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억 4600만 원짜리 축제, 남은 건 허탈함뿐

‘2025 해남 아우름 한마당’, 소통 대신 보여주기 행정으로 끝나

2025-11-07     최영남 기자
전남취재본부 최영남 국장

[전남취재본부 / 최영남 기자] ‘학교와 마을,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소통의 장’이라더니, 남은 건 허탈함이었다.

전남 해남군과 해남교육지원청이 지난 6일 해남동초등학교 일원에서 연 ‘2025 해남 아우름 한마당’이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해남군 4500만 원, 교육지원청 1억100만 원 등 총 1억4600만 원의 세금이 투입된 이 행사는 주민자치·교육자치·마을자치의 통합을 표방했지만, 정작 주민의 참여와 공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사 전부터 군은 지역신문 4개사에 광고를 내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협력의 축제’라 홍보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해남동초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먹거리 부스를 기웃거릴 뿐, 주민들의 모습은 드물었다. 오후 공연 때는 관람석이 거의 비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사 구성 또한 허술했다. 일부 초청 인사의 참석 여부가 행사 전날까지 불분명했고, 개막식 이후 기관·단체장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식었다. “처음 하는 행사라지만 이럴 거면 왜 했느냐”는 주민들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군과 교육청은 이번 행사를 “공동체 문화 형성의 첫걸음”이라 자평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얼굴 알리기용 이벤트’라는 말까지 돌았다. 행사에 들어간 예산이 ‘소통’이 아닌 ‘홍보’로 낭비된 셈이다.

행정이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현장을 위한 행사인지, 행정을 위한 행사인지부터 다시 물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