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천 가지 모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의 대중적인 교류가 많아지고 있다. 배용준, 이병헌, 보아 같은 한류 연예인 열풍으로 인해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 1위로 꼽히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각 여행사마다 내놓는 저가형 일본 관광 상품으로 예전보다 부담 없이 일본을 드나들고 있다. 그러나 저가형 관광 상품으로 일본을 찾는 사람들은 촉박한 일정과 가벼운 경비 때문에 일본 곳곳을 누비지 못한다. 그저 유명 명소 위주로 찾아다니며 눈도장만 찍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서는 일본의 진짜 모습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는 알찬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한 군데를 가더라도 그곳에 얽힌 역사와 유래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 뒷골목 엿보기』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가는 유명 명소뿐만 아니라 초보여행자라면 쉽게 찾아가지 못하는 일본 뒷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스로 ‘일본통’이라 자칭하는 저자 홍하상은 이 책을 통해 여행사나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여행 정보가 아니라 일본 뒷골목에서 펼쳐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작가 특유의 시선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큰 맘 먹고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완전초보 여행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곳이지만 좀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감각파 여행자, 지금까지 알고 있는 일본이 아니라 색다른 일본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학자형 여행자…….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의 유형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정작 일본 여행에 대한 정보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일본을 백 번 이상 가본 ‘일본통’. 그가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캐낸 뒷골목의 숨겨진 이야기, 역사, 문화 등을 구수한 입담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텐노지를 보수관리하며 1400년을 백제인으로 살아온 곤고구미 건설회사, 김치와 갈비를 일본 최고의 음식으로 만든 재일동포들이 모여 사는 쓰루하시 시장, 우리나라에서 건너온 고대인들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일본의 신사와 절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가 일본에 끼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또 5대에 걸쳐 하루도 쉬지 않고 오뎅을 팔고 있는 다코우메 오뎅집, ‘후지산 위에 구름이 있다’는 말로 겸손함을 표시하는 주방장이 운영하는 후쿠와, 단돈 천 엔으로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점심을 제공하는 치카에,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지만 고성방가는 울려퍼지지 않는 일본 술집의 모습을 통해 일본인들의 민족성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밖에 나가사키와 삿포로를 여행하면서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색다른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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