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맞물려 미묘한 파장

동부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자회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제철당진항만의 패키지를 매각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그룹의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현재 동부그룹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은 자회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을 패키지 매각하기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강력한 인수자 후보로 거론됐던 포스코그룹이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포스코그룹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을 좋은 조건에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됐다. 포스코그룹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더 이상 개별 매각 고집할 수 없는 동부그룹

동부그룹은 그동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을 개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해왔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국 접고 말았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현재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더 이상 개별 매각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동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매각 방식을 전격적으로 위임하면서 앞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4월 29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은 지난 25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 100%를 각각 1,100억 원, 1,500억 원에 인수하는 세부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에 계약서 내용에 따라 KDB산업은행 사모펀드부(KDB PE)는 펀드를 조성한 다음 5월 중에 투자자 모집을 완료하고, 오는 6월 안으로 인수 절차를 전부 마무리한다는 계획안을 확정지었다.

KDB산업은행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 인수는 최종 매각에 앞서 진행되는 일종의 중간 매각 계약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아울러 KDB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은 계약서에 언아웃(earn-out) 조항을 삽입했다. 이 조항에 따라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을 인수한 다음 제3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가격보다 높게 팔 경우에는 이때 발생하는 차익을 동부그룹에 사후 정산하게 된다.

동부그룹 입장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의 매각 성사 여부는 그룹의 명운이 걸린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최대 1조원까지 예상되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성사되면 최대 1조 원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 매각이 무사히 완료한다면, 동부그룹은 기존에 매각했던 자금과 합쳐 1조5,000억 원이 훨씬 넘는 유동성을 든든하게 확보할 수 있다.이렇게 동부그룹의 자구를 향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자택을 약 30억 원 선으로 담보까지 잡히는 등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룹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을 좋은 조건에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 놓고 신중한 저울질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포스코그룹 측이 인수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쉽사리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업계 일부에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제철당진항만 매각이 예상 외로 만만치 않은 과정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동부제철 패키지를 실사 중이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포스코는 동부제철 패키지 최종 인수 여부를 판가름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실사 결과 재무적 부담이 높다는 판단이 들게 되면 인수 검토를 모두 철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날부터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항만에 대한 정밀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 작업은 최대 한 달 동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사가 끝난 뒤에는 인수자문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은 보고서를 작성해 포스코그룹 측에 제출하고, 포스코는 이를 바탕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항만의 인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KDB산업은행 측은 현재 포스코그룹에 파격적인 인수 조건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포스코가 30%의 지분만으로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즉 KDB산업은행은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 경영권과 더불어 지분 20~30%를 매입하고, 산업은행 사모펀드부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가 나머지 70~80%의 지분을 사는 형태의 협상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동부발전당진항만의 경우도 포스코에 우선매수 협상권을 주기로 확약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포스코그룹이 KDB산업은행이 제안한 방식으로 인수 작업을 진행할 경우 예상가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으로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항만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이러한 좋은 조건 때문에 포스코그룹은 현재 사활을 걸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은 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항만 인수에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포스코그룹 측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실사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히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항만을 모두 인수하지 않고 둘 중 한 곳만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는 일종의 ‘심리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포스코그룹의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는 거의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다만 포스코 측은 KDB산업은행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에 인수하려는 의도로, 사전 포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동부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자회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제철당진항만의 패키지를 매각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그룹의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뉴시스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도 불거져 나와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최근 포스코그룹은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혀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대우인터내셔널은 매각하는 대신 동부제철 패키지를 인수하는 방향을 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외부 컨설팅사에 그룹 전반의 구조재편 방안을 의뢰하여 최근 보고서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올해부터 포스코그룹 46개 계열사를 합병과 분할·매각·청산 등을 통해 크게 개편해 31~34개 내외로 줄이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가치경영실은 이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구조개편안을 확정해 5월 16일 열릴 예정인 임시 이사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이 개편안에는 포스코그룹이 인수한 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여부가 포함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포스코 측은 현 상태로는 대우인터내셔널을 감당하기 버겁다고 여기는 듯 하다”며 “이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대우인터내셔널을 ‘개편’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국내 철강 유통을 맡고 있는 포스코 P&S와 합병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대우인터내셔널이 전량 매각 방식이 아니라 포스코 P&S와 합병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미얀마 가스전 등 기존의 자원개발 부문은 포스코에너지가 맡게 된다. 아울러 상사 부분에서는 국내 파트는 포스코P&S가, 해외 판매 분야는 대우인터가 맡게 되는 이른바 ‘이원화’ 방안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러한 여러 전망에 대해 지난 4월 29일 포스코 측은 공시를 통해 “재무건전성 제고 측면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극히 신중한 입장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에 포스코그룹에서 불거져 나온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이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현재 철강업계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 측이 여러 파격적인 조건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을 인수할 경우 시장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 때문에 포스코그룹은 일단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을 일종의 명분으로 제시한 뒤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이후 동부그룹 패키지를 인수한다면 의구심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선 듯 하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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