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관련 가계 부채 늘면서 우골탑은 높아만 간다

‘못 배우면 괄시 받고 설움 받는다’고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무지의 대물림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래서 내 자식만은 내 능력을 넘겨서라도 가르치려고 했다.

60, 70년대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었다. 우골탑(牛骨塔)이었다. 상아처럼 고고하고 고답적으로 학문을 논하고 낭만을 구가하는 곳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목돈을 장만하기 위해 온 식구가 나서서 키운 소를 팔아 등록금을 대고, 하숙비를 대서 겨우 다닐 수 있는 ‘소들의 뼈 무덤’인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한 가족에 7남매는 보통이고, 9남매 가정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장남, 장손 하나 잘 가르치기 위해 남은 가족들은 희생해야 했다.

큰형, 큰오빠가 대처로 공부하러 나가게 되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부모님과 나머지 동생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꼴을 베다 소 먹이고, 구정물을 퍼다 돼지를 길러야 했다. 그러다 또 한 학기가 시작되면 상경하는 형, 오빠를 위해 가축들을 내다 팔아 돈을 장만하여 그 뒤를 댔다.

우골탑의 큰형, 큰오빠는 가족들 희생 위에 최고학부를 나왔고, 밥술 깨나 먹고 살게 됐지만 부모님을 안 모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 와중에도 부지런한 계절은 바뀌어 한 세대가 지나고 또 다른 시대가 와 그 형제들이 장성해 성가(成家)를 해 아이를 낳고 기르게 됐다. 자기는 못 배웠지만 자식들에게만은 그 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돈을 벌면 지출 최우선 순위는 자식 교육비였다. 여럿 낳으면 경제적인 한계 때문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까 봐 하나, 아니면 둘만 낳았다.

자식이 커 고등학교에 들어가더니 이상해 졌다. 데면데면 해지더니 슬슬 피했다. 공부하나 싶어 방을 들여다봤더니 ‘스타...’라는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이제나 저제나 끝내고 학습 모드로 전환하나 눈치를 보다가 하도 잠이 와서 새벽 1시 이후에는 어찌 하는지 체크를 못했다. 결국 그걸로 날밤을 샌 모양이었다.

자식들 키우면서 역시 재미나는 건 자식들이 책상 앞에 책을 펴고 몰입해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이다. 왠지 흐뭇하고, 평안한 느낌이다. 하여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자식이 공부를 안 하니 안달이 나게 된다.

어찌어찌 해서 자식과 대화를 해봤다. 어렵게 꺼낸 얘기는 모두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였다. 30만 원 짜리 종합반 학원 다녀봤자 제자리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과목 당 최소 50만 원 짜리 과외는 해야 ‘인 서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언뜻 듣기에 서, 연, 고, 서...동, 국, 세, 단, ....어쩌고 하는 것 같았다. 과목 당 100만 원은 있어야 하는데 가정 형편 상 그런 얘기를 못 꺼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자포자기로 게임에 몰입했다고 한다.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가 무려 30조원에 근접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 규모는 28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2년 말(25조3000억원)보다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은 6.0%로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한은은 앞으로 교육비 관련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 소득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비 지출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 국민계정의 최종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미국(2.4%), 영국(1.5%), 독일(1.0%), 프랑스(0.8%) 등 주요 선진국보다 3~5배나 높다.

한은 관계자는 "교육비 관련한 가계지출 구조는 장기간에 걸쳐 형성됐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계층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 좋은 학벌이 아직은 적어도 필요조건이다. 과외 액수에 따라 자식이 갈 수 있는 대학이 정해지는 상황에서 부모 입장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한다. 교육비 관련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님의 긴 한숨 속에 우골탑은 높아만 간다. 덩달아 등골 휘는 빚더미는 무거워져만 간다. 감당하기 힘들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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