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대가 : 張遇聖·李可染>전: 전통과 혁신의 변주

동양화의 세계는 서양처럼 '사실성'의 추구에 있지 않았다. 동양화는 실제 형상을 심미적으로 재해석하여 요약 혹은 과장 등의 방법을 동원해 '실제와 닮았으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화가의 의지가 강렬히 반영되는 방향으로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동양에 서양문화가 전래되면서 일어난 충격과 경이, 미술계에 있어서는 서양화의 경이로운 사실적 묘사에 대한 압도가 동양화가들의 의식 깊숙이 콤플렉스로 작용했고, 이후 동양화는 서양화가 지닌 사실성과 과학성의 세계를 동양화의 영역과 접목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런 '대변혁'에 시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동양화는 같은 종류의 영향과 충격을 받으며, 같은 종류의 고민, 즉 '전통'과 '혁신'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어떻게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소화해 내는가에 몰두해온 동료이자, 나름의 방식을 동원해 이 딜레마를 해결코자 했던 라이벌이기도 했다. 11월 19일부터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한중대가: 張遇聖·李可染>전에 선보여지는 두 화가, 장우성과 리커란은 모두 '전통화의 현대화'라는 화두를 앞에 두고 일대 혁신과 모험을 감행해온 화가들이다. 마치 한국과 중국의 동료이자 라이벌인 관계를 상징하듯 이들 두 화가의 작품들이 대비적으로 전시되는 이번 <한중대가: 張遇聖·李可染>전에는, 60여점의 장우성 작품과 80여점의 리커란 작품이 대중들에게 선보여질 예정이며, 두 화가의 인물, 화조·영모, 산수, 서예 등 다양한 화목들이 소개될 예정이어서, 한국화와 중국화가 어떤 방식과 과정을 통해 전통화의 혁신을 꾀하고 있었는지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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