 검찰 내부 반발에 여야 정쟁 폭발

검찰, 항소 포기 결정에 곳곳 충돌···정권 외압 의혹까지 번지며 일파만파

2025-11-10     이혜영 기자
검찰청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좌)과 이재명 대통령(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사건 항소를 전격 포기하면서, 대장동 수사팀을 비롯한 검찰 내부에서 집단 반발이 일고 있다. 정권 외압 의혹까지 제기되며 정치권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 검찰 내부 ‘항소 포기’ 논란···집단 반발로 확전

서울중앙지검은 끝내 항소 제기 시한이었던 지난 8일 0시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문제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거센 반박과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 내부의 대장동 수사팀은 “항소 관련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7일 오후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해, 이재명 정권 법무부(정성호 장관)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곳곳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는 배경은 1심 재판부가 일부 배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추징금을 단지 428억원만 인정하는 선고를 내렸는데, 사실상 항소 포기로 추가 법적 심판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의 개발 이익이 788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피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며 추징금 428억 원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항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도 10일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한 검사장 18명 명의로 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일선 검사장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던 것”이라며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규탄했다.

대장동 사건 공소유지 실무책임자로 알려진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검사도 전날 이프로스에 “적어도 대검이 중앙지검과 판단이 다르다면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며 왜 그러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며 “적어도 중앙지검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반발했다.

