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든 APEC 성공신화”…천년 고도 경주, 글로벌 도시로 도약
300일 만에 세계급 인프라 완성 ‘기적’ 7조4천억 경제효과로 미래100년 준비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경북도가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국제회의 개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5일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열린 성과보고 브리핑에서 “인구 25만 지방 중소도시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모두 어렵다고 말했지만, 1000년 전 세계 4대 도시였던 경주의 역사와 문화, 경상북도의 저력이 있어 가장 성공한 행사가 될 것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부산 APEC 대비 두 달 이상 부족한 준비기간과 첨예한 세계정세, 비상계엄 사태 등 대내외 변수 속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됐다. 경북도는 예비비 투입을 통해 수송·교통·의료 등 모든 분야에 선제적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와 80차례 협의, 100여 차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지난 9월 17일부터 46일간 도지사실을 경주로 옮겨 1000개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시설공사 안전점검부터 숙박시설, 식당 메뉴판까지 직접 점검한 결과 단 1건의 큰 사건·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수준 인프라 300일 만에 구축
경북도는 30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정상회의장과 미디어센터를 완성했다. 화백컨벤션센터는 최첨단 디스플레이와 통번역 시스템 등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갖췄으며, 국제미디어센터는 와이파이7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망과 다양한 K-푸드 케이터링으로 국내외 4000명 기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APEC 행사 후 두 시설은 하나로 연결되어 1만 6000㎡ 규모의 컨벤션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그동안 좁은 면적으로 대형 행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화백컨벤션센터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행사 개최가 가능한 한국 MICE 산업의 대표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이 개최된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은 서까래와 석조계단 등 한옥 형태로 설계되어 건축물의 품격에 역사적 상징이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천년미소관은 앞으로 경주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K-컬처를 세계에 알리고 한류를 전파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문단지, 세계 정상급 숙박시설로 변모
관광도시 경주의 명성에 비해 다소 노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보문단지 내 주요 호텔과 리조트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숙박업체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세계 정상급 숙박시설로 탈바꿈했다.
APEC을 계기로 경주 주변 주요 고속도로 및 국도 171km와 경주 관내 6개 도로 41.9km가 정비됐으며, 929개소 간판 교체와 7개 꽃탑 설치 등이 진행되면서 보문단지와 경주 시내가 새롭게 조성한 신도시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낮보다 밤이 더 환한 경주’라는 컨셉 하에 진행된 야간경관 조성 사업으로 보문호 주변과 주요 관광지의 야간 경관이 개선되고, 보문호 주변에는 미디어폴, 상징조형물 등 랜드마크가 조성되면서 야간관광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3조 8000억원 투자유치 성과
이번 APEC을 통해 경북도는 글로벌 경제인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세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통상 2박 3일 일정보다 하루 더 진행된 CEO 서밋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역대 최고 규모인 1700여 명의 경제인이 참석했다.
APEC을 통해 국가적으로는 9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경북도 역시 행사 전후로 3조 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엑스포 공원에 마련된 경제전시장과 삼성전자의 트라이폴드 스마트폰, LG전자의 투명 무선 올레드 TV가 최초로 공개된 K-테크 쇼케이스에는 1만 4000명의 경제인과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지역외교의 새로운 지평
경북도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국가 단위인 몽골과 탄소감축 MOU를 체결하는 등 지방정부의 국제교류 확대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 지사는 새마을 세계화 사업 20주년을 맞아 르엉 끄엉 베트남 주석을 만나 새마을 세계화 방안을 논의했으며, 캐나다 퀘백주와는 AI·에너지 등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자치단체의 국제교류는 단순한 우호 증진에 머물렀다”며 “이제 지자체가 성과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제활동 영역을 해외로 확장해야만 지역 주민들이 더욱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정상들이 찬사한 경주의 문화
정상회의 기간 보여준 경북 경주의 문화 행사와 관광프로그램은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왜 경주에서 개최되었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CEO 서밋 연설에서 “역사적인 도시 경주는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냈으며, 정상회의 선물로 받은 신라 금관을 “백악관 박물관 제일 앞줄에 전시하라”고 지시할 만큼 경주의 문화와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경주는 역사 문화도시”라며 경주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불국사와 경주민속공예촌을 둘러보고 ‘아름답고 놀랍다’를 연발했으며, K뷰티 메디컬센터 방문 후에는 “한국 이미용의 세심한 기술력과 전문성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K-컬처와 K-뷰티에 찬사를 보냈다.
황리단길은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 태국 총리 부인까지 찾으면서 더욱 유명한 관광지가 됐고, 천년 고찰 불국사와 석굴암은 배우자 행사를 통해 세계에 더욱 알려졌다.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이 열린 천년미소관이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은 오픈런을 해야만 6개 신라 금관전시를 볼 수 있는 핫스팟이 됐다.
정상회의 만찬에는 경주의 천년한우와 경주콩으로 만든 순두부탕이 올라 많은 참석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시진핑 주석이 황남빵이 맛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경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꼭 먹어야 하는 K-푸드 아이콘이 됐다.
시민 참여로 완성된 성공
이 지사는 “행사 유치부터 APEC 준비, 행사 진행까지 늘 함께해준 시민들이 APEC 성공의 일등 공신”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민들은 시민대학을 통해 글로벌 선진시민의식을 배워 세계인을 맞이할 준비를 했으며, 자원봉사 단체들은 매일 거리를 청소하고, 소상공인들은 자발적으로 바가지요금 근절 캠페인을 실시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254명의 자원봉사자와 국제회의 최초로 별도 선발된 20명의 외국인 유학생, CEO 서밋을 지원한 50명 등 총 324명의 자원봉사자를 공항 및 숙박시설, 문화공연장 등에 배치해 원활한 회의 진행과 참가자 안내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포스트 APEC, 미래 100년 먹거리 준비
이 지사는 “APEC 정상회의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정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APEC 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3대 분야 10개의 포스트 APEC 사업과제를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경북연구원과 함께 경제 레거시(경주 CEO 서밋 창설, APEC 퓨처 스퀘어 건립, 경상북도 AI 새마을운동 전개), 문화 레거시(세계경주포럼 개최, APEC 문화전당 건립, 보문단지 대리노베이션, APEC 개최도시 연합 협의체 구축), 평화 레거시(APEC 글로벌 인구협력위원회 창설, 신라통일평화정원 조성, 남부권 한반도 통일미래센터 건립) 등 10개 포스트 APEC 사업의 구체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석기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은 “역대 최고의 APEC 정상회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경주 시민들의 협조 덕분”이라며 “경주 시민들이 보여준 친절과 선진 시민의식이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146만 4000 명이 유치 서명에 참가했는데, 경주시 인구가 24만 5000 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7배가 넘는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 경주가 APEC을 통해 전 세계에 큰 감동과 울림을 준 만큼 경북도와 경주시의 발전은 더 큰 메아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