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가 온다” 유통업계, ‘무비자 허용’에 들썩…부작용 우려도

방한 수요 증가에 매출 ↑ 기대…일각선 불법체류·질서 훼손 걱정도

2025-09-21     강민 기자
지난 7월 오픈 이후 중국 고객에게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9층 K-패션 플랫폼 '키네틱그라운드'에서 쇼핑맵을 보는 외국인 모습ⓒ롯데쇼핑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정부가 오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3인 이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 국경절, 중국 MZ세대 서울병, K콘텐츠 확산 등이 겹치며 방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동시에 일각에선 무비자 중국인 급증에 따른 불법체류 등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312만8988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8%(267만8048명)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1~7월 기록(332만1618명)을 거의 회복한 수치다. 이번 무비자 입국 유커 특수로 방한 중국인이 급증해 올해 5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외국인 고객 맞춤 프로모션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겨냥해 알리페이·위챗페이 할인 연동과 와우패스 환급 등 결제·환급 편의를 키우고, 외국어 안내·콘텐츠도 강화한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500만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특수’ 공략에 맞춰 체류형·체험형 쇼핑을 키운다. 전점에서 외국인 대상 금액대별 상품권 증정과 중화권 간편결제 할인 행사를 운영하고, 잠실 등 거점 점포에선 디스커버서울패스 제휴 바우처 등 체류 연계 혜택을 제공한다. 글로벌 서포터즈·샤오홍슈 운영으로 해외 고객 접점도 넓힌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광저우·칭다오 등 현지 여행사와 MOU를 체결해 단체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고, 롯데호텔·리조트 등 계열 멤버십·이벤트 제휴로 체류 단계의 시너지를 모색한다.

신세계는 백화점·면세점 투트랙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소비와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중국 MZ세대를 겨냥한다. 명동 본점을 중심으로 K-푸드·체험형 구성을 강화하고, 외국인 전용 혜택과 상담 지원, 간편결제 연동 및 환급 편의를 보강한다. 중국 SNS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방문→체험→공유’의 소비 사이클도 구축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소규모 고지출 단체’에 전략 초점을 맞춘다. 명동점에 리뉴얼된 K-컬처 체험 구역(11F) 등 체험형 공간을 확대하고, 중국 인플루언서와 라이브 방송을 병행한다. 중국 현지 여행사와의 협업으로 VIP 그룹을 유치하며, 호텔 멤버십 제휴 등으로 프리미엄 소비 경험 플랫폼을 지향한다.

현대백화점은 플래그십 점포를 중심으로 외국인 고객 비중을 늘린다. 올해 1~7월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15.0%, 1~5월 무역센터점은 15.8%로 집계돼 일반 점포(약 5~6%)보다 높다. 이중 더현대 서울은 투어리스트 데스크(다국어 직원·캐리어 보관), 셀프 투어맵·모바일 길찾기·QR 안내 등 ‘글로벌 투어 서포트’ 서비스를 운영해 외국인 쇼핑 편의를 높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위챗페이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해 첫 결제 고객에게 세븐일레븐 7위안, 롯데면세점 50위안 쿠폰을 위챗페이 앱에 자동 지급된다. 관광 상권 점포에는 무인 환전 키오스크(8월 도입)를 설치했고, 지난 4월부터는 세금 환급 서비스를 운영해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종로 등 관광지에는 ‘뉴웨이브’ 콘셉트 매장을 운영하며, 관광용품 코너와 즉석라면존을 마련해 체험형 요소를 확대했다.

무비자 입국 중국인이 증가하면 기초 질서 훼손과 불법 체류 우려 등이 있다. 서울 강남 한 식당에서 실내흡연을 하는 중국인(사진 좌), 제주도 길가에서 대변을 보는 중국인 어린이ⓒ온라인 커뮤니티

다만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을 두고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않다. 기초 질서 훼손, 불법 체류 우려 등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강남 한 식당에서 한 중국인이 실내 흡연을 한 영상과 제주도 길가에는 어린이가 모친으로 보이는 여자 옆에서 대변을 보는 사진이 공유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제주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중국인이 가운을 입고 불법 치과 시술을 하다 현장 적발됐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관련 민폐 행태와 범죄가 반복되는데 정부가 중국 눈치만 본다”며 “저자세 외교를 멈추고 국민 안전과 국익을 최우선에 두길 바란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 관련 민원이 빗발치고 있으며 불법체류 문제는 물론 다양한 민폐 행태가 SNS와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주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외국인 피의자 중 중국인 비중이 66%를 넘었고 작년 잠정집계에서도 외국인 피의자 중 중국인 비중이 67% 달한다고 했다.

이에 법무부는 무비자 입국을 3인 이상 단체 관광객으로 한정하고, 최대 체류 기간을 15일로 제한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했다. 전담여행사는 입국 24시간 전까지 명단을 제출해야 하며, 출입국 당국은 이를 사전 점검해 불법체류 전력이 있는 인원을 걸러낸다. 무단이탈률이 분기 평균 2%를 넘으면 전담여행사 지정이 취소되고, 고의적 이탈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취소된다. 또한 저가 쇼핑 강요나 알선 수수료 남용 같은 관행을 막기 위해 여행사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