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들끓는 민심에 국토차관 사과…부동산 대책 파장 어디까지?

이상경 사퇴 촉구하는 野…부동산 대책 후폭풍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거론한 與

2025-10-23     김민규 기자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유튜브 생중계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 떨어지지 않으면 그간 소득을 쌓은 후 사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에 이어, 배우자의 ‘갭투자’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경 국토교통부 차관이 23일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들끓은 민심을 잦아들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 이상경 사과했지만 정치권에선 사퇴·경질 요구 분출

부동산 관련해 설화와 갭투자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이 차관은 23일 국토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로 “유튜브 방송 대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생활하는 국민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갭 투자 논란에 대해선 “제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 정치권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당장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국정감사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당 내에서도 이미 박지원 의원이 사퇴하라고 얘기했고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대신 사과까지 했다. 그런 마당에 국토위가 사퇴 문제 관련해 입장을 정리 못한다면 국토위가 국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사퇴 촉구 결의안은 우리가 하는 게 맞다”고 이 차관 사퇴 촉구 결의안 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에서 먼저 김 차관 논란을 사과했던 점을 꼬집어 “국민 불 질러 놓은 것은 차관인데 왜 당이 대신 사과를 해주나. 국민이 하면 투기꾼이고 나는 예외라고 하는 게 서민들 천불나게 하는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차관도 하루빨리 사퇴하는 게 도리고 진정한 사과를 하고 싶다면 10·15 대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10·15 부동산 대책의 철회까지 요구했다.

조용술 대변인 역시 이날 당 공식 논평을 통해 “이재명 정권은 내로남불 부동산 정책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이 차관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같은 당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차관 뿐 아니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까지 묶어 “10·15 대책을 만든 핵심 4인방은 모두 수십억원대 부동산 자산가다.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얼룩진 부동산 4인방, 더는 자리에 둘 이유가 없다”고 해임을 촉구했다.

개혁신당에서도 정이한 대변인 논평을 통해 “10·15 대책 이후 서울·경기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것이 경험 없는 정책 담당자들에게 국정을 맡긴 결과”라며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 작년에 33억5000만 원에 샀다는 그 집은 40억 원이 되었으니 사퇴해도 마음만은 편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이 차관에 사퇴를 촉구했다.

◆ 野 공세에 10·15 대책 옹호 나선 민주당 “고육지책”

18일 한준호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반면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에서 “10·15 부동산 대책은 주택 수요와 공급을 균형 있게 관리하기 위한 투기 수요 차단, 부동산 대출 규제 보완과 부동산 세제 합리화,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 수도권 주택 135만 호 공급의 신속한 이행 방안을 담은 것”이라며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인신공격으로 정부를 흠집 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같은 당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15 부동산 대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독설을 내뱉었고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들도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12·3 쿠데타에 이어 이번에는 투기 세력을 등에 업고 부동산 쿠데타에 나선 모양”이라며 “공급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닌 만큼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시차동안 투기 수요가 유입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정부 책임을 방기하고 서민들을 위한 주택공급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야당에 응수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변인은 “10·15 대책과 6·27 대출억제라는 고육지책은 이 정부가 공급할 137만호가 투기 수요가 아닌 청년과 서민 등 진짜 실수요자에게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은 더 이상 부동산 투기꾼들의 손발을 풀어주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의에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날 국토위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번 부동산 대책은 극약처방”이라며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속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강력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 안정화를 꾀하는 정부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민홍철 의원은 “이번 대책에서 디딤돌 대출 등 LTV나 DTI 최대한도에 변동이 없고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규제는 강화되지 않았다. 일종의 투기나 갭 투자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고가주택에 대해서만 규제가 강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기야 국토위 여당 간사인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23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10·15 부동산 대책이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에 맞서 “15억원 정도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이 있어 이들 아파트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은 건드리지 않았다. (15억 원) 그 이상 되는 주택에 있어선 주거 사다리라기보다 좀 더 나의 부를 더 넓히고 축적하는 욕망의 과정”이라며 “중산층 이하의 대상 분들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정책인데 정서는 오히려 그분들의 정서를 건드리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주거사다리정상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섭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평균가가 5억이 조금 넘는다. 서민의 기준을 15억 원으로 두니 이따위 망국적 부동산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집 못 사서 분통 터지는데 민주당이 작정하고 염장을 지른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실수요자 대출을 줄이지 않았다고 거짓말하지만, 정책대출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다자녀 가정 등 실수요자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적용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 방향 전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언급한 與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하지만 민주당에선 이번 정책 여파가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자칫 큰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정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보유세 인상’ 발언이 나왔음에도 진성준·김남희 의원 등 일부 외엔 당 지도부에서는 “보유세 인상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당정 엇박자 논란을 감수한 채 거리를 두고 있다.

오히려 복 의원은 23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우리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공급이 중요한데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또는 폐지까지 가야 한다는(의견이 있다)”며 “주택시장이 안정화 될 수 있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폐지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당시와 준공 당시 주택 가격을 비교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초과하는 개발이익 발생 시 일정 부분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완화나 폐지까지 검토한다는 의미는 정책 방향을 ‘공급 확대’ 쪽으로 잡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비록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정이 논의한 적 없다”면서도 “국토위 차원에서 유예기간을 늘리거나 폐지하는 2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다. 상임위 차원에서 공급 확대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 보자는 취지”라고 밝혀 ‘수요 억제’에 방점을 뒀던 10·15 대책과는 달라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