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개혁 여론몰이 위한 의도적 뭇매 자처

오늘날 현대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무능력 여부와는 관계없이 기본적인 인권과 생활 보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세계인들은 돈과 능력이 없더라도 이웃, 종교단체, 국가, 국제 NGO 등의 도움을 받아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간 외교관계에서 만큼은 그렇지가 못하다. 미국 등 특정 국가들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타국에 대한 무력침공을 금기시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국가의 경제력은 국력을 나타내는 최대의 척도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 경제력의 기초적 근간이 되고 있는 국고가 33년 전부터 줄줄 세고 있었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명 냉전(Cool War)시대로 불리는 지난 1980년대까지 군사력이 국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국가 경제력은 냉전시대 군사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국가 경제력의 최후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국고가 제대로 회수되지 못한 체 줄줄 세고 있다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정부에서 회수하지 못한 국가채권이 타국과의 교역이나 투자 등을 통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조세채권 등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민간에 금융 특혜 남발, 33년 전 비해 280배 증가 재경부는 지난 22일 발간한 국가채권관리백서를 통해 2004년말 기준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 128조 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가채권관리법이 최초 시행된 지난 1971년 4,589억원과 비교할 때 33년동안 280배 증가한 것이다. 이는 동 기간 GDP증가치 228배를 훨씬 상호하는 수치다. 우리나라 GDP는 1971년 3.4조원에서 2004년 778.4조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국가 총 채권은 1971년부터 1982년까지는 연평균 30.2%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1986년까지는 13.2%, 2002년까지는 7,8% 등으로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됐다. 이에 따라 2002년 160조원에 이르던 국가채권도 2002년 132조원, 2004년 130조원으로 조금씩 감소추세에 보였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70년대에는 정부주도 경제개발 논리에 따라 민간금융 H다는 장기저리 차관 등을 통한 특혜금융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에 국가채권이 증가했고, 2000년대에는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공적자금 마련 등을 위해 채권 발행이 급증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주도 경제개발 논리는 과거의 유물이 된 이상 선진적 통합금융시장이 형성되면 SOC의 민간자본 유치를 활성화 하고 조세체제 개혁과 재정 지출 축소 등을 통해 국가 채권 규모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체채권 규모 33년간 180배 불어나 이 중 국가가 기한 내 회수하지 못한 연채채권의 규모는 2004년말 7조 8,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971년 432억원에 비해 180배에 달하는 규모다. 연체채권 규모는 1988년 1조 759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0년에는 6조 6,000억원까지 올라갔으나 2001년 6조 4,000억원, 2002년 6조 3,000억원으로 안정세를 나타났다. 그러나 2003년부터는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국가체권 중 연채체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3.9%에서 2004년 6.0%로 2배 가가이 커졌다. 총 8조원 가량의 연체채권을 종류별로 보면 조세채권이 4조 2,000억원으로 53.3%를 차지했고 납부되지 않은 연체금, 변상금, 위약금, 가산금 등 경상이전 수입이 24.9%에 달하는 2조원을 기록했다. 한편 융자 회수금도 3,000억원에 달해 3.7%나 됐다. 이 중 조세 채권이란 기한이 지났는데도 납부되지 않는 세금을 말한다. 현재 조세채권 4조 2000억원 중에는 내국세채권이 3조 7,803억원으로 가장 많고 관세채권이 2,107억원, 교육세 채권이 963억원, 농특세 채권이 745억원, 교통세 채권이 130억원, 방위세 채권이 52억원 등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앞으로 보유 재산에 대한 전산 검색과 금융자산의 일괄조회 등을 통해 은닉 재산을 철저히 조사와 고액·상습체납자 등에 대한 명단 공개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 조속히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연채체권의 증가세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LG카드로 대표되는 2002년 카드사태에 따른 경기침체가 2년간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액세금체납자에 대한 폭풍 닥칠 듯 이번 국가채무 백서 발간에 대해 재경부 등 일각에서는 임기 말 조세형평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수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번 백서 발간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역설한 대통령의 신년 연설과 25일 청와대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증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함께 해석하는 것이다. 현재 백서를 발간한 후 중앙 일간지 등 언론들은 노무현 정부가 세금을 제 날짜에 재대로 거둬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늘고 있다는 비판성 기사를 일제히 게재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이 바로 정부에서 백서를 발간하게 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언론과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은 자연스럽게 상습채무자의 강도 높은 세금 추징과 공적자금 등을 포함한 국가채무의 회수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룬 셈이며 정부는 이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세금채납에 대한 가압류 등 강도 높은 추징활동과 우리은행 등 공적자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의 처분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세 및 변호사 등 고액 자영업자들의 중과세 등을 더할 경우 굳이 부가세나 전기세 등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세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라는 것. 이는 올해 노무현 정부가 대북정책과 부동산 정책 다음으로 2006년 조세체제 정비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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