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권 행사한 ‘간호법’ 재표결서 최종 부결, 결국 폐기 수순으로

재표결 부쳐진 간호법 제정안, 가결 조건 충족 못해 부결 재석 의원 289명 中 찬성 178표, 반대 107표, 무효 4표 찬반토론, 與 “민주당 강행 탓” vs 野 “거부권은 입법권 침해” 김진표 “매우 유감,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 부결된 상황” 與 “직역간 조정 가능한 법”, 野 “새로운 법안 준비하겠다”

2023-05-30     이혜영 기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가운데). 그리고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간호법 제정법안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좌)과 대한의사협회 및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결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지 못해 최종 부결되어 결국 폐기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의의 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는데, 표결 결과에 따르면 재석 의원 289명 가운데 찬성 178표, 반대 107표, 무효 4표로 집계되어 가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앞서 지난 4월 27일 집권여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야당 독주로 강행 처리하여 통과했던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로 행사된 거부권이었다.

이날 표결이 진행되기 전 찬반토론에서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국민의힘은 간호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400만 국민이 반대하는 간호법을 민주당이 강행해 의료체제를 붕괴시키려고 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지적해 사실상 조율 없이 무작정 밀어붙인 야당의 강행 태도의 탓으로 돌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 간호법 명칭을 '간호사법'으로 변경하고,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 폐지 등 그동안 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직역 간 조율도 하지 않은 내용을 제안하며 거부권 명분 쌓기에 열을 올렸다”며 “(또한)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심의하고 처리했음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명백한 입법권 침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여야가 한 걸음씩 양보해서 간호법안에 대한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여러 차례 당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앞으로 여·야가 협의해 마련하는 법안이 국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제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야·정이 마주 앉아 간호사 처우 개선, 필수 의료인력 부족 해소, 의대정원 확대, 의료수가 현실화, 무의촌 해소 등 지역 의료기반 확충을 포함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함께 전하기도 했다.

다만 여야에서는 간호법을 두고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나가는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간호법 제정안’ 중재안을 내놓을 당시 다른 의료 직역과 조율하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 “(간호법은) 입장이 다른 직역 간 조정이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반면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께 죄송하다”며 “간호사들의 오랜 열망이자 국민의 건강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데, 더 내실있게 공고하게 의료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간호법에 대해 새로운 법안으로 다시 준비해 입법화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