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통폐합·살생부·사옥 매각 논란…‘악재’ 휘청

최근 고객 정보 유출 건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전체 190개 지점 중 3분의 1에 육박하는 영업점 56개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 측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씨티은행이 세 가지 악재에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지점 통폐합, 살생부 의혹, 사옥 매각 논란 등이 그것이다. ⓒ뉴시스

영업지점 통·폐합 방침 확정…구조조정 일어날까?
“인원 감축과 무관” 입장에 ‘살생부’ 논란 불거져
본사 매각 두고 “한다” VS “못한다” 입장차 첨예


최근 한국씨티은행은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지점통폐합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을 중심으로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구조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업지점 통·폐합 방침 확정

지난 4월 8일 한국씨티은행은 “전국 190개 지점 가운데 56개 지점을 통·폐합하고 향후 영업망을 대도시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안을 주요 골자로 하는 ‘소매금융영업점 효율화 방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바로 다음날인 4월 9일 수원역지점·경서동지점 등 5개 지점을 “5월 9일까지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10일 한국씨티은행 측은 “부평중앙지점·청담파크·영동·옥수동·방배남·명동·부천·남역삼·광장동·반포중앙 등 10개 지점을 폐쇄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한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의 56개 지점이 통·폐합되면, 지점 수는 134개로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씨티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4,240명(계약직 포함)이지만, 이 과정으로 거치면서 3,800명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한미은행과 합병할 당시 인원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씨티은행은 통·폐합에 해당되는 지점 근무 인력에 대해서는 다른 점포로 보내든지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씨티은행은 통·폐합을 통한 지점 축소 작업을 완료한 뒤에는 PB(프라이빗 뱅킹)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서울 강남권 등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 전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경제 평론가는 “프라이빗 뱅킹은 그동안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강점으로 꼽혀온 분야”라며 “이른바 규모의 ‘슬림화’를 통해 그동안 이자 소득에 의존해왔던 수익 관행을 줄이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만 집중해 효율성을 최대화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한 한국씨티은행 관계자 또한 “현재 우리나라 은행은 디지털 뱅킹이 급속하게 발달하여 전체 거래 중 90% 이상이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른바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은행 점포수를 현재대로 유지할 이유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금융권 전반에서 저수익 기조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전망이기 때문에 결국 점포를 축소하기로 했다”며 “향후 인터넷 뱅킹의 강화는 물론 서울·부산 등 전국 6개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부유층 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전략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씨티은행 측은 “지점 통·폐합과 인원 감축은 관련이 없으며, 이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구조조정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살생부’ 논란으로 시끌시끌

한국씨티은행 측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이번에 폐쇄하려는 56개 지점 수는 한국씨티은행 전체 지점 가운데 3분의 1 수준”이라며 “사실상 대규모 통·폐합인 만큼 향후 처음 예상 인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 씨티은행은 지점을 줄여도 인력감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살생부’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노사간 관계는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뉴시스

하지만 벌써부터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한국씨티은행 내부는 상당히 뒤숭숭한 편이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는 이른바 ‘살생부’ 논란이 등장해 자칫 노사 갈등이 조기에 전면화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씨티은행은 전국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이른바 ‘BM(Branch manager·영업점 지점장) 평가 기초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각 지점장을 ‘pass(통과) 그룹’과 ‘doubtful(의심스러운) 그룹’으로 분류하고 이름을 적도록 했다. 이 평가서는 영업본부장이 각 지점장들에게 보낸 자료 가운데에서 발견됐다.

파문의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자 한국씨티은행 측은 “BM평가 기초자료는 매년 작성해 오는 자료”라며 “부지점장에 대한 평가서가 실수로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아울러 한국씨티은행 측은 “통·폐합 영업점장에 임명할 적임자를 고르기 위한 작업”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명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내부에서 곧이곧대로 믿는 임직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지점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영업점 효율화 방안이 나온 뒤 바로 잇따른 조치이기 때문에 사실상 ‘살생부’나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살생부’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할 직원을 미리 선별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며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현재 사측은 점포 통합 발표와 더불어 전체 인원 중 3분의 1 가량을 이른바 ‘잉여인력’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사측은 잉여인력에게 적당한 직무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본점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한국씨티은행 노조 측은 “향후 무조건적인 파업을 단행하지는 않겠지만 사측이 임금단체협상 내용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방침에 발맞추어 지난 4월 16일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측은 사측의 영업점 통·폐합 조치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라 앞으로 험난한 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옥 매각 논란’도 첨예한 이슈

가처분 신청을 낸 노조는 “대규모 영업점 폐쇄 및 조직 축소를 단행하려면 단행하기 60일 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합의 또는 협의해야 한다. 사측은 이 같은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옥 매각 논란과 관련, 하영구 씨티은행 은행장은 “누가 4,000억 원을 준다고 하는가? 그 값을 쳐준다면 당장 팔겠다”며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조 측은 “본사 매각 절차를 밟으려는 이유가 사실 직원들의 퇴직금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노조는 “1차 폐쇄 대상 지점들은 수익성이 매우 양호해 폐쇄할 이유가 전혀 없는 지점”이라며 “구조조정을 빌미로 각 지점을 무작위로 폐쇄하고 56개 지점에서 근무하는 65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거나 파견직으로 내몰려는 시도”라고 비판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이렇게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대해 한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점포 운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지점 통합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와의 협의 대상이 아니고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경영적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지점 폐쇄 방침에 반발해 파업 절차 수순에 돌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전운은 더욱 짙어져 가고있다. 지난 4월 10일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이뿐 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은 지점 축소에 이어 서울 다동에 있는 본사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최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본점을 매각하고 내년 2/4분기 내로 여의도 IFC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한국씨티은행 본사는 과거 한미은행 시절부터 햇수로 18년 동안 사용하고 있다. 이 본사 건물은 2004년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합병한 뒤에도 줄곧 떠나지 않은 상징적인 핵심자산으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본사 사옥 매각은 한국씨티은행의 경영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 노조 측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본사 매각도 구조조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본사 매각 절차를 밟으려는 이유가 사실 직원들의 퇴직금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만만치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이렇게 본사 사옥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4월 18일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사옥 매각은 세 가지 대안 중 하나”라며 “현재 다동 사옥 매각 여부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영구 은행장은 이날 오전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누가 (우리 사옥의 매매가로) 4,000억 원을 준다고 하는가? 그 값을 쳐준다면 당장 팔겠다”며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 은행장은 결연한 어조로 “현재 노조에 제시한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계획이지만, 의사결정은 어느 쪽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사측은 ▲다동 사옥 매각 다음 통합 이전 ▲다동 사옥 리노베이션 ▲현재 분리되어 있는 기업·소매금융 센터를 유기적으로 통합 등 세 가지 방안을 노조에 제안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이 가운데 사옥을 매각한 다음 본사를 이전한다는 계획이 결국 현실화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편 이에 대해 한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본사 사옥을 아직 매물로 내놓지도 않았다”며 “예전에 상암동 이전을 검토했던 것처럼 여의도 IFC의 조건을 살피며 동시에 다동 사옥 리노베이션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이른바 ‘명예퇴직금 마련을 위해 사옥을 매각한다’는 설은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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