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지시각으로 어제(27일) 오전 수십만 명이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가운데 시성미사를 주례하고, 전임 교황들인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전 세계 교회가 공경해야 할 성인으로 선포했다.

교회 역사상 두 명의 교황이 동시에 시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이날 시성식에는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까지 참석해 4명의 교황이 함께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의 시성청원에 "복자 요한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으로 인정하고 확정해 성인반열에 올리고 온 교회가 경건한 신심으로 이 분들을 성인으로 공경하도록 결정한다“고 선포했다.

이어 두 성인의 유해가 담긴 함에 입을 맞춘 뒤 모든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제대 옆에 전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진행된 시복미사 강론에서 “두 분은 참으로 용감한 사람으로 교회와 세상에 하느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을 증언했다", 또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가 원래의 모습을 따라 재건되고 쇄신되도록 성령과 협력했다"며,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고 자라나게 한 성인들임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날 시성식이 열린 성베드로 광장에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성식을 지켜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신자 약 100만명이 운집해 두 교황의 시성을 축하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인근에서 에어 매트리스와 슬리핑 패드의 캠핑으로 밤을 보냈고, 일부는 로마 도심의 십여 교회에서 개최한 철야 기도회에 참가했다.

요한 23세는 1958~1963년의 짧은 재위 기간 동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하면서 진보적 가톨릭의 영웅이 됐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미사가 라틴어 대신 현지어로 진행될 수 있었으며 유대인 등 다른 종교 교인들과의 대화를 권장함으로써 2000년 동안의 구태의연한 가톨릭을 현대적 감각으로 부활시켰다.

1978~2005년까지 25년 간 재임한 요한 바오로 2세는 고국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의 지원을 통해 공산주의 붕괴에 이바지했다. 많은 외국 순방과 월드 유스 데이 운동으로 새로운 가톨릭 세대를 일궜다. 특히 그는 1960년대의 문화 변혁기 이후 가톨릭의 핵심 교리를 지켜 보수파 신도들을 기쁘게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최단 시일에 성인 지위까지 오른 기록을 세웠다.

이날 두 전 교황의 시성식에는 90여 개 나라의 왕, 왕후, 대통령 및 총리들과 여러 나라의 유대인 지도자들 20명도 참석했으며,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세계 교회의 추기경들과 함께 시성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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