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트롤즈, 4월 내한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 maybe to dream, to dream"

 고결하게 절제된 바이올린의 현은 애수에 떨고 있고 햄릿의 그 유명한 대사인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변형된 한 남자의 처연한 독백 "죽는 것, 잠에 빠지는 것, 아마도 그 건 꿈꾸는 것이겠지... 그대가 내 곁에 가까이 있기를 바라지만 만져지는 건 나의 외로움일 뿐..."이라는 고백은 절정으로 치달아 비애는 숭고미로 승화되고 있다. 익숙한 선율, 뉴트롤즈(New Trolls)의 ‘Adagio’다. 찬란한 탐미의 음악세계, 아트락, 그 아트록의 국내 붐 상징적 그룹인 뉴 트롤즈, 아트록의 개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른다 해도 추억에 빠져들 듯 아련한 애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제는 고전이 된 '아다지오' 선율은 라디오 전파 등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으리라.

아트록의 아이콘이자 이탈리아 국민 밴드인 ‘뉴 트롤스(New Trolls)-새로운 요정들’이 4월 23일 예술의 전당에 또 한 번 록 예술의 마법을 펼친다.

▲ 2009 뉴트롤즈 내한공연

1970년 대 그룹 전성기 시절 멤버인 비토리오 데 스칼지, 또 하나의 이태리 프로그레시브의 전설 ‘라떼 에 미엘레(Latte E Miele)’의 드러머 알피오 비탄자, 이태리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베르토 이쪼 등이 이번 공연 셋 업 멤버들이다.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그들의 웅장한 주요 레퍼토리 'Concerto Grosso(콘체르토 그로소)' 1,2와 원년멤버들이 모여 작년 2013년 발매한 신작 앨범 <'Concerto Grosso N° 3'>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루이스 바칼로프가 작곡한 오리지널 앨범 타이틀 동명의 곡 외에 새 앨범에 실린 신곡들도 선보인다. 국내 애청곡 ‘Adagio'는 물론, 초기작 'Senza Orario, Senza Bandiera'(시간표 없이, 깃발 없이), 경쾌한 템포의 ‘FutureJoyScherzo’, ‘Dance with the Rain' 등 불후의 명곡들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생생하게 현장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강 상의 이유로 니코 디 팔로가 방한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 넥스트 출신의 국내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 몇 곡을 협연하여 한국과 이태리 간 문화수교 130여 년의 의의를 공고히 한다고 한다. 4월 세 번째 공연 역시 국내 가장 유명한 아트록 노장 밴드의 50년 역사를 되돌아봄과 동시에 이태리 음악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귀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 트롤즈를 표현하려면 '아트록'이라는 장르 용어를 상기해야 한다. 아트락... 세기말의 심각함과 청춘의 열병으로 상기되는 이름... ART ROCK, 이 고양된 음악의 자장 안의 노래들은 신화와 전설, 원형 상징, 우주와 물리학에 대한 호기심과 내면의 몽상, 자연에 대한 무수한 상념들을 노래한다. 지적이고 종교적인 상상력의 극점이나 탐미적이고 낭만적인 감성에 천착하면서 미학적˙ 철학적으로 분명, 심오한 한 경지를 성취하고 있는 고급 음악장르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음악시장에서 다양하고 진득한 음악을 들으려는 마니아들의 청취권은 박탈되고 문화적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만 있다. 아트록에 대한 마니아 취향은 세련된 유럽 문화에 경도된 젊은이들의 한 때 지적 허영이자 지나간 세대의 향수병으로 치부하는 시선이 지배적인 분위기가 되면서 음지화 되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들 뉴 트롤즈의 2007년 첫 내한 공연에서는 그 어느 나라 아닌 이 땅에서 그들의 31년 만의 신곡 'Concerto Grosso No.3'이 세계 초연되어 평일 공연에도 불구하고 2회 공히 2천여 명이 집결했으며, 2009년 공연도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두 차례 내한에 모인 팬들은 다섯 번의 커튼콜을 보내는 것으로 명연주에 열광적으로 호응하기도 했다. 관객들이 전원 기립 한 채 박수를 보내고 눈물을 훔치던 장면은 가히 감동스러운 진풍경이었다 하겠다. PFM과 라떼 에 밀레의 공연이 성사된데 이어 뉴 트롤즈가 재차 방한하면서 마니아들의 오랜 숙원이던 아트록 3대 거장의 내한 공연은 이미 꿈이 아닌 현실로 실현되었다. 이는 이윤에 연연하는 공연 기획계 사례에 있어서도 진일보한 쾌거라 할 '사건'이었다.

▲ 뉴트롤즈 

전성기를 보내고 세기가 바뀌고 세월이 흘렀으되 꾸준히 신보를 발매하고 연이어 내한하는 뉴 트롤즈. 이들은 아트록이라는 찬란한 ‘음악혁명’의 주역들이 묻혀버린 화석이 아닌 살아있는 신화로 건재하고 있음을 비장하게 과시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기대 이상 호응 역시 척박한 여건에서도 국내 아트록 애청 인구는 여전히 존재하며 음악다운 음악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현상이라 하겠다. 나아가 아트록의 재부흥에 희망을 걸아도 좋을 청신호는 아닐까, 하고 들뜬 심경이 되게도 한다.

 본 공연은 천편일률적으로 퇴행화된 현재의 음악 조류에 자신 만의 오디오 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마니아들을 재집결시키고 숨통을 틔어줄 문화적 세례가 될 수 있으리라. 아트록 음악만의 미적 가치와 역사를 재현해 마니아들의 오랜 기다림과 향수를 충족시켜준다는 데 애틋한 의의를 지닌 공연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탐미의 극점 '아트록(ART ROCK)'은 화석화된 전설의 음악 장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Live로 공명하는, '현재 진행형'의 예술이다.

 정여진 칼럼니스트 holy-lu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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