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에겐 너무나 반가운 요긴한 선물

나이가 들수록 돈의 실질가치는 증대한다. 명목가치는 그대로 인데 돈이 귀하게 느껴진다. 돈이 극진한 효자 못지않다.

젊은 시절에는 20만 원 정도면 하룻밤 술값도 안 됐다. 점심 한 턱 쏘려고 해도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단돈 얼마도 그렇게 요긴할 수가 없다. 친구끼리 점심내기 장기, 바둑도 부담 없이 둘 수 있다. 서운한 친구를 만나면 대포 한잔에도 인색하지 않게 된다.

몇 푼 안 되는 장난감을 살 수 있어 손자, 손녀들 재롱에 화답할 수 있다. 머리가 제법 굵어진 녀석들에겐 용돈도 줄 수 있다.

그래서 벌이가 전혀 없는 어르신들에겐 한 달 20만원은 제법 큰돈이다. 하루 종일 심심찮게 입안에 오물오물할 수 있는 사탕도 여유롭게 살 수 있다.

늙어서 입성이 꾀죄죄하면 가는 데마다 천덕꾸러기가 된다. 그러니 장에 가서 싸구려 옷 한 벌 사는 호사도 누릴 여유가 있게 된다. 몸에서 냄새 난다고 도망가는 손자 녀석 생각해서 향수 한 병도 곁들여 살 수 있다.

쌀이 떨어지면 며느리 짜증 안 나게 눈치껏 채워놓을 수 있다. 전기료, 수도요금 등 공과금도 제 때에 안 밀리고 내게 된다. 특히 몸이 무거우면 동네 의원에 가서 영영주사 한 대 맞는 것도 부담이 없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기초연금이 의지할 곳 없이 가난에 내몰리고 있는 여러 어르신들에게 단비와 같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지난 세월 손발이 닳도록 고생하여 우리나라를 이러한 수준까지 끌어올리신 많은 노인들에게 작으나마 적절한 보상이 될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여야 합의로 기초연금이 예정대로 7월부터 지급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법 시행령·시행규칙안'과 '기초연금법 고시안'을 오는 5월 2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에 기초연금법에 따라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은 7월부터 매달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됐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인 단기 가입자는 최고액 월 20만원을 받지만 12년부터는 가입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깎여 20년이 될 경우 수급액이 월 10만원까지 줄어든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장해·유족 연금 일시금 수급자로 연금 수령 후 5년이 경과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기초연금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기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어르신은 별도 신청절차 없이 지자체에서 기초연금 수급 자격 등을 조사해 지급한다. 신규 수급자는 신청해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신청은 만 65세 생일이 속한 달의 1개월 전부터 가능하다. 만 65세가 넘었거나, 8월에 만 65세가 되는 어르신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주소지 제한 없음)에서 신청하면 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기초연금이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한 획을 긋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많아 기력이 떨어지면 주위에서 홀대를 받는데 쌈짓돈마저 시원찮으면 여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아니다.

이런 궁박한 상황에서 20만 원도 알뜰살뜰 잘 쓰면 긴하기 그지없겠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만 하고 정작 자신들을 돌볼 노후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착한 우리 어르신들이 기초연금을 통해 작으나마 생활의 소소한 여러 방편을 장만할 수 있다면 노인 복지의 일단이 실현되는 셈이라 하겠다.

경제적으로 쫓기고, 노환 등 지병에 시달리며, 정 붙일 데 없이 외로운 게 많은 우리네 노인들의 현주소다. 이 같은 삼중고(三重苦)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기초연금이 자식 못지않은 효자 노릇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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