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시간끌기 ‘지적’…하도급업체 파산 위기

금강산관광으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현대아산이 새롭게 진출한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하도급업체에 공사비를 놓고 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아산은 지난 2005년 종합건설회사면허를 취득하면서 건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과 개성공업지구 개발에 대한 건설을 주도하고 남북연결 철도건설공사,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건설공사 등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아왔다. 향후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 이런 경험과 실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건설 분야에서 현대아산의 실적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최악의 건설 경기 속에서 대형건설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현대아산이 꾸준한 실적을 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에 제기된 공사대금 미지급 형태는 기존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하도급업체와 공방을 벌였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후발주자로 좋지 않은 것만 먼저 배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 현대아산은 서울강남 보금자리주택 A4BL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업체인 Q사는 현대아산이 일을 시킨 후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양사 간 분쟁이 일고 있다. ⓒ시사포커스

지난 1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와 시민단체는 현대아산·동부건설·서해종합건설·홍익기술단 등 4개 건설사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형건설사들이 추가로 발생한 공사비용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기거나 금액을 줄일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아산이 건설 중에 있는 서울 강남구 강남보금자리지구 A4블록 아파트의 일부 공정을 하도급 받은 Q사는 현대아산이 19억 원에 달하는 추가비용을 주지 않으려 시간을 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Q사 대표 A 씨는 <시사포커스>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여러 공사현장에서 대기업의 단가 낮추기, 지급 지연 등의 부조리한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소형업체 죽이기로 일관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현대아산과 이번 협업이 처음이지만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같이 일할 결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A 씨에 따르면 강남보금자리지구 A4블록 건설 현장에서 자신들의 공정은 이미 90%를 넘었다. 대부분의 작업은 끝났으며 다른 공정 후에 해야 할 일부 작업만이 일부 남아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지만 Q사는 아직까지 추가 작업에 대한 공사 대금 19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

이 중 8억5000만 원가량은 공사 발주처인 LH에 받을 공사 대금이다. LH는 Q사가 작업한 공사에 대해 현대아산에 이를 지급하고 현대아산은 다시 이 대금을 Q사에 지급하는 형식이다.

나머지 10억5000여만 원은 현대아산이 Q사에 직접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아산은 Q사의 추가 공사대금 지급 요청을 묵살해 오다가 최근에서야 그동안 투입된 물량을 제 3자에게 의뢰를 맡겨 Q사 측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한 후에 공사대금 지급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량 산출 용역 결과는 7월 말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하루가 급한 하도급 업체 Q사로서는 피를 말리는 순간이다.

Q사가 추가로 물량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한 공정은 현대아산뿐만 아니라 발주처인 LH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LH가 산정한 물량으로 공사를 진행해온 Q사는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현대아산에 추가 물량 투입을 요청했다. 아울러 일부 작업은 자신들이 현금을 주고 인부와 자재를 투입해야 할 상황이어서 설계변경도 함께 요청했다.

그 사이 Q사는 자신들의 자금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Q사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서 일을 맡기는 작업이 어려워졌다. Q사는 LH에 직접 설계변경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LH는 현대아산과 Q사 측 담당자를 불러 설계변경의 필요성의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모든 공정에 대한 설계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Q사의 주장이다. Q사는 자금 상황이 턱 밑까지 찬 상황이다.

▲ Q사는 현대아산에 추가로 시공한 공사 대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했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돈을 받지 못한 상태다. 현대아산은 제3의 기관에 의뢰해 추가물량을 산출 후 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지급한 9억여 원의 성격은

올해 초 현대아산은 Q사에 9억3000만 원을 지급했다.

Q사는 이 돈은 인상된 노무비 중 일부인 6억5000만 원과 물가상승연동분 2억83000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아산 측은 “이 금액에는 노무비와 물가상승연동분과 함께 추가로 투입된 물량 대금도 포함되었다”며 Q사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 3차에 걸쳐 진행된 회의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현대아산은 단가 인상에 따른 Q사의 단가 인상분 10억3000만 원에 대해 수용이 어렵다고 밝히며 8억 원을 제시했다.

