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한화·두산에 맞서 우리·국민·신한·HSBC은행간 팽팽한 신경전

지난 1998년 불어닦친 IMF외환위기의 마지막 산물 대우건설과 우리은행의 매각이 2006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2000년 대우파동 당시만 해도 국가경제 침몰을 막고자 국민 혈세를 공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투입해야 할 만큼 부실 투성이였으나 6년이 지난 지금 서민아파트, SOC 투자, 해외 물건 수주 등을 통해 국내 굴지의 건설사로의 재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을 결정하자 건설업에 진출코자 하는 기업들이 인수의사를 밝히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오고 있다. 대우건설이 2006년 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주)대우의 부도를 막기 위해 29조 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긴급 수혈한 뒤 대우건설, 대우조선, 대우정밀 등 6개 계열사로 분리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대우건설 주식의 45,33%를 확보하며 1대 부동의 1대 주주가 됐다. 2대주주는 8.39%를 확보한 대우 캐피탈이고 그 다음으로는 5.61%의 우리은행이다. 나머지 40.68%는 소액주주들에게 분산돼 있다. 캠코측의 지분 45.33%를 확보하면 대우건설을 사실상 소유하게 되는 셈. ▲금호·한화 등 6개 컨소시엄 압축 이에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경남기업 등 10개 사가 그룹 관계사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일 캠코측에 대우건설 지분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냈던 곳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경남기업, 대우자동차판매, 대주홀딩스, 삼환기업, 프라임그룹, 유진그룹, CVC아시아퍼시픽 펀드 등 10개사다. 캠코는 5일간 자산 실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금호·한화·두산그룹과 유진그룹 및 프라임그룹, 삼환기업 등을 최종 입찰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캠코는 6개 기업을 대상으로 내달 말까지 실사한 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확정하고 3월경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여 최종 협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6개 컨소시엄의 대우건설 인수 후 계획 이 중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공존하는 현대차 그룹을 모델로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의 시너지를 통해 건설업계 부동의 1위사로 뛰어오른다는 전략이다. 이와관련 금호건설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푸르지오로 표현되는 아파트 사업과 플랜트 사업 및 SOC 건설 등에 세계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이같은 부분이 금호건설과 시너지를 이룬다면 건설업계에서 국내 일등 그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고 박정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녀 박은형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김선협씨가 부부라는 점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경영권 인수에 적극 나서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건설, 한화석유화학, (주)한화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대우건설 상무 출신의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이 인수 사령탑을 맡아 1년여 동안 준비해 왔다. 한화측 관계자는 “재계 순위 8위인 한화가 자산규모 5조, 국내 시공능력 2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5위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인수 이유를 밝혔다. 또한 “현 한화건설 사장이 대우건설 출신이라는 점도 인수전 참여에 고려되지 않았겠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두산 중공업과 두산건설, (주)두산이 참여한 두산 컨소시엄은 (주)두산의 이상하 전략본부 상무가 사령탑을 맞고 있다. 두산측은 한국 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는데엔 선공했지만 지난해 진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면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별한 전략적 이유가 부족해 문어발식 경영전략으로 보인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창업주 유재필 총회장의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수원 등 경기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종합 건설사로 산하에 고려시맨트, 이순산업, 유진종합개발등이 있다. 이와관련 유진측 관계자는 “만약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다면 유진그룹은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건설을 이뤄 건설 종합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988년 설립된 프라임 산업은 백종헌 회장의 지시에 따라 법률 및 M&A 자문사와 함께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대우건설 인수 프로젝트팀을 결성했다. 프라임 컨소시엄측은 “막강한 재무적 파트너로 인해 자금 동원력이 풍부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후 “우리는 설계를 담당하는 삼안과 공사를 담당해 온 프라임산업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프라임 산업은 부동산 개발업체”라며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삼안에서 토지개발을 설계하고 대우건설이 설계대로 건설하면 프라임 그룹에서 가격을 올려 되파는 방식으로 토지개발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교원공제회 등 경영자서 투자자로 급선회 반면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 코오롱 그룹, 한진중공업 등은 대우건설 인수전이 예상외로 치열해 지자 최종 단계에서 입찰을 포기했다. 교직원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경영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이익”라며 “현재 6개 그룹 중 인수가 유력한 쪽에서 연대를 제의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군인공제회도 동일한 입장.