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전략으로 각각의 선수특성 살려

아드보카트가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해외전지훈련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1월 15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심야 소집돼 17일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대표팀은 중동 홍콩 미국을 거치며 공식 비공식의 평가전을 모두 마쳤다. 성적표는 5승 1무 3패. 도중에 이동과 휴식일을 빼더라도 스무 번에 육박하는 일정을 별 탈 없이 이겨내고 온 태극전사 23인의 조직력 체력 개인기를 확실하게 점검할 수 있는 한달 남짓의 시간동안 세운 우승전략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살펴보자. ▶적절한 역할배치 과연 성적은 얼마나? 처음 3기 아드보카트호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는 예상한 대로라는 평도 있었고 새내기 3인방(조준호, 장학영, 정조국)을 포함해 전격적인 발탁인사라는 평도 있었다. 우선 눈에 확 들어오는 선수는 이천수(울산)이다. 이천수는 K-리그 최우수선수에 오른 기세를 등에 업고 안정된 플레이로 오른쪽 윙 포워드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평가전에서 2골 2도움으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중동에서 아드보카트의 전훈 첫골과 두 번째 골을 연이어 작렬했던 박주영(FC포항)은 후반부 주가는 그다지 좋지 않아서 한때 플레이 자질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그 위치가 흔들리기도 했다. 이동국(포항)은 초반에는 잠잠하다가 후반부에는 점차적으로 상승세를 타며 지난 LA갤럭시전에서 어렵사리 득점골을 성공시킨 뒤 멕시코전 결승골로 상한가를 쳤다. 정조국은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지난 미국과의 비공개평가전에서 감각적인 토킥으로 네트를 갈라 나름대로 인상을 남겼다. 조재진(시미즈)도 세 차례 중앙 포워드로 선발 출전해 한 골을 뽑아내며 경쟁력을 선보였다. 정경호(광주)는 다섯차례 선발로 나왔으나 별다른 공격포인트가 없었다. 미드필더 라인에서는 아드보카트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백재훈이 그리스전부터 덴마크전까지 네경기 연속 공격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해 중반부의 최고 블루칩이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전에서 심한 타박상을 당해 멕시코전에서는 출전하지 못했다.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수원)과 이호(울산)은 신구 라이벌 구도로 네 경기 연속 동시에 선발로 나와 ‘듀요체제’로서 인정을 독톡히 받았다. 초반에 강한 몸싸움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김정우는 중도 팀 복귀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두현(성남)은 백지훈과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무난한 평가를 받았고 수비라인 쪽에서는 김진규(이와타)가 단연 돋보였다. 특히 미국전에서 캐넌슛으로 골 맛을 본 뒤 네 경기 연속 중앙수비 왼쪽편에서 파트너를 바꿨다. 다소 불안한 모습도 보여졌으나 베테랑들과 비교적 괜찮은 호응을 보여줬다. 최고참 최진철(전북)은 힘들다는 내색도 언뜻 비추었으나 ‘포백라인의 대변자’ 역할을 잘 수행해 내기도 했다. 김상식(성남)은 근성을 보이며 열심히 뛰었고 김영철(성남)과 유경렬(울산)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 좌우 윙백은 왼쪽 김동진(FC서울)과 오른쪽 조원희(수원)가 선점해 기량을 선보였다. 수문장 이운재(수원)는 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며 주장역할을 충실히 해내었고 새내기 장학영은 불안정했으나 가능성은 발견했다.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을 바꾼 최태욱은 부상으로 미국에 오면서부터 뛰기 시작한게 시점상 다소 늦어보였다. 늦깍이로 대표팀에 입문한 조준호는 무리없고 실책없이 한게임 반을 뛰었고 ‘리틀 칸’ 김영광(전남)은 중동에서 오른다리 부상으로 훈련밖에 할 수 없었다. ▶ 일단은 성공적 그러나 문제점은 있다 9차례 평가전에서 아드보카트호는 득점 11점, 실점 7점으로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 일단 합격이라 할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아냈다. 특히 미국과의 비공식경기 갤럭시전을 빼고 A매치 성적만 따지자면 3승 1무 3패로 반타작이다. 또한 월드컵 본선 적응력의 관건이 되는 유럽팀과의 경기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어냈다. 그러나 월드컵본선 크로아티아와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는 각각 2:0, 1:0으로 완파하는 반면 월드컵 예선 탈락한 덴마크와 코스타리카의 경기에서는 완패하며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록 비공개평가전이기는 하나 미국을 누른 것 또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평가전을 가졌던 상대팀 중 강한 전력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멕시코를 압승으로 이끈 점은 앞으로의 대결에 있어 상당히 고무시키는 부분이라 보여진다. ▶ 유럽팀과의 원정에서는 안정적으로 대응 이제 한국대표팀은 월드컵본선에서 프랑스와 스위스를 만난다. 이 유럽 두팀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이 검증되어야 16강의 진출이 그나마 자유로워지게 된다. 그런점에서 스위스와 비슷하다는 그리스와는 비기고 덴마크에 졌다는 것이 적잖은 교훈을 줬다. 체력적으로 우세하고 강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덴마크를 맞아 수세에 몰려도 당황하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노하우를 쌓게 되었다. 유럽팀은 전지훈련 초반에 만났던 터라 전략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겨루었었다. 그러므로 전지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지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을 듯 싶다. 힘들었던 만큼 얻은게 많은 대표팀의 전지훈련의 결과가 아무쪼록 16강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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