Q사 또한 현대아산의 제시액은 8억 원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평행선을 달려오다 9억 원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그러면서 Q사는 “하지만 추후 설계 변경과 추가 작업지시 부분은 정산해주어야 합니다”라고 이번 정산은 단가 인상분임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측도 “당연히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 그 항목에 대해서는 업체와 설계 변경을 진행하며, 추가 공사에 대한 지시는 공사 진행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검토 후 조치하겠습니다”라고 이를 확인해줬다.

회의록을 토대로 살펴보면 이후에도 추가 공사는 계속해서 진행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한 추가 공사비용은 별도로 정산을 해서 받아야 한다는 큐베컨 측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 현대아산 측이 Q사에 보낸 공문의 내용을 보면 공사해지에 관련된 것이지만 현대아산 측은 공사해지는 안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Q사는 현장을 떠날 경우 공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어 현장에 남아 일을 할 뿐 공사 대금만 받으면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Q사는 현재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는 불법이다.

현대아산 측은 지난 4월 25일 Q사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해지를 당하자 보증보험 측은 Q사에 계약이행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은 계약해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가 늦어지자 이를 독려하기 위해 Q사에 압박을 가한 것일 뿐 계약해지는 아니라고 것이다.

하지만 현대아산 측이 보낸 공문에는 분명히 “2014년 5월 3일자로 계약 해지됨을 통보합니다”라고 되어 있고 이어 “아울러 현장 내 귀사의 자재에 대해 2014년 5월 7일까지 현장 외부로 반출하여 주시기 바라며”라고 돼 있다.

공사 독려를 위한 서류가 아닌 분명 계약해지 공문이다.

이에 대해 Q사 측은 “지난 4월 초에 현장이 가동되지 않은 적이 있다. 이를 핑계로 계약 해지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우리도 받을 것이 있고 또한 계약이행보증금을 낼 수 없을 만큼 자금 상황이 안 좋아 철수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현대아산 측은 우리에게 작업 지시를 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Q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 인부와 기계가 투입은 돼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자사가 돈을 들여 이를 충당했지만 추가 작업에 대한 대금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4월 초에 현장 관리인력만 빼고 나머지 인력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현대아산은 Q사 직원을 현장에 상주시켜 상호 간 수량검증 작업을 진행해 정산 요청한 수량산출서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Q사 직원은 4일간 그동안 추가로 투입된 수량산출서를 현대아산 직원과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현대아산 직원은 검증까지 했고 수량산출서가 많아 다시 한번 정확하게 확인하기로 했다.

Q사는 이를 믿고 공사를 진행하다가 갑작스러운 계약해지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수량산출서에 대한 답변은 전혀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이에 대해 현대아산 측은 “계약해지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작업을 신속히 하라는 취지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다. 작업을 제대로 이행하면 계약은 그대로 유효한 것이다. 실제로 Q사는 계약해지일에도 현장에서 일을 했다. 이것은 우리가 보낸 공문에 근거해 계약해지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Q사가 제출한 추가물량산출서는 도저히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우리는 구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넘겨주며 이에 맞춰 추가물량산출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Q사에서는 이와는 동떨어진 서류를 보내줬다.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제3의 적산업체에 의뢰해 추가물량 산출을 맡긴 것이다. 현대아산은 이 업체가 산출한 추가물량을 근거로 대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돈을 안 준다는 Q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 이 사업의 발주처인 LH도 이번 분쟁에 빠질 수 없는 상황이다. LH는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의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사포커스

넋 놓은 LH

이번 공사의 발주처인 LH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을 감독하고 있는 LH강남사업단 관계자는 “계약은 해지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현대아산 측으로부터 업무 독려를 하면서 최악의 경우 계약해지를 할 수도 있다고 Q사에 얘기를 했다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Q사가 보고한 추가물량산출서다. Q사는 LH가 만든 수량산출서보다 더 많은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 이 부분은 Q사, 현대아산, LH 모두 알고 있는 바다.

