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의 스승의 가르침을 지켜 오다가 이제는 제자 선생님에게 전한다.

4대째 이어지는 스승의 길 가르침 교사, 선생, 스승이라는 말은 같은 것 같으면서도 그 역할이나 가리키는 대상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같은 뜻으로 한데 섞어 쓰이고 있는 말입니다. 교사란 직업을 구분할 때 쓰이는 말이고, 선생이란 그가 가진 조금 앞선 능력을 인정하여 부르는 말이며, 스승이란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가르침을 높이 받들고 존경하는 분으로서 부르는 말쯤으로 생각하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하는 것마다 이 모양이니 다 때려치우고 선생노릇이나 할까?] 하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교사]란 직업은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되는 것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소일 삼아서 하는 일> 쯤으로 얕잡아 보고 한 말입니다. 이렇게 사회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는 일이 하찮은 일이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며, 할 일이 없는 사람이 여흥 삼아 하는 일쯤으로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한참 잘 못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사는 우리나라 직업의 직렬에서도 분명 전문직으로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전문적인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에 속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만약에 [에라 모르겠다. 이것저것 다 안 되니까 의사나 해볼까?] 또는 [이것저것 다 안 되니까 변호사나 해볼까?] 하는 말을 한다면 조금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이나 해볼까?]라는 말은 이상하게 생각지 않으니, 이 얼마나 잘 못된 생각인가요? 스승의 길이란 결코 나 자신만을 위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제자들을 잘 가르쳐서 그들이 잘 알기를 바라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으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교사라는 직업은 제자들을 위해서 자기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본분이므로, 내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남을 위한 봉사하는 정신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봉사정신의 실천을 요구하는 직업인 것입니다. 물론 '교직도 직업인 이상 먹고살기 위한 일이 아니냐' 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한 직업이지만 남<제자>이 잘 되어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며, 자기 이익을 챙기기 보다 먼저 남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인 우리 교사들에게도 늘 가르쳐 주신 은사님을 생각하고, 그 분들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교감에서 교장으로 발령이 나게 되었을 때,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을 해주셨던 스승님은 나에게 교장이 되면 주의해야 할 일과 꼭 지켜야 할 일들을 적어서 보내주시면서 좋은 교장이 되도록 가르쳐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은 스승님의 스승이신 이호승선생님의 가르치심이었고, 3대째 이어 받은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 외에도 교장으로 해야 할일 중에 몇 가지 더 적어 주셨습니다. [梁東基 恩師님의 恩師이신 李虎舜선생님의 가르침] 1.공금에 손대지 마라. 2.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라. 3.일이 잘 안되면 솔선수범 하라. 이런 가르치심을 이어 받은 나는 이제 새로 발령을 받은 나의 제자선생님에게 이 말을 다시 전해 주었습니다. 4대째 이어진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나의 이야기를 덧붙여서 보냈습니다. [나는 내가 학급 담임을 하면서 무척 신경을 썼던 것 중에 하나가 편애하지 않기였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담임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 다음 2년간을 더 너의 모교에 있으면서 이 문제 때문에 제법 많은 일화가 있었단다. 너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다방이 그곳에서는 가장 붐비고 알려진 곳이었지? 바로 그 집 아이가 내가 맡은 반의 반장이 되었는데, 어머니가 여간 신경을 쓰는 게 아니었다. 급식이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는 담임을 위해서 자기집 아이 도시락을 싸 가지고 오면서 함께 담임 점심을 싸 가지고 오는 일이 며칠 계속 되었단다. 나는 이것을 끝 내 거절하고 학교 기사님들에게 주어 버리고 내 도시락을 먹었었지. 그러자, 나중에는 돈 봉투를 가지고 와서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하더라. 그 때는 전교조가 막 활동을 시작하던 88년이었지만, 아직 전교조의 활동을 세세히 알지도 못하고 있었고, 그 때만하여도 전교조 활동을 하는 사람은 승진을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바로 그 해나 다음해쯤에는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는 승진대상자 이어서 승진을 위해 열심히 보고서도 쓰고, 학교 체육을 맡아서 매일 아침 땀을 흘린 결과 너희들 5학년 때부터 3년 연속 우승을 하기도하였고, 아이들과 함께 학급 활동을 하면서 학교 교무로 활동을 하던 시절인데, 나는 그 돈을 받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00어머니, 저 비록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월급만 가지고 우리 가족 먹고 살만은 하고 자식들 공부는 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 받아서 신세를 고칠 것도 아닌데 조그만 것에 제 양심을 팔 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돈을 받으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차별대우를 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받은 것으로 할 테니까 거두어 주십시오." 하고 거절했더니 당장에 눈물을 흘리면서 "선생님 전교조 하세요? 조그만 성의마저 이렇게 거절하시면 이 손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합니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그 돈을 받으면서 분명하게 "그럼 이 돈은 제가 받아서 아이들의 학용품을 사다가 나누어주면서 00어머니가 사 주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덜 섭섭하시겠지요?" 하고 받아서 바로 다음날 아이들에게 노트와 필통들을 나누어주었던 적이 있었다. 결코 자랑이 아니라 너에게 조금이나마 편애를 하는 빌미가 되는 그 보잘것없는 촌지에 목메지 말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서 들려주는 이야기란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무리 열심히 가르치고, 잘 가르치려고 애를 써도 그것보다는 자기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는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란다.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기 위해서 너무 가혹하게라도 해서 가르치겠다는 욕심을 부리지는 말아라. 요즘에 학교에서 폭력 교사라는 딱지를 받는 경우의 대부분이 이렇게 열성적인 교사들의 지나친 욕심이 이를 이해하지 못한 학부모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너 자신의 앞날을 위해 부탁한다. 초등학교 교사는 백과사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냥 백과사전 식의 지식이나 능력만으로는 현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 늘 너희들에게 일러주었듯이 오리가 되지 말아라. 오리는 나르고, 노래하고, 헤엄치고, 걷고, 알 낳고, 고기를 주기도 하지만 결코 그 어느 것 하나도 뛰어난 것은 없지 않니? 이런 상황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림을 받을 뿐 스스로의 위치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교사도 트레이드마크를 가져야 하는 시기이다. 어느 학교 어떤 선생님, 하면 바로 "아 ! 컴퓨터 잘하는 선생님" "풍물놀이 잘하는 선생님"처럼 바로 대명사가 되어서 일컬어지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래야 언제 어느 학교에 가더라도 환영을 받고 나름대로 보람 있는 활동을 할 수가 있는 것이란다. 이제 네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될 때에도 전입학교 교장선생님은 너의 능력을 먼저 묻는다. '무얼 잘하느냐?'고 그럴 때 단 한마디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경우 '별로 뛰어난 교사가 아니구나'하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크게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한가지에 매달려서 나름대로의 특기를 만들기를 바라며, 아이들에게 편애하지 않는 교사, 정성껏 가르치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교사, 아이들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아이들과 잘 어울려 주는 특기 있는 교사가 되어 주기 바란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주고 나서 얼마 후 나의 제자는 학교로 찾아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당부를 해주었습니다. 4대째 이어지는 가르침을 교사의 입장에서 교사관계가 아닌 어린이와의 관계로 바꾸어, 1.돈에 깨끗하라. 2.어린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라. 3.어린이들이 잘 못하면 솔선수범 하라로 말입니다. 이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찾아온다는데 과연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미리 준비를 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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