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론스타, KT&G·외환銀 “먹튀 막아야"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이슈를 꼽는다면 스크린쿼터 축소, 농업시장 개방,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등을 비롯한 각종 FTA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시장을 전면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는 상호주의 원칙에 의거,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표한 반면 농민과 문화계 등 일부에서는 보호장벽이 철페됐다며 막막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시장은 지난 IMF 외환위기 시절 이미 강제 개방됐다. 최근 농산물과 스크린쿼터는 단지 관련 상품이 개방된다는 의미일 뿐 금융시장을 포함한 경제는 강제로 문을 열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개방논란과 지난 1998년 국제금융기구(IMF)에 의한 경제개방이 다른 것은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절반에 가까운 지분과 투자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규모는 전체 지분의 50% 이상이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외국에서 직접 농산물과 영화를 들여오지 못했을 뿐이지 외국 자본에 의해 투자된 국산 영화와 농산물은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외국자본 경계론 시작 지난 1998년 금융시장 개방과 동시에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온 외국자본들은 (주)SK, 삼성전자, 외환은행, 진로 등 우리나라의 초우량 기업들의 경영권을 가져갔다. 그리고 6년 후 (주)SK와 소로스 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론이 솔솔 펼쳐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SK사태의 경우 외국의 선진적 금융·경영기법을 배우는 와중에 나타난 일부 부작용쯤으로 치부해 버리곤 했다. 삼성전자가 적대적 M&A 위기설을 주창할 때도 삼성다운 논리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며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에도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분을 매각한 후 급하게 철수한다는 치고 빠지기 작전을 수립하고 헤르베스가 KT&A의 인수를 선언하는가 하면 포스코 및 중견그룹에서도 M&A 위협이 솔솔 나오고 있는 와중에 점차로 외국자본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중도적으로 바뀌고 있다. ▲KT&G, 아이칸과 경영권 다툼 최근 외국자본의 국내 우량기업 사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기업 사냥군 칼 아이칸이 KT&G의 경영권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아이칸은 지난 9일 자신의 대리인인 김병주 전 칼라일그룹 아시아 회장이 주도하는 사무펀드 MBK파트너스를 통해 주식과 경영권을 동시에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아이칸은 MBK파트너스를 통해 이미 지분 6.90%를 확보하여 경영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자회사인 담배인삼공사의 기업공개와 아이칸측에서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임등을 요구하는 등 KT&G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도 “일단 주총 특별 결이사항 기준인 34%까지만 인수하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아이칸은 세계적으로도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사람으로 KT&G는 (주)SK의 조지소로스나 외환은행의 론스타 등 보다도 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9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에 따르면 아이칸의 KT&G 인수 목적은 Private Empty 투자나 특정 지역의 사업적 교두보로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 사의 담배사업권, 혹은 전기 사업권, 토지 등 우량 자산 등을 매각하여 큰 돈을 벌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권이 아이칸에게로 넘어간 후 KT&G는 자사주 80% 이상 매입, 상장폐지를 거쳐 우량자산 및 사업권 매각과 기업 해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T&G는 “아이칸의 교섭은 그 자체만으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를 바라보는 정부와 재계도 “아이칸과 같은 적대적 기업 사냥꾼은 경제의 해충과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 및 국제법상 합법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오는 한 이를 강제적인 규제로 막아주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도 ‘외국자본 공격’ 받나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공격은 포스코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의 최대 지분 보유자인 미국계 펀드 ‘얼라이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ACM)’는 지난 10일 포스코에 대한 지분을 498만 5742주(5.72%)에서 597만 9638주(6.86%)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ACM의 지분은 99만 3896주(1.14%)가 늘면서 지난 1일 국민연금으로부터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받은 SK텔레콤 지분(248만 1311주·2.85%)보다 2.4배 많아졌다.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라고 밝혔으나 ACM가 포스코의 지분을 확대하는 모습에서 KT&G의 칼 아이칸을 떠올리는 것은 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ACM은 호남석유화학에서도 지난해 9월20일부터 3개월간 지분을 늘렸다. 포스코는 KT&G와 마찬가지로 민영화 과정에서 지분구조가 잘게 쪼개져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1대 주주는 ACM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ACM이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 경영진에게 여러가지 요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다. ▲국내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은 주어져야 외국계 펀드가 이같이 나오자 정부와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다. 우선 재경부는 아이칸에 대해 “국내 일반법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의도가 불순하다는 이유로 규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최소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은 해 줘야 하지 않느냐”모 정부의 규제완화 등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창으로 쿡쿡 찌르는데도 우리 기업은 제대로 된 방패를 쓸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며 “칼 아이칸의 행패에 무력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외국계 헤지펀드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방어수단을 마련해야 할 필요는 있다는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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