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하면, 사학법 재개정에 관해 논의할 용이 있어”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가 만나 국회정상화를 위해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 한나라당의 사학법 원외투쟁과 정부의 내각 구성 등에 있어서 적잖은 갈등을 겪어왔던 양 당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며, 화해와 협력의 모습을 보여 정국은 한시름 놓게 되었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각각 소속당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며, 스스로가 타협과 화합을 위한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한 바 있었기에 두 대표가 이끌어낸 합의는 어느 정도 예상되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줄곧 사학법 개정안 문제에 있어서 재개정에 관한 논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혀온 김한길 원내대표는 “사학법은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는 성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재개정 협상의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세력의 변동을 예고하는 사학법 그동안 사학법 개정안에 있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서로 완고한 입장만을 거듭 밝혀왔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서로의 입장이 있었기에, 국회 파행은 장기화 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성어를 간과하고 있었던 것일까, 양 당은 현재 강경한 목소리를 내던 주류 세력들이 오히려 궁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당 대표를 비롯한 親(덧말:친)朴(덧말:박)계와 주류세력들이 급격한 속도로 세를 잃어가고 있다. 그를 입증하는 증거가 바로 이재오라는 인물인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재오 원내대표는 反(덧말:반)朴(덧말:박)계의 대표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親(덧말:친)朴(덧말:박)계의 대표인 김무성 의원과의 경합에서 승리를 얻어냈다는 것만 보아도 한나라당의 현 주소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 또한,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사학법 개정에 대한 재개정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유재건 당 의장이나 김한길 원내대표는 협상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협상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더 이상 파행 국회가 지속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겠다는 것을 인지한 탓이다. 국회 파행은 벌써 2달이 넘어서고 있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재오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 국회 복귀의 명분을 줌으로써, 어떻게든 상황을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들어와서 얘기하자 당초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만나기에 앞서 같은 날 오전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사학법 자체가 성서는 아니다”고 말하며,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해서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협상과 대화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어서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개정안 내용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하며 여야 협상을 위해 최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또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장이되어 주는 곳이라는데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며, "그러나 대화와 타협의 장은 국회여야만 한다는 것이고, 국회 밖에서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분들을 대화와 타협의 장에 서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지, 장외에 있는 분들과 협상하고 선물을 줘야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사학법 장외투쟁은 잘못 된 것이고, 그러한 상황을 지속시키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는 협상을 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한길 원내대표는 박 대표를 겨냥하여 "나라 일을 하는데 가출한 딸아이를 달래듯이 모든 걸 ‘들어주겠다’, ‘돌아와라’고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나라당이 국회로 돌아오면 무엇에 대해서든지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싸움을 하더라도 국회 안에서 하고, 타협을 이뤄도 국회 안에서 이뤄야 한다는 원칙이론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에 대해 회담 전부터 명확하게 선을 그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협의 분위기 북한산으로 25일 국회에서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거대 양 당의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된 이후 첫 만남을 가졌다. ‘여야가 서로 배려해 막힌 정국을 해소하자’는 의미에서 이루어진 이번 만남에서 이재오 대표는 김한길 대표에게 ‘북한산 등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타결점을 찾기 위해 자리를 같이한 김한길 대표 역시 이러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국회정상화를 강조한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회담에서 즉석 ‘북한산 등반회담’에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언론에서는 여야 원내대표 모두 너무 강성이라고 하고 있지만, 적어도 나는 강성이 아니다”고 하며,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혀, 협상을 위해 충분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의 이러한 뜻에 이재오 원내대표 역시 “일단 대화국면에 들어서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의 입장과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서 대화를 진행하겠다”고 화답했다. 회담의 분위기가 이처럼 부드럽게 진행되어가자 이재오 원내대표는 “나는 골프도 하지 않고, 술도 못 마신다. 시간을 내어 함께 산에 올라서 산상회담을 하는 것은 어떻겠는가?”라는 제안을 했다. 이에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도 “나 또한 술을 입에 대지 못한다. 골프도 초보수준이다”고 하며, “북한산 등산회담은 좋은 것 같다”고 이재오 원내대표가 제안한 북한산 등반회담에 동의 의사를 표했다. 또, 이재오 원내대표는 “조만간 북한산에 올라 산상회담을 통해 정국 전반에 걸쳐 협상을 해보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최대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임을 존중하며, 김한길 대표의 입장을 배려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등산을 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어서 관심을 끄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보다 발전지향적인 등산회담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야 합의의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5가지 타협안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 같은 성공적인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같이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주요하게 타결해야 할 5가지 타협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나라당은 5가지 중 하나라도 타결 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2월 국회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도 있다”고 다소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될 수 있는 한 국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른 합의점도 찾도록 해 볼 것”이라고 하며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재오 원내대표가 제시한 타협안은 그 첫째가 사학법 재개정 합의이며 둘째, 윤상림과 황우석 국정조사에 이은 X파일 특검 실시, 셋째 김원기 국회의장 사퇴, 넷째 서민생활보호대책특위 설치, 다섯째 기초의원 선거구제 재검토 등의 5가지이다. 그러나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러한 타협안 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것”이라며, 사학법 재개정의 문제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해소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오 원내대표는 “여당과 협상에 있어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소수야당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하며 야 4당의 연대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상생을 위한 출발신호 이 같은 화해의 분위기가 지니게 되는 의미는 단순히 싸움의 종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정치권의 안정과 그렇게도 외쳐오던 상생을 위한 통로를 마련하게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이들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예상외로 많은 수의 지지를 얻으며 당선이 된 인물들이기에 당에서의 목소리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에 대해 반발하는 세력이 많으면 많은 만큼 원내대표는 제 뜻을 제대로 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지 세력이 많다면, 그만큼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힘 있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거대 양 당의 최상위 지도부로 자리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을 수가 없다. 화해와 화합을 추구하는 두 대표의 우렁찬 목소리로 상생의 기운이 정치권에 감돌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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