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로남불’ 후폭풍…이재명 정부 ‘부동산 늪’ 출구 찾을까?

‘똘똘한 한 채’ 딜레마…‘속수무책’ 여권 ‘함구령’까지

2025-10-27     이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좌)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풍경(우).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내로남불’ 논란에 휘말렸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사퇴하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여전히 ‘똘똘한 한 채’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 논란은 물론, 정치권의 극한 대치까지 불러온 형국이다.

◆ 부동산 대책 후폭풍···‘내로남불’ 파동에 ‘사퇴·사과’ 이어지며 좌충우돌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렸던 이상경 전 차관이 ‘집 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라’고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결국 사퇴했다. 이 차관은 지난 24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다음 날 즉각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전 차관은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갭투자 금지’ 등 고강도 규제를 주도했었지만, 정작 가족(배우자)의 갭투자 ‘내로남불’ 의혹이 불거지면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 전 차관 논란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정부의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의 도덕성과 신뢰 문제로 확대된 양상을 보였다. 이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전 차관의 사퇴를 반기는듯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전현희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27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 전 차관의 발언은) 부동산 정책의 사실상 가장 고위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국토부 차관이 집 없는 국민과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 만큼,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 최고위원은 야권에서 요구한 이 대통령의 직접 사과에 대해선 “(이 전 차관의) 개인적인 발언이었고, 본인도 사과했다. 대통령도 사표를 수리하며 대통령 차원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줬다고 본다”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차관의 사퇴에도, 야권의 공격 수위는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전 차관의 사퇴에 더해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핵심 3인방’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국민의힘에서 지목한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3인방’은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김 실장은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으로 서초 아파트를 차지했고, 구 부총리는 재건축 단지에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 금융위원장은 대출과 갭투자로 같은 아파트를 사들였다”며 “차관 한 명 해임으로 대충 봉합하려는 정권의 ‘꼬리 자르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저격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인사들은 일제히 자세를 낮추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나선 상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 종합감사에서 갭투자를 통해 약 50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들인 것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당시에는 해외에 나갔기 때문에 국내에 체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저는 평생 1가구 1주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권에서는 ‘내로남불’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여권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집중 공세에 나섰다. 재건축 기회가 열려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장미아파트 보유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울 서초구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공격 전선을 연일 확대해 가고 있다. 최근 임기 6개월을 남겨놓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에 대해서도 공격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의 대표적 국정 운영과 방향을 잡는 정책 책사로 꼽히는 국정기획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대선 직후 국정기획위원장 임명 당시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원장을 향해 “소용돌이치는 부동산 회오리에 말려들까 조마조마했던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정부·여당 부동산투기의 진짜 숨은 고수, 레전드 큰손을 소개한다. 이한주 원장은 2003년 청담동 삼익아파트 35평을 매입했고, 물론 거주한 적 없다. 해당 아파트 분양 입주권은 올 3월 기준으로 35평 52억”이라면서 이 원장과 배우자가 아파트 및 상가 건물을 매매한 내역을 비롯해 어린이날 두 아들에게 부동산을 각각 선물한 사실 등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좌파 세력, 당신들이야말로 육체는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젖었지만, 머리로는 사회주의 발상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식 내로남불 위선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 여론전 펼치는 야권, 정부 향해 ‘부동산 대책 전면 철회’ 촉구하며 총력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야권은 이상경 차관의 사퇴를 계기로 ‘10·15 부동산 대책’ 전면 철회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돌입한 상태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 재산권을 통제하기 위한 시나리오”라고 규정하면서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의 경질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규탄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이미 실패했다”고 못 박으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책의 방향도, 원칙도 없는 부동산 대책을 아무리 보완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는 국민 우롱 행정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집값을 잡겠다며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이 악화하면 다시 완화하는 식의 ‘오락가락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단순한 정책 실수가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된 ‘부동산 통제 시나리오’였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지난 2023년에 발간한 ‘재집권 전략 보고서’의 내용도 국민에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해당 보고서에는 ‘LH 직접 시행’,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전세 비율 축소 및 월세 전환’ 등이 명시돼 있는데, 이는 지난 6·27, 9·7, 10·15 대책이 모두 그 내용과 일치한다. 보고서에는 전·월세 신고제를 강화해 ‘면허제’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즉흥적 대응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을 통제하기 위한 계획적 접근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도, 남 탓도 아니다”며 “실패한 10·15 대책을 즉시 철회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새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은 3차례 부동산 대책을 냈지만, 집값을 잡기는커녕 국민 분노만 커졌다. 전세 가격은 폭등하고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도 지난 9월 말 기준 83%나 급감했다”며 “결국 정권의 잘못된 규제정책이 실수요자를 월세로 내몰고 국민의 내 집 마련 꿈을 좌절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10·15 수요 억제책을 철회하고, 9·7 공급대책은 전면 수정하라. 또한 ‘부동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폐지하고, 민간정비사업 인센티브를 확대해 민간 중심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라”며 “국민적 분노를 직시하고 그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면서 실천하면 된다”고 저격했다.

