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부정적 의사’ 표명…유리한 고지 위한 전략?

최근 포스코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함께 묶어 인수하도록 하는 산업은행의 패키지 인수 제안에 부정적인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 입장에서 상당히 좋은 제안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결론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 내막을 파헤쳐본다.

▲ 포스코가 산업은행의 패키지 인수 제안을 놓고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예상이 제기되는 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뉴시스

산은, ‘동부 패키지 인수’ 제안…포스코 군침?
권오준 “인수합병 검토중” 시너지 효과 낼까
포스코 손에 달린 동부그룹 자구책…원점으로?

포스코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설이 업계에서 처음 나온 시점은 지난 3월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위임받은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이 자구 계획안으로 내놓았던 매각 자산 가운데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인수 가능성 여부를 포스코에 타진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좋은 제안?

지난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약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놓은 뒤 “2015년까지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대상에서 반드시 벗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부그룹 측은 이를 위해 계열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하이텍·동부메탈·당진항만·동부익스프레스 지분·동부발전당진 지분·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을 매각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동부그룹은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런 과정에서 산업은행 측은 동부그룹 자산 매각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패키지 매각’이라는 방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 예상가는 약 1조2,000억 원이며 동부발전당진의 경우는 약 4,000억 원 규모다.

이에 대해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여러 인수 대상자 중 하나로 포스코그룹 측에 패키지 인수 방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관계자는“그렇지만 이번 동부그룹 계열사 패키지 매각 계획은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고려하고 있는 여러 매각 방법 중 하나”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제안”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냉연강판·컬러강판·아연도강판 등을 두루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포스코가 인수를 하게 되면 냉연 일관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더불어 동부발전당진도 포스코가 인수하기에 적합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포스코 측이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의 외적 영역을 확대하는 데 더 없이 적합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을 한꺼번에 인수할 가능성이 다른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기대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 권오준 회장은 “조건이 안 맞으면 인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정말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것인지,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두기 위한 전략인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뉴시스

아울러 ‘포스코 피인수설’이 가시화 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포스코와 동부그룹의 주가가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쉽게 보기 힘든 진풍경이 연출됐다. 특히 포스코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증권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산업은행 ‘압력설’ 돌기도

그렇지만 포스코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처음 동부그룹 계열사 패키지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부담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줄곧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포스코는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 진행됐던 무리한 인수합병 때문에 현재 재무구조 개선·경영 정상화 등 심각한 과제를 풀어가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리 산업은행이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든 처지”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한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검토 단계까지 들어가지는 못했다”며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 검토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렇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연막작전’이 아니냐”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업계에서 이런 생각이 퍼지게 된 데에는 나름의 당위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3월 14일 권오준 회장은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을 당연히 검토하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권오준 회장은 “다만 시기·방식·절차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향후 인수합병으로 인한 효과 등에 대해 전략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권 회장의 발언은 보는 시각에 따라 ‘포스코 본연의 사업 분야에 타당하다면 인수합병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권오준 회장의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산업은행이 동부그룹 계열사 패키지 매각을 전격 제안했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양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즉 산업은행 측이 권 회장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파악하고 패키지 인수 제안에 돌입한 것일 수도 있다”며 “한편으로는 권오준 회장이 향후 포스코 발전에 상당히 적합한 곳으로 평가받는 동부제철이나 동부발전당진에 대해 줄곧 고민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재계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제안한 것은 일종의 ‘압력’을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압력설’이 나온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에서 생산하는 컬러강판·냉연강판이 이미 포스코에서도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중 컬러강판의 경우 시장에서 이미 공급 과잉상태라 더 이상의 장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마디로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포스코 입장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 산업은행은 포스코 측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함께 묶어 인수하도록 포스코에 제안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 압박설이 돌기도 했다 ⓒ뉴시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할 경우 오히려 컬러강판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동부그룹 자구책, 결국 ‘원점’으로?

아울러 두 번째로는 “산업은행과 동부그룹 측이 기대하고 있는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근거를 내놓고 있다.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매각 예상가는 최대 1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에 한창 몰두해야 할 상황인 포스코로서는 여간 부담되는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지난 4월 1일 포스코 측은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로써 동부그룹의 매각 방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이게 됐다.

포스코에 따르면 권오준 회장은 창립기념일인 4월 1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묘소를 참배했다. 권 회장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와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은 서로 거리가 멀다. 그것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권오준 회장은 “현재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방안은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며 “조건이 안 맞으면 인수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권 회장은 “인수적격성 실사 과정은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의 발언은 현재로서는 포스코그룹의 외연 확대보다는 일단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비중을 두겠다는 의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권오준 회장이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천명한 것으로도 보인다.

업계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동부발전당진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이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해서는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패키지 인수’라는 조건이 붙는 바람에 부정적인 결론으로 간 것 같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권오준 회장의 발언이 ‘인수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향후 인수합병 협상 과정에서 먼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사실 포스코가 동부그룹 계열사 인수에서 완전히 물러나기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실사 중인 상황도 있으며 또한 포스코 입장에서는 향후 산업은행과의 관계도 적극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거절하면 이중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중국 철강업체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라 포스코 측이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철강업체로는 바오산철강·수도강철·안산철강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최대 철강사로 꼽히는 바오산철강이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만약 바오산철강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합병 하는 데 성공할 경우 강판 제조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중국 철강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뒤 막대한 자금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자칫 국내 철강 시장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러나저러나 포스코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같은 여러 복잡하게 얽힌 사정 때문에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사실상 인수를 결정한 상황에서 인수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는데 역점을 두고 협상 전략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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