Q사는 자신이 추가로 투입했던 물량에 대한 추가물량산출서를 현대아산 측에 냈고, LH도 이를 받았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Q사는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LH 측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문서 형태로 만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원본 물량산출서 대비 어느 부분에 어떤 자재가 얼마나 추가로 투입됐는지 자세히 써서 보고해야지만 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Q사는 LH가 공정별로 얼마씩 물량을 산출한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추가된 물량만 알 뿐 어느 부분에 추가 물량이 얼마나 투입됐는지는 원 물량산출서가 있어야 하지만 LH도 현대아산도 이를 제대로 넘겨주지 않았다.

LH강남사업단 관계자는 “원 물량산출서는 LH 설계팀만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외부에 반출이 안 된다”면서도 “지난번에 현대아산 측이 설계팀에 요청해 원 물량산출서를 받아 Q사에 넘겨준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를 넘겨준 건지 아니면 일부만 넘겨준 건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Q사 측은 “받은 물량산출서는 전체가 아닌 일부 것이다. 애초의 세부 물량을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세부적으로 추가 투입된 물량을 산출할 수 있겠느냐. 온전한 원래의 물량산출서를 주면 지금이라도 신속히 작업할 수 있지만 현대아산 측은 받은 것은 모두 넘겨줬다고만 한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추가물량산출서를 달라고 한다. 우리가 이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사포커스>는 이 같은 사실을 LH강남사업단에 얘기하자 담당자는 그제야 다시 한번 현대아산과 Q사에 확인해보겠다고 서둘렀다. 이 관계자는 원본 물량산출서가 없이 모든 부분에 대한 추가물량산출서를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공사대금을 놓고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간의 분쟁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건설사는 달라도 ‘甲질’은 같은 방식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빈번히 적발되고 있다. 저가수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면서 영세한 하도급업체들은 도산을 목전에 두면서 생존을 근근이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인 D건설은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상하수도 관거 공사를 하도급업체인 B사에 맡겼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추가 작업이 발생하면서 하도급업체인 B사는 자사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 후 추가 작업에 대한 비용을 청구했지만 B사는 이를 모두 지급할 수 없다며 분쟁이 발생했다.

분쟁 기간이 길어지면서 B사는 공사 작업을 진행했던 자재, 기계업체들로부터 공사대금 압박을 받으면서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B사는 상하수도 관련 공사 부문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실력과 규모를 자랑하던 곳이다.

B사는 D건설과의 분쟁이 있기 전에 이와 비슷한 사례로 인해 F건설과도 분쟁이 벌어졌었다.
국내 최고의 건설사인 H건설도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공사를 놓고 하도급업체와 공사비와 관련한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철근 시공 하도급업체는 설계 변경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비용을 H건설에 요구했지만 H건설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하도급업체는 장기간 파업을 벌이며 극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처럼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는 관급공사의 경우 지나치게 낙찰률을 낮게 잡는 정부의 관행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급 공사의 경우 낙찰률이 낮게는 80%선에도 미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투입될 자재는 뻔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설계변경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설계 변경을 해도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이라 하도급업체가 투입한 추가비용을 모두 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 무작정 많은 돈을 투입할 수는 없겠지만 시공사, 하도급업체가 모두 살아가려면 저가 수주를 독려하는 정부의 정책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Q사는 이번 공사에 95억5500만 원을 입찰해 낙찰 받았다. 2위 업체는 111억 원가량을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Q사는 16억 원이나 낮은 금액으로 공사를 낙찰 받았지만 현대아산과는 결국 94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건설산업법에는 최저가로 낙찰 받은 금액보다 낮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하도급업체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Q사 대표는 “대기업도 생존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대기업이 그 정도라면 하도급업체들은 시쳇말로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하도급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하도급업체들은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 부당한 줄 알면서도 대기업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산업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은 어디에도 설 곳이 없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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