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축제로 들뜬 축구의 도시, 토리노

♠ 이탈리아의 정신, 올림픽 속으로 ‘눈과 얼음의 대축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마침내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20회째인 동계올림픽은 11일 새벽 4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북부 도시 토리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전 세계 최고의 스키어와 스케이팅 선수들이 참가 한 가운데 개막식을 갖고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역사와 문화, 자동차와 축구의 도시. 2006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토리노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州)의 주도이다. 알프스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스위스와 접경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밀라노에 이은 이탈리아 제2의 공업도시이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공업도시로 발전을 계속하다가 80년대 이래 이탈리아 공업이 쇠퇴하면서 주민 상당수가 빠져나가고, 토리노는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도시의 영예를 이어준 것은 유럽 최강의 축구팀 ‘유벤투스’밖에 없었다. 토리노는 지금 동계 올림픽을 통해 침체를 벗고 세계지도에 다시 등장하려는 꿈을 안고 있다. ♠ “열정의 스파크” 82개국 5000여명의 각국 선수 및 임원과 3만5000여명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개막식, ‘열정의 스파크(Spark of Passion)’를 주제로 한 식전공연은 지구촌 20억 명 시청자들의 눈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했다.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가장 큰 도시인 토리노를 부각시키기 위해 6100명의 자원봉사자와 240명의 전문 연출 스태프 등이 참여했다. 메인 무대 넓이만 1만2000여 평에 달했으며 록그룹 U2와 핑크 플로이드,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의 공연을 지휘했던 마르코 발리치가 연출을 맡았다. ‘열정의 스파크’ 공연은 열정·스피드·리듬의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에서 활약했던 안무가 주세페 아레나가 안무를 맡았다. 특히 패션 강국답게 조르조 아르마니와 모스치노 등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개막식 행사에 쓰일 의상의 디자인을 맡는 등 문화 올림픽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 미래형 개막 공연 개막공연에선 과학과 스포츠의 조화를 형상화한 미래형 유니폼을 입고 롤러블레이드를 탄 연기자들이 불꽃 나오는 헬멧을 쓰고 스타디움을 질주하는 속도감 넘치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헬멧의 불꽃은 최소 50㎝에서 최장 2m까지 30초에서 1분 사이에 뿜어져 나왔다.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 히어로’를 형상화한 롤러블레이드 공연과 함께 노란색 옷과 깃발로 치장한 4500여명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군무(群舞)’가 펼쳐졌다. 여기에 화려한 불꽃놀이와 서커스 묘기까지 가미되면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곧이어 이탈리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70)까지 무대에 올라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 동계올림픽 사상 남북한 선수단 동시입장 이날 개막식은 참가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선수단 입장을 시작으로 카를로 아젤리오 참피 이탈리아 대통령의 개막선언, 올림픽기 입장에서 절정을 이뤘다. 특히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선수단이 북한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한정인과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보라(단국대)를 기수로 82개 참가국 중 21번째로 동시입장하자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이탈리아 스키 대표팀의 조르지오 로카의 선수선언과 성화점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 ‘얼려둔’ 금메달 언제 찾을까? 토리노 동계 올림픽의 화려한 개막식을 뒤로 하고 각국은 본격적으로 메달사냥을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종합10위’ 재 진입을 내걸고 2002 솔트레이크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첫 움직임으로 스피드 스케이팅을 꼽았다. 레이스 초반부터 멀찌감치 치고 나가는 독특한 전술을 펴며 지난 해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진선유(광문고)가 금메달을 안겨줄 선수로 지목되고 있다.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예술적인 코너링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지구력이 뛰어나 금메달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진선유 외에도 2002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은경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변천사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양양A와 왕멍(이상 중국)과의 ‘빙판 결투’에서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어서 ‘최소 3관왕’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안현수가 남자 1000m에 출격해 오전 5시30분~6시 30분 사이에 여-남으로 이어지는 금메달 행진도 점칠 수 있다. 23일에는 이번 대회를 통해 4연패에 도전하는 여자 계주 3000m 결승전이 열려 금메달의 강한 예감을 갖게 하고 있다. 폐막을 하루 앞둔 26일은 얼음 속에 묻혀 있던 금메달을 쓸어 담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벽 4시50분부터 남자 500m의 안현수와 여자 1000m 그리고 남자 5000m 계주 결승으로 금빛 레이스가 계속 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쟁 팀들의 기량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홈 어드벤티지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탈리아 선수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한다면 ‘얼려둔 금메달’이 아닌 ‘얼어버린 금메달’이 되어 우리와 인연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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