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등 덩치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기업들의 매각 입찰에 참여하다 보면 결국 국내에서 공조할 수 있는 재무적 투자 파트너는 1~2곳 정도로 범위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군인공제회의 전략적 파트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금호 아시아나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호타이어 지분을 군인공제회에 매각했다가 다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군인공제회 측에 1,600억원대의 투자이익을 안겨줌으로서 전략적 신뢰관계 구축한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해 금호측 관계자도 “현재 군인공제회 측과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코오롱 그룹도 본 입찰에서 6개 사업자 중 한 곳과의 연대를 통해 컨소시엄 구성원의 자격으로 참여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이와관련 코오롱 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플랜트 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입찰경쟁이 심화되면서 대우건설의 오너십 전체를 인수하기에는 전략적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오롱 그룹은 캠코에 의해 최종 선택된 6개 컨소시엄 중 대우건설의 플랜트 사업 부문을 코오롱 건설에 매각할 수 있는 곳에서 2대주주로 참여한다는 복안을 세워두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코오롱 그룹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 등 국내 사업에 관심이 큰 프라임 그룹 측과 적극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한진중공업 등 일부 기업의 경우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입찰을 포기했다. ▲금융기관, 재무적 투자 참여위한 물밑 경쟁 치열 또한 대우건설이 저위험 고효율의 초우량 투자처라는 인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금융기관들도 투자 파트너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형화·겸업화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량기업으로 탈바꿈된 대우건설의 지분은 훌륭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금융기관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 HSBC, 농협과 그린화재, 금호생명, 대한생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신한은행과 HSBC는 유진기업과 이미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은행과 농협은 이미 프라임산업 측과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계약을 완료하고 프라임측에 컨설팅 및 자금지원, 인수 작전 협의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금호생명은 금호 컨소시엄에 소속돼 있다. 금호 컨소시엄측은 이 외에도 군인공제회와의 전략적 연대가 코앞으로 다가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대신 금호 컨소시엄과 산업은행의 전략적 연대관계가 파기됨으로서 일각에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컨설팅을 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조 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매물인 대우건설을 단독으로 인수할만한 인수 희망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인수 희망자들이 재무적 투자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산업은행도 연대할 상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은행도 현재 파트너 기업을 적극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호생명과 대한생명 등 제2 금융권은 각각 금호·두산·한화 등에 소속된 기업에 한해 그룹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 금호생명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참여가 보험사의 투자목적 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유력한 투자처라는 점에서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진, 프라임, 삼환 등 중소 그룹 약진 현재 대우건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금호 컨소시엄과 유진 컨소시엄, 프라임 컨소시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컨소시엄측은 오래전부터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컨설팅을 받고 교원공제회 및 군인공제회 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또한 유진 컨소시엄측은 신한은행 등 전략적 파트너를 포함. 자사의 현금 동원력을 총 동원하여 대우건설 인수에 올인하고 있는 추세다. 예비입찰에서 유진측은 캠코측에게 경영권 인수비용으로 3조 1,000억원대를 제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캠코 관계자에 따르면 유진에서 제시한 인수비용은 금호 컨소시엄 등 타 업체에 비해 가장 높은 액수이다. 현재 금호, 두산, 한화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중견 이상의 그룹사 중 막강한 재무적 파트너를 보유한 곳은 금호그룹뿐이다. 국내 5대 은행 중 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은 이미 프라임 그룹, 유진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은행도 삼환기업, 한화그룹 측과 물밑 교섭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M&A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민과 삼환의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삼환 컨소시엄이 국민은행의 날개를 달고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국민은행과 삼화그룹의 컨소시엄이 성사된다면 대우건설의 인수전은 금호·유진·프라임·삼화 컨소시엄의 4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기싸움 양상 대우건설 인수전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한판 대결이다. 현재 금호·한화·두산은 계열 그룹의 연대를 통한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금호만이 군인공제회라는 큰 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을 포함한 주요 은행과 증권사 등은 유진·프라임·삼환 컨소시엄측을 집중 지원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이유는 Private Empty식 투자”라며 “이를 위해서는 금호, 한화 등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과의 연대가 더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Private Empty식 투자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여 기업가치를 높인 후 보유 주식을 되팔므로 이익의 극대화를 노리는 투자방법이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우건설의 보유주식을 처분할 때 경영권의 일부도 함께 넘길 수 있어야 차익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금호·한화·두산 등 굴지의 그룹들의 경우 자사의 자금여력과 경영 노하우가 충분하기 때문에 유진·프라임·삼환 등 보다는 참여 금융사의 도움이 덜 필요하고 경영권 인수 후에도 사실상 경영권 행사를 일부 밖에 할 수 없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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