같은당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은 반발짝 뒤로 빠지자’고 말했는데, 자기들도 이게 망했다는 걸 아는 것”이라면서 “저는 민주당 정권이 10·15 ‘주거 재앙’ 정책에 있어서 정책적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본다”고 주장하며 힘을 보탰다.

보수 성향의 또 다른 야당인 개혁신당에서도 ‘정부 부동산 정책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제안하고 나선 ‘여야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요구에 대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여당이 지금 부동산 정책 실패로 궁지에 몰리니까 국면 전환용으로 꺼낸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정치적 의도의 전수조사를 남발할 필요가 없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정치인들의 부동산은 전부 다 재산공개 대상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시민단체가 조사하나 다른 형태로 전수조사를 하나 큰 의미가 없다”며 “지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전수조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여야 의원을 12 대 12 동수로 문제 삼았다”고 꼬집었다.

◆ ‘똘똘한 한 채’ 수요에 고심 커진 범여권, 부동산 해법 찾으려 고군분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여권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내부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구령’까지 내린 상황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6일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주택시장 관련해 부동산 정책은 매우 민감하다”며 “국민들의 예의주시 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의 돌출적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재초환 완화·폐지 검토를 시사했던 민주당은 돌연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초환 완화·폐지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 중심으로, 개별 의원 중심으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현재 당은 그걸 논의하고 있다거나 논의할 계획 자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23일 “국토위 차원에서 재초환 유예기간을 늘리거나 폐지하는 2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공언한 내용에서 사실상 후퇴한 것이다.

여당 측에서 부동산 정책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1주택자 세제 혜택 강화 방침을 내세우며 실패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답습해 주택 가격 폭등 문제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똘똘한 한 채’ 지원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커지면서 부동산 쏠림과 양극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에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보유세 강화가 ‘응능부담’(부담 능력에 따라 과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유세 인상이 ‘똘똘한 한 채’인 주택 가격 폭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카드로 유효하단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던 진성준 의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10·15 정책에 보유세 인상이 포함됐다면 오히려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당시 진 의원은 “1가구 1주택에 대해 세제상으로도 보호하는 조치들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기에, 그러다 보니 세금 부담도 없어 더더욱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고 있다”며 “이 문제는 손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라는 게 미래에 재앙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방치했을 경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 추진 가능성에 대해 “10·15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느냐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그래도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여전히 70%를 유지하고 있고,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최대 6억원의 대출이 현재도 가능하다. 만약 이런 것들이 시장에 잘 먹혀든다면 굳이 그런(보유세 인상) 카드를 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은 정부를 향해 ‘토지주택은행’ 설립을 통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제안했다.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면서 “부동산 시장의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토지주택은행을 통해 공급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국회가 토지주택은행설립을 시작으로 공급, 세제, 금융 등 정책 전 분야에서 불평등을 줄이고 국민주거권 보장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