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선언하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언론의 반응도 시가총액 3조 원이 넘는 기업이 탄생하는 것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곳곳에서 두 회사 간의 합병으로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본격적으로 네이버와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다음과 카카오의 만남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특성화된 장점을 살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 만한, 근래 들어 듣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다음카카오’다.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형식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해 우회 상장하는 꼴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IT업계에서 흔히 일어났던 모습이다.

다음과 카카오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에서 이번 합병을 스스로 ‘연애결혼’이라고까지 부른다.

하지만 다음의 퇴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음은 우리나라 IT 태동기인 1990년대 후반부터 ‘한메일’을 바탕으로 회원을 늘렸다. 누리꾼의 증가가 곧 한메일 사용자의 증가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글로벌 기업인 야후가 국내 시장에서 회원 증가에 열을 올렸지만 다음의 한메일을 따라가기 역부족일 정도였다.

이후 다음은 커뮤니티인 ‘카페’를 통해 안정적으로 회원 수를 늘리면서 국내 포털 사이트의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네이버의 상승 가도가 있기 전까지.

하지만 후발주자인 네이버가 검색엔진을 바탕으로 누리꾼들을 끌어들이고 동시에 ‘지식IN’ 서비스를 특화시키면서 다음은 네이버에게 점점 밀리게 됐다.

2008년 다음은 오픈 IPTV 사업권 허가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강남구 뱅뱅사거리에 있던 사옥도 언제인지 모르게 주인이 바뀌었다.

다음은 지금까지도 활로를 찾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있었고, 어떤 서비스인지도 알려지지도 않은 채 사라진 서비스도 있었다.

다음의 ‘정체’인지 네이버의 ‘성장’인지 어느 쪽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은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최대주주도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으로 바뀐다. 다음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다음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다음은 국내 포털 중 가장 먼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이른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더욱이 김범수 의장은 이해진 NHN 이사회의장과 네이버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네이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향후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간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이런 과정 속에서 ‘다음’의 이름이 점점 잊혀 간다면 다음의 서비스를 처음부터 사용했던 기자에게는 씁쓸함이 점점 커져갈 것 같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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