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 사내 스타트업 육성해 밸류체인 내 경쟁력 강화

아이디어‧기술 확보 및 조직 혁신과 성장, 신 수익 창출 등 이점 분사하더라도 긴밀 관계 유지, 그룹사 밸류체인 내 세밀한 서비스 제공 등

2023-09-21     강민 기자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사내벤처 육성을 통해 아이디어에서 기술을 확보하는데 가벼운 움직임을 보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내부 스타트업 투자는 향후 상호연결성을 두고 밸류체인 안에서 성장을 돕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 IT산업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갖는 네이버는 지난 1997년에 삼성SDS 사내벤처로 시작해 지난 1999년 네이버컴으로 독립했고 2000년에 한게임을 인수합병하면서 거대 IT공룡 기업으로 가는 초석을 닦았다.

국내 최초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현재 LG유플러스로 합병된 LG데이콤의 사내벤처였다. 1996년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전자 상거래 시장을 열었다. 과거엔 사내벤처라고 불렀지만 현재는 사내 스타트업 등으로 불리고 있다. 네이버나 인터파크 사례와 달리 거대 기업으로 가기보다는 대기업의 밸류체인 안에서 생태계를 확장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국내 대기업들도 사내 스타트업을 키워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다. 또 조직의 혁신과 성장, 새로운 수익 창출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벤처 투자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기존 조직에서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내며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도한다”며 “조직 내 성원이 사내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인재들은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AVEL 임직원들이 제주도 사무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21일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 독립기업인 AVEL(이하 에이블)은 지난달 진행된 한국전력거래소 주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제도 참여를 위한 등록시험에 통과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전력 중개사업 전개를 위한 첫 발자국을 내딛은 것. 이번 시험에서 AVEL은 국내 최초로 제주도 ‘태양광-풍력 혼합자원’ 등록에도 최종 합격했다. 발전량 예측이 까다로운 풍력발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AVEL은 고도화된 발전량 예측 기술을 바탕으로 등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VEL은 내년 초부터 제주에서 시행 예정인 재생에너지 실시간 입찰 시범사업도 준비중이다.

AVEL은 LG에너지솔루션 두 번째 독립기업이다. 주로 EaaS(Energy as a Service) 사업을 추진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타트업을 사내 독립기업(CIC, Company In Company)형태로 사업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첫번째 사내 독립기업은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환스테이션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KooRoo(이하 쿠루)다. 쿠루 사업모델은 배터리 생애 주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스타트업 3개사를 조기 분사했다.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피트인, 매이드, 에바싸이클 등 유망 사내 스타트업 3곳을 9개월 만에 분사시켰다. 피트인은 택시 등 영업용 전기차 대상 리퍼비시 배터리 구독 서비스 제공한다. 매이드는 3D 프린팅을활용한 실리콘 카바이드 부품을 제작한다. 에바싸이클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이 포함된 검은 가루인 블랙파우더를 추출하는 기업이다.

조기 분사한 3곳의 스타트업 모두 현대차그룹 밸류체인 내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특히 피트인은 최근 20억 원 규모 프리A투자를 유치했다. 피트인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 구축에 적극 나선다는 구상이다. 내년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터리 스왑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동안 총 76개 팀을 선발해 육성했고 최근까지 33개 스타트업이 독립 분사했다. 이중 오토엔은 작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시총 1307억 원 규모다. 또 올해 분사한 모빈은 라스트 모빌리티와 관련한 시장에서 다양하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 사내벤처 플랜트 베이스 데어리 랩 제품이 지난달 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 / 강민 기자)

CJ제일제당 식품 사내벤처 1호 제품이 지난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사내벤처 플렌트 데어리 랩의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얼티브’가 선보인 얼티브 비건 프로틴 2종을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채널인 편의점에서 판매한다.

이 제품은 100% 식물성 단백질로 구성됐고 한 팩에 달걀 3개 반 분량의 단백질 21g이 함유돼있다. 또 아미노산 식물성 L-아르기닌을 더했다. 온라인 채널에서는 출시 한 달 만에 29만 개를 판매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이라고.

플랜트 베이스 데어리 랩은 과거 본지 취재에 기존 식물성 단백질 우유는 식물성 단백질 원액에 물을 탔던 것에 비해 필수 단백질을 블렌딩 한 점이 다르다고 밝힌 바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본지에 “건강과 비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식물성 단백질 음료를 언제 어디서나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편의점 입점을 추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