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에서 순천까지 신출귀몰 도피행각,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유 전 회장은 여유 있게 도망치고, 검찰은 총력전을 펼치며 뒤를 쫓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술래잡기놀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인사들을 구속해 ‘협조자’들의 싹을 잘라버리고, 형사범에 대해서는 역대 최고액인 현상금 5억원까지 신고 포상금으로 내걸고 신고 가능성을 높였다.

그런데도 유 전 회장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서 검찰은 매번 허탕을 치며 꽁무니 쫓기에만 바쁘다. 경찰과 검찰은 ‘특진’까지 내걸고 유 전 회장의 뒤를 쫓고 있지만, 언제나 한 발이 늦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검찰은 헛발질만 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신출귀몰한 것인지, 검찰이 무능한 것인지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똑똑한 '수재'들이 고령의 사기 전과자인 유 전 회장을 못 잡고 있다. 울화통이 터진 국민이 "검찰이 일부러 안 잡는 것 아니냐"고 성토할 지경이다.

검찰은 처음에 유 전 회장을 '종교 지도자'로 호칭하며 상당한 예우를 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며 유 전 회장이 제 발로 검찰청사로 나오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렇게 '모양새'를 갖추는 사이에 유 전 회장은 도피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검찰이 정·관계 고위급 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처럼 일을 '매끄럽게' 진행하려다가 발목을 잡힌 것이다.

유병언은 왜 검찰 출두 대신 도피를 선택했을까, 그는 왜 ‘무모한 도피’를 감행했을까? 일각에서는 권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검찰과 나눈 협상 내용을 하나둘씩 공개하면서 "약속을 지켜라"라는 공세에 검찰은 "구원파부터 약속을 지켜라"고 반격을 하지만, 검찰이 국민에게 구원파와 밀실협상을 했다는 인상만 심어줬다.

검찰이 연일 총력전을 펼치고 유 전 회장을 쫓고 있지만,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내부의 조력으로 인해 검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는 구원파 신도들을 잇따라 체포했지만, 정작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씨의 검거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검찰과 구원파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8일 경기 안성 소재 농장의 양계장 관리인인 이모씨와 전남 순천 교회 소속 신도 최모씨 부부, 해남 소재 매실농장 관리자 이모씨, 세모그룹 계열 방문판매업체인 '다판다' 순천 소재 지점장 서모씨 등 구원파 신도 5명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된 이들은 11명으로 늘었다. 구원파 신도들은 동료들의 연이은 체포에도 불구하고 유 전 회장을 지원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원파 신도들이 신앙심에 기인해 유 전 회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도피를 도운 신도들이) 유 전 회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은 없다"며 구원파 신도들이 신앙심 때문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원파도 역시 '신앙심'을 주요 이유로 설명한다.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저희(구원파)는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유 전 회장을 평상시에 존경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도와주는 이들도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적 이유에 대해서는 "(도피를 돕는 이들이) 금품 등 경제적 대가를 바라는 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와 구원파 내부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구원파가 유 전 회장에게 조력하는 것은 종교적 이유 외에 경제적 근거도 있다고 설명한다.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정동섭 총재는 "(구원파는) 영적 가족으로서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조한다"며 "(집단 내부에) 우상화·신격화·교주화가 잘 돼있고 자기들의 교주니까 어떻게든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구원파 신도 A씨는 "구원파 신도들은 대부분이 유 전회장의 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이라며 "때문에 구원파 내부에서 유 전회장이 사법처리 당했을 때 회사가 부도나면 (교인 모두) 실직자가 된다고 설득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안성 금수원 앞에 걸려있는 '10만 성도가 잡혀가도 유병언은 안 내놓는다'는 플래카드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신앙생활은 내어 주는 삶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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