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대선 의제는 됐지만…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수출기업 절반 RE100 모르고 재생에너지 사용 8.7% 불과 전기요금 인상·RE100 이행 등 중소기업엔 부담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대선 정국에서 RE100(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하는 캠페인) 이행 전략이 주요 에너지 공약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는 여전히 참여가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비용 부담과 제도적 제약, 인프라 미비 등 복합적인 장애 요소로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RE100이 현실과 거리 있는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작년 4월 발표한 제조 수출기업 RE100 대응실태와 과제 보고서(수출실적 100만 달러 이상 제조기업 610개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 2곳 중 1곳(54.8%)은 RE100을 모른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은 RE100 인지는 39.2%에 그쳤고 절반 이상(51%)이 RE100 관련 정보 수집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생에너지 사용비율도 8.7%에 불과했다. 제조수출 기업 중 28.2%는 거래처가 RE100을 요구했을 때 대응하지 않고 다른 거래처를 물색하거나 요구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에너지 비용 자체도 중소기업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작년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8만6212GWh로 2023년보다 1.5% 감소했으며, 2023년에도 전년 대비 1.9%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든 6만9994GWh에 그쳐, 산업용 전력 소비는 3년 연속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기 둔화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 부담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3년부터 작년까지 네 차례 인상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5일 한국전력과 가진 중소기업 상생협력 실무협의회에서 “중소기업은 제조원가에서 전력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납품가격에 이를 반영하기 어려워 전기료 인상 부담이 크다”고 했다.
RE100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수단이 중소기업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양광 등 자가발전 설비를 직접 구축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민간 발전사업자와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나 한국전력의 녹색요금제를 활용하더라도 일반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다. 중소기업은 자금력과 신용도, 복잡한 계약 절차 등 여러 측면에서 이러한 방식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탄소중립 이행 관련 주요국 대비 국내 여건 지원정책 수준 중 무탄소에너지 인프라가 가장 뒤쳐진다고 72.8%가 응답했다.
전의찬 세종대 교수는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EU 그린딜에 이어 일본도 제조업 그린 산업 전환을 목표로 그린트랜스포케이션(GX) 정책을 수립해 민관합산 150조엔을 10년간 투자한다고 계획을 발표했다”며 “주요국은 대규모 국가예산을 그린산업으로 구조 전환하는데 투입해 자국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RE100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 측면에서 정책의 무게중심이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RE100은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적 구호”라며 원전 확대와 반값 전기료를 통해 실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RE100 산업단지 조성, 인센티브 확대, 전기요금 거리비례제 도입 등을 통해 “RE100은 산업 생태계의 생존조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