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단 시민이 불심검문을 받아야 할 이유 없어

20144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그리고 아들이고 딸이었을 희생자들이 수백여 명이었다. 진도 팽목항에는 수많은 부모들이 내 자식을 삼킨 바다를 향해 내어 놓으라 통곡했고 지켜보는 경찰도, 봉사자들도 함께 울었다. 생중계로 지켜보던 온 국민의 마음도 얼어붙었다.

그러나 생환한 승객의 수 0.

대다수의 국민들은 사망자 수보다 실종자 수가 훨씬 많은 상황에 희망을 걸고, 고인을 애도하는 검정색 리본이 아닌 한명이라도 생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란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본래 의미가 어쨌건 대한민국의 노란 리본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이자, 애도를 함께 하고 있다는 국민 연대감을 나타내는 매개체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노란 리본을 통해 순수한 마음으로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국민의 마음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1일 시민 김모(35)씨가 지인과 함께 경복궁으로 입장하려는 순간 경찰관이 앞을 가로막았다. 김 씨가 보기엔 분명 다른 관람객들은 제지를 하지 않고 있는데 본인과 지인만을 막아서기에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경찰관은 그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씨는 노란 리본을 달아서 그런 것이냐고 묻자, 경찰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격분한 김 씨 일행이 항의하자 경찰은 경복궁 관람객의 가방을 원래 검문한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검사받지 않은 가방을 메고 들어갔는데 말이다.

형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살펴보면 죄를 범했거나 의심을 살 만한 사람을 경찰관이 정지시켜 질문하고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경찰이 김 씨의 가방을 검문해야 했던 이유는 노란 리본을 단 자는 죄를 범했거나 의심을 살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되는 뉴스 속에 노란 리본을 달고있는 국회의원들도, 행정부 장관들도, 노란리본을 휘날리며 경기하는 운동선수들도, 그리고 메신저 프로필에 노란 리본그림을 지정해 놓은 모든 사용자들도 죄를 범했거나 의심을 살 만한 사람이라는 것인가.

대략 짐작은 가지만, 경복궁 앞에서 이들의 가방을 검사하던 경찰은 상부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기에 김 씨 일행을 잡아 세워 가방 검문을 했을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시위할 때 노란색 리본을 단 시민들은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경향신문 513일자 1면 보도)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 온 정부는 순간순간 당시 대처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설사 세월호 유가족의 시위 행렬에 불순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몰래 숨어 들어있다고 해도, 소수의 그들을 찾고자 경찰까지 동원해 범죄자 취급을 하는 등 노란 리본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훼손시켜선 안 될 것이다. [시사포커스 / 권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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