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이익 무시한 상장은 불가 ··· 손보사와 형평성 갖춰야

2006년초 경제계의 10대 화두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생명보험사의 상장문제이다. 생보사들은 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여 통합금융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확장에 적극 나설 수 있다며 적극적인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계약자들 보다는 주주들의 입김과 이해관계사 사실상 더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계약자들의 보험료를 운용하여 먹고사는 곳인 만큼 주주들보다는 계약자들의 이익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생명보험사의 상장문제는 1989년부터 추진된 생명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는 고객 인지도, 매출액, 영업력 등 모든 면에서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생보 빅3대 중소형사의 구도가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이 시장 판도를 뒤집기 위해서 증시를 통한 자금유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생명을 제치고 생보업계 1위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교보생명, 금호생명 등과 중소형 보험사 등은 이번 상장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남궁훈 생보협회장의 공약사항 이 문제는 사실 생명보험사들과 소비자단체간 입장차이로 인해 번번히 좌절됐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남궁훈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내건 공약 중 하나였다. 동월 1일 남궁 생보협회장은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할 생보업계 현안으로 생보사 상장 허용 문제, 퇴직연금제의 성공적 운영, 은행의 지급결제기능 확보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었다. 이중 최 우선으로 생보사 상장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초 금창록 전 금감원 부원장과 생보협회장을 놓고 벌인 물밑 경쟁에서 남궁훈씨가 이겼던 것도 생보사 상장에 대한 로드맵과 자신감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상장은 현 남궁 생보협회장이 자신의 인맥과 역량을 총 동원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생명, 교보생명 상장에 적극 나서 이같은 남궁훈 생보협회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확인되자 생명보험사들도 적극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호생명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생명 등은 상장을 공식 선언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는 “상장은 남궁 협회장의 공약사항이자 취임 후 첫 사업”이라며 “협회장의 추진의지가 강력한 이상 당국에서 전관예우의 관례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길이 열릴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금호생명은 지난 12월 이미 설계사 및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700만주의 공모주 청약 총 1,020억원 가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금호생명은 이 중 개인투자자에게 170만주를, 그룹임직원 및 설계사들에게 850만주를 각각 지급했다. 이와 관련 금호생명 관계자는 “이번 공모는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며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것은 투자자들이 금호생명의 성장성을 낙관적으로 보는데다 오는 2008년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금호생명은 이번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총 2,962억원이 됐다. 이와 관련 금호생명 박병수 사장은 “이번 공모를 통해 유입된 자본금은 방카슈랑스 및 퇴직연금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보사 상장에 대한 논의의 첫 물꼬를 텄던 교보생명도 상장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TF팀을 구성 중에 있으며 4,000억원 가량을 일차 공모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교보생명은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부동의 2위를 지켜오다가 지난 2002년 한화계열로 흡수된 대한생명에 의해 업계 3위로 밀려났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과 설계사 펀드판매를 적극 활용하여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을 제치고 리딩보험사로 자리매김 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9월 SK그룹에서 미래에셋으로 편입된 직후 일반 공모를 통해 1,500억원을 증자하여 인수 자금으로 활용한 바 있다. ▲감독당국, 상장 아웃트라인 마련 생명보험업계의 상장추진과 관련 금융감독원 및 증권선물거래소 등 당국에서도 긍정적인 검토를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보험회사 상장자문위원회를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산하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 생보사가 상장될 경우 경영 전반에 대한 공시강화 등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자본확충수단이 다양화 되어 재무건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생보사의 상장은 우량기업에 대한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증권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재경부, 금감원, 거래소 등 정부 기관은 내부적으로 생보사 상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보험소비자연맹은 “생보사의 상장이 결과적으로 계약자의 권익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상장을 해야 한다면 보험 계약자와 주주의 권리가 동등할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한 정부는 특정업종에 대한 상장문제와 기준을 법률로 규정한 선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증권선물거래소측은 “현행법상 개별기업의 상장 규칙 등은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생보사의 특징상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면 규정 속에서 구체화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생보사 