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매각 움직임에 강력 반발…인수 무산?

김치냉장고의 원조로 유명한 ‘딤채’를 제조하는 기업 위니아만도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이 최근 KG그룹으로 매각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2일부터 위니아만도 생산직 및 사무직 직원 700여명은 공장 전체 라인의 생산 및 업무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위니아만도는 현재까지 공장 가동이 전면 멈춰있는 상태다. 이 처럼 생산직 직원은 물론 관리직까지 가세하여 파업에 전격적으로 돌입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노조 “정당하지 못한 과정 매각 추진…인수 철회해”
세 번째 매각, 사모펀드에 대한 피해의식 극에 달해
KG그룹 “인수 포기할 수도” 의사 전달…귀추 ‘주목’

▲ 지난 4월 2일부터 위니아만도 생산직 및 사무직 직원 700여명은 공장 전체 라인의 생산 및 업무를 중단했다. 위니아만도 직원들이 대거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보다 KG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인수에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비밀 야합에 의한 매각 추진 반대”

또한 지난 4월 3일 위니아만도의 충남 아산 공장과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KG이니시스 본사 앞에 모여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렇게 위니아만도 직원들이 대거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보다 KG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인수에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 파업에 참여한 위니아만도 임직원들은 KG그룹을 ‘투기 자본’으로 규정하고 회사 인수를 철회할 때까지 파업과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전망이다.

이번 파업의 발단은 지난 3월 26일, KG그룹 계열사이자 전자결제 기업인 KG이니시스가 “위니아만도 지분을 100% 인수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하면서부터 일어났다.

이어 다음날인 3월 27일, 위니아만도의 지분을 100% 보유한 대주주인 유럽계 사모펀드 씨티벤처캐피탈(CVC)은 이사회를 열어 양해각서 체결 안건을 전격 통과시켰다. KG그룹은 먼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다음 재무투자자를 모집해 위니아만도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KG그룹의 인수 움직임에 대해 위니아만도 임직원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며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이유다. 이번 전면 파업을 이끌고 있는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씨티벤처캐피탈과 KG그룹 사이에 양해각서 체결은 사실상 비밀 야합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통해 정당하지 못한 과정으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위니아만도 인수 발표를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며 “KG그룹 자본이 인수를 철회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니아만도 노조 측은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 크게 의심스러운 KG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한다면 위니아만도는 다시 한 번 투기자본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와 아울러 위니아만도 노조 측은 “양해각서 체결 상황 자체가 불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협약에는 회사는 분할·합병·양도·매각 등을 할 때 70일 전에 노조에 통보해야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G그룹도 믿을 수 없다?

현재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씨티벤처캐피탈과 KG그룹간의 양해각서 철회 ▲회사를 건실한 산업 자본에 매각하든지 EBO(종업원 기업인수) 또는 ESOP(종업원지주제)를 추진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이렇게 위니아만도 임직원이 회사 매각 추진 방침에 대해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전면적인 파업까지 불사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만약 회사가 매각된다면 위니아만도는 사모펀드 주인만 세 번째 맞이하는 기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며 “그동안 사모펀드 세력이 소위 말하는 ‘먹튀’만 염두에 두고 회사 자체의 발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위니아만도 직원들의 머릿속에 굳게 뿌리박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니아만도는 1999년 만도그룹에서 만도공조 부문이 분리되며 설립된 회사다. 최초 최대주주는 UBS캐피탈 컨소시엄이었다. 만도공조는 만도그룹의 무리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흑자부도가 나면서 UBS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이후 UBS캐피탈 컨소시엄은 2005년 11월 만도위니아를 씨티벤처캐피탈에 되팔았다. UBS캐피탈 컨소시엄은 만도위니아를 매각하면서 투자금의 두 배가 넘는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만도위니아의 매각 대금은 약 2,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이렇게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씨티벤처캐피탈이 고배당과 유감감자를 지속하면서 챙겨간 금액은 자그마치 2,500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다.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해외투기자본인 씨티벤처캐피탈 역시 UBS캐피탈 컨소시엄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보다는 이익만 챙기는 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그동안 신제품 연구·개발 등 위니아만도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은 대부분 금융권에서 대출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지난 2009년 씨티벤처캐피탈은 위니아만도가 이윤을 거두는 상황에서도 300여명이나 되는 임직원을 감원해버린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위니아만도 임직원들은 KG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씨티벤처캐피탈과 별로 다를 바 없이 이익 환수에만 집중하고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 등 장기적 차원의 발전 사안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G그룹은 UBS캐피탈 컨소시엄이나 씨티벤처캐피탈과는 달리 실체가 있는 기업을 거느린 곳이라 만도위니아 임직원이 다소 과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KG그룹은 2003년 비료회사인 KG케미칼(경기화학이 전신)을 모태로 하여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한 기업집단이다. 현재 KG그룹의 총 매출은 1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G그룹은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유명한 KG이니시스를 비롯하여 KG ETS·KG모빌리언스·KG제로인·KG패스원·KG상사·KG옐로우캡·이데일리·이데일리TV 등 모두 일곱 개 사업군·열 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KG그룹 “무리하면서까지 인수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세간의 시각에 대해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KG그룹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려가 전혀 과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KG그룹이 위니아만도를 인수하게 되면, 세 번째로 주인이 바뀌게 된다. 한 경제평론가는 “그동안 사모펀드 세력이 소위 말하는 ‘먹튀’만 염두에 두고 회사 자체의 발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위니아만도 직원들의 머릿속에 굳게 뿌리박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현재 KG그룹은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는데도 불구하고 위니아만도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및 비전에 대해 아무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노조 측은 “고영규 KG이니시스 대표와 면담을 요청해 실시했지만 과연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다만 ‘KG와 한 가족이 된다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KG그룹이 기존에 진행해온 인수합병 현황을 보면, 대개 매각대금을 치르기 위해 인수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를 피인수 회사에 부채를 넘기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위니아만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KG그룹이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후 인력 감축이나 노조 해체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데만 치중한 채 막상 시설 투자에는 소홀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니아만도 임직원 측의 우려에 대해 현재까지 KG그룹 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G그룹 측은 지난 3월 26일 공시와 더불어 “이번 인수를 통해 위니아만도의 우수한 제품 기술력 및 유통 채널에 지닌 강점을 살리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현재 KG그룹 측이 보이는 태도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파업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위니아만도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편 위니아만도의 파업이 격렬한 양상을 점차 보이기 시작하자 KG그룹 측은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를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위니아만도 노조의 반대가 지속되면 KG그룹의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G이니시스 관계자와 위니아만도 노조 관계자는 지난 4월 9일 KG이니시스 본사에서 위니아만도 인수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었다. 여기서 KG그룹 측은 “위니아만도 임직원이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인수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위니아만도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시중 판매점 공급 물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치냉장고·제습기 등의 재고물량이 거의 소진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위니아만도의 주력 제품인 김치냉장고 사업에 커다란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위니아만도는 일일 기준으로 약 400대의 김치냉장고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는 온·오프라인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 가운데 70%를 넘을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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