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민을 순수 국민과 불순한 국민으로 가르겠다는 것이냐”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 앞에 집결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해 '순수 유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 청와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순수 유가족이라면 얘기를 듣겠다’고 말해 ‘순수 유가족’은 누구며 ‘불순한 유가족’은 누구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민경욱 대변인은 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유가족 분들이 (청와대 앞에)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분들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가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에 기자들이 “순수하지 않은 유가족은 뭐냐”고 물었고, 이에 민 대변인은 “유가족이 아닌 분들은 대상이 되기 힘들겠다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앞에 유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와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SNS와 온라인 상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진중권 동양대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박근혜 대통령 조문 연출 논란이 일었던 사진과 함께 “청와대가 말하는 순수한 유가족”이라는 글을 올려 비꼬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민 대변인의 ‘순수 유가족’ 표현은 그 상대편에 ‘불순한 유가족’이나 ‘불순한 국민’을 상정한 표현으로 어떤 경우에도 결코 써서는 안 되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를 보는 시각을 드러낸 말이어서 참으로 놀랍고도 놀랍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가운데 유가족이 아닌 사람은 ‘불순한 국민’이란 말이냐”며 “아니면 직계 가족은 순수 유가족이고 친인척은 불순 유가족이란 말인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로 좌절하고 분노하는 국민을 순수 국민과 불순한 국민으로 가르겠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일제 강점기에 식민통치에 반대하는 조선인을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며 선량한 조선인과 불량하고 불온한 조선인으로 구별해 통치한 일제의 망동을 떠올리게 한다”며 “청와대는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정치적 선동으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의도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께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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