상장차익, 고객에게 환원해야 반면 시민단체는 생보사 상장시 그 이익을 계약자들에게 당연히 나눠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의 특성상 보험료 초과분이 생보사 이익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영상의 이익도 주주가 아닌 계약자에게 우선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보험사들은 현행 기준에 따르면 유배당 계약의 경우 이익의 10%를, 무배당 계약의 경우 이익의 100%를 주주에게 귀속시키므로 무배당 계약은 계약자에게 아무것도 돌려줄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소연측은 ”지금까지 생보사들은 상장을 대비, 무배당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으나 이 상품도 주주는 자본금의 한도로 경영위험을 부담하고 나머지 위험요소는 무배당 계약자가 부담한 것이기 때문에 무배당 계약자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상장 차일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보험사들이 제시하는 상장차익의 공인재단 출연 방안에 대해서도 “회사성장 기여도가 분명한 계약자가 있음을 무시하고 시혜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명분쌓기에 불과한 조치”라며 일축하고 있다. 국회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보험회사는 계약자의 보험료를 먹고 성장하는 특성상 일반론적으로만 국한할 경우 계약자의 돈으로 주주들의 호주머니만을 채워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 법적대응 준비 또한 시민단체들은 생보사 상장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한 모임에서 “정부가 설립 연륜이 짧고 계약자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계약자 반발이 약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금호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을 앞세워 쉽게 상장시킨 뒤 재평가차익배분 문제와 커다란 계약자 반발이 예상되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을 전례에 비춰 강력히 상장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보면 정부와 보험사간 유착관계로 계약자들이 손해 볼 수 있는 만큼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미 시행된 신한생명의 신한지주 편입, 금호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유상증자가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이론적, 법률적 검토를 거쳐 절적한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 일각에서는 “손해보험사들은 예전에 상장하여 자금을 조성해 오고 있다”고 지적한 후 “손보사들은 되고 생보사는 불가하다는 것은 자체로 형평에도 맞지 않는 처사”라고 강변했다. 이와관련 보험소비자연맹의 한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기본적으로 물(物) 보험으로 계약자가 법인인 비즈니스형 보험인 반면 생보사는 인보험으로 고객이 개개인인 경우인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특정 물건에 대해 특정 기간동안의 사고를 담보하는 손해보험과 한 사람의 사실상 전 생애를 대상으로 하는 생명보험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영의료보험 등 제3보험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생보업계와 손보업계의 영역이 허물어지는 상황 속에서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생명보험 주 증시 견인할 수 있을 것 한편 생보사가 상장되면 주식시장에서 생보사의 주가가 치솟을 전망이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생보사 주식은 금호생명이 9,000원, 미래에셋생명이 2만 4,500원 삼성생명이 53만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금호생명의 경우 공모가가 6,000원이어서 공모 3개월만에 주당 3,000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이와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은 작년까지 생명보험사들은 대체로 지급여력비율 150%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변액상품의 호재와 고령화 등으로 점차 좋아지는 우량회사들”이라며 “사안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손보사들과는 달리 생보사들의 경우 특별한 경영악화 환경이 있지 않는 한 KOSPI 시장을 선도하는 블루칩의 역할을 계속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생보사들의 상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지자 장외 주식시장에서 생명보험주들이 춤을 추고 있다. 생보사 상장소식의 최대 수해주인 삼성생명은 3만5천원 폭등하면서 53만5천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동종업체 금호생명보험은 1백원 내린 9천원에 머물렀고 미래에셋생명과 교보생명은 보합세를 보이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반면 생보사 상장논란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새해가 시작되고 2월쯤 금감위원장이 생보사 상장 연내확정을 발표하고 5월에는 7월게 상장안이 나올 것으로 구체화 된 뒤 7월에는 9월로 연기되고 그러다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못 이겨 법과 원칙에 따른 생보사의 상장이 강조되고 10월에는 드디어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는 이 패턴은 지난 2000년과 2003년에 이미 경험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윤증헌 금감위원장이 2월에 발표한 것을 보면 지난번의 수순을 똑같이 밟아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즉 2월 발표가 오는 10월 무기한 연기 발표로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은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로 남궁헌 생명보험협회장이 생명보험업계에 주는 첫 선물로 상장을 지목한 점, 현 금융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 이미 금호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공모주 청약 등을 한 바 있고 교보생명도 우회 상장을 시도하고 있는 등 업계의 상장이 시작돼 전면적으로 막기는 사실상 힘들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는 과거에도 존재했었던 만큼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보험료 인상 및 보장 축소 계약자에게 손해가 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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