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림의 여든여덟 - 목기와 그림의 만남>전

한국 추상화계의 선구자격 인물로 꼽히는 노장 전혁림 화백이 여든여덟을 맞아 미수(米壽)기념전을 갖는다. 이번 기념전은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형식으로 대표작들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 올 한해 동안 작업한 회화, 목기작품 등을 모은 전시회여서 의아함을 자아내는데, "아흔아홉까지 살면서 작업할 사람이 무슨 미수 기념전이냐"며 이번 전시를 극구 거절했다는 전화백의 일화를 들어보면 그럴성 싶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1-4호 캔버스에 그린 유화 소품 3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대작 위주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고, 생활용품 목기를 자신만의 색채로 재구성한 목기 80여점도 동시에 선보여질 예정이다. 1977년 이후, 고향인 경남 통영에 머물면서 통영 앞바다의 색채를 화면 구성의 주 모티브로 삼아온 전화백은, 색은 각기 고유한 자립성이 있으므로, 형상이 빠진 그림에서 색채사용은 중요하다는 입지를 굳건히 고수해왔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작품세계가 깊어지고 도전적이 되어가는 전화백은 지난 2002년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2002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는 등, 노익장의 진면목을 서슴없이 내보이고 있으며, 이전 전시가 열리는 이영미술관에서도 1994년 이후 늘 근작 위주의 대형작품들 중심으로 개인전을 꾸준히 가져온 바 있다. (장소: 경기도 수원 이영미술관, 일시: 2003.11.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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