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불안전·무책임·무대책이 낳은 ‘인재’…환골탈태해야

그날 낮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서 처음에는 ‘어째 저런 일이…’하면서 놀랬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TV를 보면서 꽃다운 생때같은 수학여행 가는 고교생들이 배안에 갇혀 실종됐다는 소식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밤이 깊어지면서 정부 발표는 오락가락했고, 관계자들은 허둥댔다. 살아있는 자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긴 탄식과 함께 무력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다음 날 배에서 처음 빠져 나온 이들이 선장과 선실 직원들이었다는 사실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시간이 흘러도 구조 작업은 지지부진하고, 무사 생환하는 이는 없었다. 계속 탑승객, 구조, 사망, 실종자 숫자는 번복되고 수정됐다. 다이버들의 선체 진입을 놓고도 ‘했다, 안 했다’ 계속 엇갈린 발표만 나왔다.

생존의 마지막 희망 에어포켓(air pocket) 크기는 더 깊은 해연(海淵)으로 빠져들어가는 세월호와 함께 줄어들었다. 온 국민의 가슴도 그렇게 조여들어 갔다.

그럴 즈음,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 대국, 인터넷 등 첨단 기술 보유에 있어 앞서가는 나라에서 이렇게 구조 작업이 더디고, 효과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음에 분노는 절망으로 변했다.

국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집단적 트라우마에 심각하게 노출됐다. 휴일이 지나면서 구조도, 수색도 특별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우울증으로 변해갔다.

또 다시 맞이한 한주.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엿새째인 오늘은 4월 21일이다. 생환하는 이에 대한 기대가 먼 전설처럼 느껴지면서 시신을 수습했다는 슬프고 가슴 미어지는 소식만 잇따르고 있다.

'기적을 구하자'는 다이버들의 구호를 아스라이 들으며 생존자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은 또 다시 분노를 넘어 슬픔에 빠져있다.

특히 사고 현지인 전남 진도 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있다.

"내 아이는 꼭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기정사실처럼 굳게 믿는 실종자 가족들은 불면의 시간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임시거처로 쓰이고 있는 진도체육관은 24시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대부분 가족들은 몇날 며칠을 뜬 눈으로 꼬박 새우며 정부의 수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 차디찬 바다에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서 마를 새 없이 뺨 위를 흘러내리던 눈물은 이제 말라버리고 하얀 생각 속에 멍 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그러다 '신원미상의 시신 인양'이라는 뉴스특보가 나올 때마다 혹시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이며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온종일 절규하는 통한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지인과 친척 등이 찾아오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루고 사망자의 인적사항이 전파될 때마다 오열한다.

어젠 청와대까지 걸어 올라가 담판을 지으려 했지만…. 이젠 악을 쓰고 기를 써가며 무능한 정부를 비판할 체력도 남아있지 않다. 실종자 가족들의 심신은 극도로 피폐해져 링거액을 맞고 의약품에 의지하고 있다.

이처럼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슬픔 속에 보내고 있지만 '무사생환'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딱 하나. 정부의 신속한 수색작업으로 하루빨리 실종자들을 찾는 것뿐이다. 이날 오후 현재까지 사망자는 64명이며, 실종자는 238명이다.

이날도 오전에만 여학생 5명 포함 총 6구의 시신이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한 학부모가 차가워져 버린 딸의 모습을 확인했다. 학부모는 주검을 붙잡고 오열하며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6일 동안 함께했던 실종자 가족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났다.

떠난 사람들은 깊은 설움으로 밀려서 떠났고, 남을 수밖에 없는 가족은 팽목항에 주저앉아 그저 바다만 바라본다. 지워지지 않았던 얼굴의 하얀 눈물길을 따라 또 다른 눈물방울이 주룩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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