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시끌시끌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새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신당을 창당한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 안철수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역대 선거에서 공천을 잘한 정당은 승리했고 공천을 잘못한 정당은 패배했다.” 그러면서 “객관적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너무나 원론적인 말이었고, 지금껏 누구나 해왔던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울 것 없는 똑같은 말이었어도 안철수 대표의 의중이라는 이유에서 조금은 무게가 실렸고, 기대도 갖게 했다. 그가 지금껏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며 국민적 기대를 모아왔던 이유에서다. 이런 기본적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말 뿐이었던 기존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불과 수일이 지나 안철수 대표는 측근 챙기기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자신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한 얘기다. 또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안산시장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은 제종길 후보도 안철수 대표 측 사람으로 회자되며 논란이 거세다.

파문이 일자, 안철수 대표는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고.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인물이라 평가한다”며 “광주시민의 바람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거듭 윤 후보를 추켜세웠다. “객관적 원칙과 기준을 세워 공천해야 한다”고 했던 안 대표가 불과 며칠 만에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판단을 내세워 전략공천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안 대표가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안 대표 개인의 ‘말 바꾸기’나 ‘측근 챙기기’ 비판 여론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들은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무언가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며 안 대표를 지지해왔다. 그런데 드러난 실체는 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니, 실망은 배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국민적 정서는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해 불신과 불만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세간에 “그나마 기대했던 안철수마저…”라는 말들이 왜 퍼지고 있는지 귀담아 들어야 할 일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얘기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14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당내 공천 갈등에 대해 “안철수 공동대표는 실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밑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안 대표 쪽 사람으로 올라온 후보를 두고 안 대표는 그분이 누군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일부 예비후보자들의 경우, 안 대표를 팔고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모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거대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당대표다. 이런 당내 공천 갈등 문제를 소소한 일로 여겨버린 이유에서인지, 큰 정치인으로서 그릇을 갖추지 못한 문제인지 스스로 자문해보는 것이 좋겠다. 지금 안 대표는 인사청문회 이상의, 혹독한 정치적 검증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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