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개혁’ 극약 처방 필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초동 구조 미흡 등 아마추어적 행태로 크게 지탄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은 해운업계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경으로 칼끝을 돌렸고, 감사원 역시 해경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이에 정치권을 포함한 일각에서는 해경에 ‘근본적인 개혁’ 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릴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해경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해경 해체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1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를 통해 확인한 세월호의 시간대별 기울기를 분석한 결과, 해경이 세월호 인근에 도착한 즉시 선내에 진입했더라면 탑승객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능한 해경, 거세지는 비난

검찰은 해경 헬기 B511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 침몰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지난달 16일 오전 9시 30분께 세월호는 좌현으로 45도 기울어져 있었고, 이 때 해경이 선내에 진입해 구조활동을 벌였다면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합수부가 세월호 탑승객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침몰 사고 당일 한 단원고 학생은 9시 25분 ‘해경이 도착했대’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계속 가만히 있으래’ 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단원고 학생들은 9시 37분에도 ‘(배 침몰했다고) 속보 뜨는데 우리 말하는 건가봐’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된 승객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는 9시 50분경 “물에 잠긴다. 물 들어와”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장면이 찍혔다. 즉, 해경 최초 도착 시간인 30분부터 50분까지 약 20분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세월호는 물에 잠기지 않았던 것이다. 물에 잠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은 급박해졌다. 학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도 다급함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은 오전 10시 ‘배가 60도 기울었는데 침몰하고 있어’, 오전 10시 1분 ‘위쪽에서 떨어진 캐비닛에 옆반 애들 깔렸어 어떡해. 난 무릎에 멍 들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마지막 카톡 메시지가 전송된 시각은 오전 10시 17분이다. 내용은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배가 또 기울고 있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시 세월호는 108.1도까지 기울어 있는 상태였다.

합수부는 해경이 마지막 카톡 메시지가 전송된 47분간 선내에 들어가 구조할 수 있었으나 이를 무시한 과실이 크다고 보고, 선장 이준석(68)씨와 항해사, 기관사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을 모두 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14일 밝혔다. 합수부는 선장 이씨와 승무원 일부에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승무원들의 지시로 대기하다가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승객들과 일부 서비스직 승무원들을 피해자로 보고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천대 소방방재공학과 박형주 교수는 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해경이 도착했을 때가 9시 35분경이니까 배가 넘어지는 시간이 50분이지 않았겠냐”며 “그 정도는 충분히 들어가서 외부를 탈출만 시켰다면 전부는 나와 있을 것으로 시간상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통은 일반적으로 배를 걸어가는 시간이, 속도가 피난보행속도가 초당 1.2m정도 된다. 배가 45도 정도 기울면 한 4분의 1 정도. 초당 한 0.4m 정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고등학생이라고 할지라도 배가 기울어질 수 있다는 건 다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나가라는 얘기만 했다면, 대피계단만 알려줬더라면, 그쪽으로 올라오는데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해경이 도착 이후 벌인 구조 활동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네 명의 해경이 도착을 했는데. 올라간 사람은 한 명이다. 그런데 그 한명이 구조를 하지 않고 구명벌을 펼치는데 노력을 했다”며 “물론 구명벌을 펼쳐야만 사람을 태울 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갑판으로 사람들이 몰려왔을 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경이 언제 배가 침몰할지 모른다는, 그런 공포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훈련이 굉장히 부족했고. 또 그 훈련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배가 언제 침몰할지 아마 두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나머지 세 사람은 그냥 앉아서 해경선에서 그대로 잔존되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올라가서 하다못해 확성기를 가지고 밑에서 방송을 했더라면, 사람들을 상당수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비리’ 수사 칼날, 해경 향한다

▲ 세월호 참사가 기폭제가 되어 해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사진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뉴시스
이런 가운데, 해운업계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감독기관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차장검사) 관계자는 14일 “운항관리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부분으로 수사가 자연스레 옮겨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운항관리자들이 안전관리 보고서를 확인할 때 문제가 있을 경우 해경에 보고하게 돼있다”며 “몇 년 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일이 있다면 어딘가에는 문제가 있다는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객선의 운항관리는 한국해운조합이 맡는다.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관리·감독은 해양경찰청이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해양경찰청에 대한 수사에 들어갈 의지를 시사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앞서 해운조합 인천지부 소속 운항관리자 3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혐의로 구속하고 또 다른 운항관리자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서'에 기재해야 할 내용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관례적으로 선장의 말만 듣고 기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선박 수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험금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해운조합 부회장 김광선(62)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씨는 법원에 공탁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내항여객선에 대한 승선인원, 고박상태 등에 대해 해운조합으로부터 보고받아 관리해야 할 해경이 비리관행을 눈감아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4일부로 해경에 대한 감사원 특정 감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이날 서해지방 해양경찰청 4층 회의실에 마련된 감사장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상황 초동 대처, 출동 구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그동안 여객선 안전점검 관련 자료 제출도 관련 부서에 요구했다. 세월호 관련 감사는 다음달 2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재구조”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경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구조 과정에서 해경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금 발생하고 있고 그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실제로 해양경찰이 해양경찰청의 주인이었던 적이 별로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년 해경이 만들어진 이후에 해경청장 13명 중 해양경찰 출신인 경우가 딱 2번 있었다”며 “사실상 육지 경찰에서 해경이 독립한 게 1년밖에 안 됐다고 보면 된다. 국가로 치면 신생독립국가”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생각은 (해경을)거의 해체하고 재구조화하는 수준으로 개혁하는 게 필요하다”며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경을 재구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도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통화에서 “현재 해경청장이 행정고시 출신이고 간부들도 대부분 경비함정 근무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적다”며 “해경 파출소에 근무한 경험이 전체 간부 중 7%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경 조직이 구조·구난 위주에서 수사 위주로 많이 바뀌었고 이는 본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사고에 있어서도 해수부와 해경이 역할공조를 잘해야 되는데 유기적인 관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경 조직 개편이 시급하다. 재난 구조, 해양 안전 전문 인력을 대폭 증강할 필요가 있다”며 “재난 구조 전문 인력을 시급히 보강하고 재난 구조나 일단 유사시 안전을 위한 교육을 강화시켜야 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해경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국해양대 이은상 교수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전관리와 해난사고 구조에 문제를 드러낸 만큼 해경의 고유 업무(안전 환경 방위 교통 보안)들을 재인식하고 이를 위한 역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해양수산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해경이 해수부를 감시하거나 보조하는 등 역할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현재 시점에서 해경을 흔드는 것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 유재원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국가안전처, 해양방재청 신설 등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이라며 “해경 각 부서가 권한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고, 거기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지우면 될 일이다. 자정(自淨)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경이 현재 직원 1만1600명, 연간 예산 1조1000억 원, 경비함 303척과 항공기 24대 등을 보유한 거대 조직이라며 해체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해경은 해난특수구조대를 신설해 그동안 소홀히 했던 해양 구조 업무를 강화하고, 잠수 구조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2년간 전문교육을 받은 재난대응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뒤늦게 지난 예방과 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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