이뿐 아니라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는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느냐”고 되물으며, “1심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 관련 대법원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면서 유사사례의 법리만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추징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항소 포기로 김만배, 정영학, 남욱 등 대장동 민간업자는 수천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한 쟁점에 대한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잃었다”고 한탄했다. 사실상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는 지휘부에 대한 ‘불신 상태’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 야권, 대장동 고리로 총력전···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재부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 논란은 즉각 정치권으로 번졌다. 야권에서는 “정권 차원의 개입”이라고 규정하면서 그간 잠잠했던 이 대통령의 각종 사법리스크 논란을 다시 꺼내 들고 이재명 대통령 책임론을 전면으로 내걸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충북 청주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7400억 원짜리 항소 포기”라면서 “법무부와 대검이 개입해서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막았는데, 이재명이란 종착역으로 가는 대장동의 길을 막은 것”이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 배경에 대해 이재명 정권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 사건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7800억 원짜리 개발 비리를 400억 원짜리로 둔갑시켰는데도 항소를 막았다. 8000억 원에 가까운 대장동 저수지를 물 한 바가지 퍼내고 그대로 덮어버린 것이다. 입막음용으로 대장동 일당의 호주머니에 7400억 원을 꽂아준 것”이라며 “이재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단군 이래 최악의 수사 외압이자 재판 외압이다.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탄핵 사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뜬금없이 검찰의 항소를 강하게 비판한 것은 이번 항소 포기를 미리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의 아바타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번 ‘항소 포기 외압 작전’을 직접 지휘한 것”이라며 “그 끝은 탄핵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제가 25년 정도 법조 생활했는데, 이런 경우 처음 봤다. 그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대통령실하고 법무부 장관의 ‘교감’ 내지 지시 없이 이런 결정이 되는 건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외압 의혹에 힘을 보탰다. 이어 “법원이 김만배 씨 명의 재산을 2000억 원 정도 묶어놨는데 이번 결정으로 인해 428억 원 외에는 국가가 가져올 방법이 없다. 1600억 원은 당장 김씨한테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김씨는 하루에 수감하면 하루당 2억 원씩 버는 선택인 것”이라며 “검사들 입장에선 검찰권 행사에 정치권력이 개입했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법무부장관이 지휘를 했다면 지휘했다고 떳떳이 밝혀야 한다. 법무부 장관도 만약 지시했다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공세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부당이득 환수금인 7000억 원 되는 돈을 국가가 포기해 버리고 그 돈 그대로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에게 안겨준 것”이라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하 관련자들의 개인 재산 동결해서 국가가 손해배상 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전 대표는 “그간 검찰에서는 일반 국민 사건은 초코파이 하나를 훔쳐도 항소하는데, 배임·뇌물액이 무려 7800억 원을 못 받을 구조가 됐는데도 항소를 안 한단 건 보도 듣도 못했다”며 “결국 이건 본질적으로 대통령이 권력을 악용해 자기 공범 사건에 개입해 공범에게 수천억을 챙겨준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해 반박하며 외압 의혹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외압 자백”이라며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인지 아니면 대장동 범죄 집단의 변호인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항소 포기는 공범으로 재판받는 정진상, 김용,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행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빌드 업’이다. 이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5년간 재판을 멈추는 중지가 아니라 재판을 아예 없애 버리는 ‘재판 삭제’”라며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단군 이래 최악의 비리 사건인 대장동 비리 사건의 진상과 항소 포기 외압 사태를 밝혀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 “검찰은 일부 무죄가 나오면 통상 항소하지만 유독 이 사건만 포기했다. 재판이 조기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법과 절차가 권력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패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문에 등장하는 ‘성남시 수뇌부’가 누구인지 항소심을 통해 밝혀내려 했지만, 가능성은 정권에 의해 막혔다”며 “대장동 판결문에 등장하는 수뇌부가 누구인지, 재판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남은 진실 규명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 고심 커지는 여권, 외압 의혹은 일축하며 방어전 돌입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6일 국회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접견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야권의 거세지는 공격에 여권에서는 고심하며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일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0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불거진 외압 의혹에 대해 “(대장동 사건은) 성공한 수사와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 구형보다 높은 형이라 항소 안 해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대검에서 항소 의견을 전달받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게 전부다. 항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항소 포기’가 아니라 ‘항소 자제’라고 표현하며 방어전을 펼쳤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검찰의 대장동 ‘항소 자제’ 결정을 두고 가짜뉴스 공세를 퍼붓고 있다”며 “무엇보다 항소 자제는 ‘정상적 결정’이다. 구형량의 50% 이상이 선고됐을 때 항소를 자제하는 게 검찰의 일반적 원칙이고, 오히려 검찰이 노골적으로 봐주려고 했던 유동규, 정민용은 구형보다 더 높은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이토록 무리수를 두는 진짜 속내는 정치검찰의 존속과 사법부 압박”이라며 “법률적으로 무관한 사안을 ‘땔감’ 삼아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꼼수가 이번 공세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조작에 가까운 정치 기소를 해놓고 허술한 논리와 증거가 법정에서 철저하게 무너졌는데도 부끄러운지도 모른다”며 “검찰이 기계적 항소권의 남용을 ‘자제’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친윤 정치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이 참으로 가관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거나 강압적인 정부에는 한 소리도 못하는 자들이 마치 뭐라도 된 듯 나대고 있는데, 그러한 행태가 바로 당신들이 정치검찰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사안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 정치검찰의 항명과 조작 기소 의혹을 반드시 진상규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 측은 검찰 수뇌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하고 나선 일선 검사들을 향해서도 강하게 경고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며 “민주주의와 헌법, 내란 청산에 대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항명이다. 절대 묵과할 수 없고 당에서는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이성윤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공무원은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며 “엄중 징계해야 한다. 정치검사들은 반드시 법무부에서 진상을 규명해서 징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여론전에 돌입하며 야권의 공세에 맞대응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구형의 2분의 1 이상 구형보다 더 많이 나온 사람도 5명 중에 2명이나 있었다”며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도 유죄가 인정이 됐다. 그렇기에 검찰이 의도한 목표는 달성을 했다면, 추가적으로 항소할 실익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서) 대장동 민간 사업자가 챙긴 개발 이익을 환수 못 한다는 국민의힘의 프레임은 혹세무민에 불과하다”며 “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다. 배임죄가 유죄로 선고되면 구체적인 손해 금액은 민사소송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