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도 줄만 있으면 피해자?

‘민중의 지팡이가 되겠습니다’를 외치며 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하던 경찰은 그 본질의 의미를 잃은 듯 하다. 각 지역마다 경찰청이 생기고, 경찰서와 파출소가 늘면서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해소시켜 줄 것이란 신뢰와 믿음이 깨지고 경찰을 기피하는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다. 또한 억울함이 있어 고소를 하거나 신고를 할 때, 피해자를 보호하고 정확한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 의무인 경찰이 지연이나 학연에 의해 사건을 무마시키거나 피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것이 결국은 사회적으로 힘이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제2의 억울함이 되고 만다. 가장 시민에게 가까워야 할 경찰이 상사나 사회적인 시선에 눈치 보는 현실.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경찰의 현실인가. ◆성폭행 피해자, 두 번 죽는다 경찰서로 하소연을 하러간 성폭행 피해자 이모씨는 가해자 정모씨를 성폭행 및 사기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S경찰서에서는 첫 조서를 받을 때까지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재조서를 받을 때, 가해자와 동반하게 하고, 여성 경찰관을 동반하지 않는 등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고 한다. 피해자 김모씨가 경찰관의 이런 행동에 이상함을 느껴 건의를 했지만 수사과장은 전혀 듣지 않았으며, 여성으로써 수치심을 일으킬만한 질문이나 행동을 보였다. 또한 피해자가 가해자랑 같이 즐겼다는 식의 조서를 작성하는 등 전혀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배려해 주지 않았다. 이에 억울함을 느낀 피해자 김모씨가 검찰에 탄원서와 진정서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 가해자의 친한 동생이 S경찰서의 고위직책의 사람과 지연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억울함을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것이 더욱 피해자를 힘들게 한다. 성폭력 피해 상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의 처벌이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치료 효과가 있음에도 성폭력 신고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입는 이중적인 인권침해 요소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성폭행 피해자 A모(28·여)씨는 지난 1월 재판을 포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A씨의 성경험과 평소 남자관계까지 노출되면서 A씨는 파혼까지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A씨는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주 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박혜영 소장은 "현재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반복 진술과 사건과 관련 없는 사생활 노출은 피해 여성에게 이 중의 고통을 준다"며 "미성년자에 한하는 진술 녹화제를 확대하고 여성전담관의 배치로 수사의 일원화를 통해 2차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해 경찰서 청문감사실은 "화간으로 수사를 밀고 나간다는 것은 오해"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피해자가 진술한 그대로를 문서에 기록하고 있으며 여성경찰관을 배치해 피해자 상황을 고려하도록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도 수사감찰단 필요하다 청문감사실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사실 알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청문감사실은 그 경찰서 내에 5~7명의 경찰관이 담당하고 있으며, 그 경찰관은 감찰의 임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로써의 임무도 같이 수행하다 보면 윗사람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청문감사실이 독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감찰하는 것은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또한 이런 형태라면 청문감사실 역시 제 뜻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피해자들이 불공정한 수사과정을 신고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신고접수 후 실행되지 않는 점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제대로 된 정확한 감찰기구가 설립되지 않는 한 이 같은 불만과 경찰과 시민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경찰본청에서 처리해야 되지 않을까. 대안으로 경찰서 자체 내에 청문감사실이 아닌 본청에서 이끌어가는 감사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민원이 발생하면 본청에서 접수를 받아 해당 경찰서에 가서 감찰을 한 후, 결과 보고를 가지고 본청으로 들어와 결론짓는 방법으로 감찰 시스템이 흘러간다면 시민들의 불만과 경찰에 비리나 부당한 조서 과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 본청 감사단에게는 물론 그 일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청렴해야할 경찰서 안에서 더 이상 이러한 문제점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된다. 피해자를 두 번 울지 않게 하는 일, 범인을 잡는 것보다 먼저 경찰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또한 학연이나 지연에 매여 사리분별을 못하는 경찰관이 줄어들기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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