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권을 찾아야 겠다

흔히 게이라면 피하게 되고, 정신이상자 취급을 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음란하고 퇴폐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장면을 연상한다. 그러나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서로 보듬어주며 살아가고 있는 한사람일 뿐이다. 40대 이상 장년층의 게이들은 주로 종로에서 그들만의 은밀한 만남을 갖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없어진 파고다극장에서 왼쪽자리를 비워두고 상대방이 와서 앉으면 만남이 이루어졌다. 스스로 숨어 지내던 세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권리를 찾기 시작한 세대는 30대 게이들에 의해 시작됐다. 가족뿐 아니라 사회를 향해 커밍아웃한 첫 세대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단지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침해당한다. 합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도 없으며 친구나 가족에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수면 위로 들어난 동성애 최근 들어 동성결혼이 점차 확산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이는 건전가정 정신에 배치되는 것으로 자녀교육 등 문제점이 늘어나면서 그 해결책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독일동성애자연합회(LSVD)의 엘케 얀센 회장은 독일 어린이 2100만 명 가운데 10만 명이 동성애자 가정 출신이라고 밝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동성애가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은 종교계와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는 동성 결합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일반인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반’(동서애자들은 자신들을 그렇게 부른다)들은 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의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밍아웃을 하기란 쉽지 않다. 커밍아웃을 하는 순간 지금껏 맺어온 인간관계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가족들의 압력에 못 이겨 가정을 꾸리는 게이들도 적잖다. 이들은 낮에는 ‘일반’으로 살아가고 밤에는 자신의 성정체성인 ‘이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게이커뮤니티의 급속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이바는 주요한 만남의 장소다. 종로에만 60여개의 게이바가 있다. 중장년층을 위한 게이바뿐만 아니라 젊은층을 위한 ‘원샷바’도 있다. 그뿐 아니라 손님들이 시중을 드는 이른바 ‘선수바’도 존재한다. ‘일반’들은 게이바가 음란하고 퇴폐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카페와 똑같다. 단지 남자들만 함께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한 게이들은 곱상하게 생기고 여자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대개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며 몸매관리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외모 상으로 평범한 게이들도 많다. 게이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우리와 똑같다. 단지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래의 게이 인권운동가들은 “게이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단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이제 세계가 인정한다? 독일 제2도시 함부르크의 올레 폰 보이스트 시장은 4년 전 연정 파트너였던 국가정의당의 로날트 쉴 당수에게서 당시 법무장관과 동성애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자, 정치 생명을 내걸고 ‘커밍아웃’을 한 뒤 쉴 내무장관을 파면하고 다시 선거를 실시해 압도적 득표로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독일 정계에서 정치인의 동성애 폭로는 정치적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보이스트 시장이 동성애자란 사실은 이미 함부르크 유권자들이 다 알고 있지만 그의 정치 생명은 아직 탄탄하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도 동성애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정치적 인기는 여전히 높다. 독일 정부가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2001년 8월 1일. 2월 16일 하원을 통과해 5개월 후 발효된 동성애자결합법으로 동성애자들이 이성 간의 혼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누리고 법적 혼인신고도 할 수 있게 됐다. 2005년 1월부터 결혼신고를 마친 동성애 배우자의 자녀 입양권이 인정됐으며, 배우자 사망 시 연금 지급의 길이 열리는 등 명실상부한 동등권이 부여됐다. 유럽에서 가장 늦게 동성애혼인이 허용된 나라 중 하나인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19∼21일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동성 간의 법적 결합을 허용하는 ‘시민동반자법’이 발효됐다. 이 법은 ‘결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성 간의 결혼과 전혀 차이가 없는 평등법이다. 50여 년 간 긴 투쟁의 산물이었다. 영국에서 동성혼인을 거행한 가장 유명한 인사는 가수 엘튼 존이다. 지난해 12월 21일에 존은 파트너인 데이비드 퍼니시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영국에는 이 외에도 패션 디자이너 야스퍼 콘란, 방송인 돈 에이리, 극장재벌 캐머런 매킨토시, 작가 앨리 스미스 등 저명 남녀 동성애자들이 사회 각 분야에 깔려 있다. 이렇듯 세상으로 나온 동성애자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인권과 권리, 그리고 사회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대해 달린 문제이지만 이제 그들의 사랑도 받아줘야 할 사회적 문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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